조선 명문가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집안인 경주 최부자집은 인근 지역에 밥을 굶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는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가문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나눔의 미덕을 실천한 경주 최부자집은 가풍을 그대로 담은 아름다운 정원도 일품이다. 지리적으로 경주 계림과도 이어져 풍경이 남다른 이곳은 1930~40년경에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사랑채 정원이 있다. 산수유, 명자나무, 감나무, 석류나무 등 다양한 유실수가 계절에 맞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이곳 정원은 장식을 더욱 격조있게 해주는 석조물을 같이 배치해 조경미를 살렸다. 누마루에 앉아 감상하는 최부자집의 정원은 건축물은 물론 주변 풍경과도 조화를 이루어 자연의 아름다움에 조용히 젖어들 수 있다.
봉화 소강고택은 사랑채 전면에 소나무를 심고, 남측 담장을 따라 소나무, 불두화, 앵도나무, 꽃대추나무, 무궁화, 모란 등 다양한 수종을 심었다. 또한 주변에 경계석을 쌓아 한층 격조있는 정원을 조성했다. 온 집안 곳곳에 정원을 배치해 자연을 집안에 들인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봉화 소강고택은 안마당에도 여러 수종의 나무로 정원을 꾸몄다. 옥매, 불두화, 살구나무, 자두나무, 병꽃나무, 복사나무 등이 줄지어 선 안마당은 마치 수목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다양한 꽃들이 계절마다 앞다투어 피어난다. 그야말로 꽃대궐이 따로 없는 정도다. 뿐만 아니라 장독대, 독특한 담장 등이 꽃나무와 같이 자리하고 있어 균형감을 더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대문채를 지나 사랑마당에 진입하면 사랑채와 담장을 통해 안마당을 비롯한 개인공간으로 분할되어 있는 함양 일두고택은 우물과 기와, 꽃나무를 조화롭게 구성한 것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정원을 꾸미기 위해 만든 산의 형상을 한 모형물인 석가산을 사용한 것이다. 사랑채 누마루 앞에 삼봉형 석가산(石假山)을 두었는데, 주산은 높이고 좌우 봉우리가 낮게 만든 '凸'자 형태로 조성했다. 이를 중심으로 정원을 꾸민 함양 일두고택은 한국 정원에서는 빠지지 않는 수종인 소나무를 비롯해 산철쭉, 회양목, 맥문동, 범부채, 석류나무, 산철쭉 등을 고루 심었다. 이 옆으로 우물과 집의 굴뚝도 마치 조경의 일부인 것처럼 배치해 균형미가 일품이다.
자연 그 자체가 치유가 되어주기에 곳곳에 있는 수목원 등을 찾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 한번쯤 선인들의 풍류와 한국의 미학이 그대로 깃든 한국 정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담백하고 소박하지만 섬세한 아름다움에서 한국인의 멋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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