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쓰는 요즘,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너나할 것 없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표현을 빌자면 역병이다. 사실 이렇듯 모두를 공포로 몰아넣는 역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숱하게 많은 역병이 좁게는 일부 국가에서 넓게는 전 세계를 휩쓴 기록이 남아있다.
우리 전통문화에는 이러한 역병을 물리치고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춘 춤이 있다. 다소 무서운 표정의 가면을 쓰고 화려한 옷을 차려 입고 추는 처용무가 바로 그것이다. 통일 신라 시대부터 최소 1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처용무는 처용의 가면을 쓰고 추는 무용으로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 궁궐에서 열렸던 일종의 의식이었다. 새해를 맞으며 악귀를 몰아내고 왕실의 평화를 기원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처용무는 궁중 연회에도 등장하게 되었다. 궁중무용인 처용무는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처용무는 《삼국유사》에 실린 통일 신라 헌강왕 때의 처용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용의 아들인 처용은 밤늦게 집에 들어가려다 방에 발이 4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2개는 아내의 발이고 2개는 역신(전염병을 옮기는 귀신)의 발이었다. 처용은 화를 내지 않고 노래를 지어 부르며 춤을 추었고, 역신은 처용의 인품에 놀라 다시는 오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처용무는 오행사상을 나타내는 춤으로 무용수가 동, 서, 남, 북, 중앙을 상징하는 의상을 입고 연행을 한다. 다섯 명의 처용은 대지 위에서 자연의 만물이 성장하고 순환되는 순환의 원리를 춤으로 표현한다. 궁중기악곡인 수제천에 맞추어 다섯 처용이 일렬로 등장했다가 처용가를 부르고, 중앙의 황색 처용을 중심으로 춤사위를 벌인다.
처용무에서 가면이 참으로 인상적인데 흑갈색의 피부에 눈이 부리부리하고, 머리에는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과 귀신을 쫓아내는 복숭아 나뭇가지를 꽂은 사모를 쓰고 있다. 손에는 흰색 한삼을 끼고 한삼을 힘차게 뿌리면서 강인한 몸짓으로 춤을 추는 것이 특징이다.
위용 넘치는 가면을 쓰고 추는 춤 처용무. 역병을 몰아내고 좋은 기운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면서 추는 이 신명나고 절도 넘치는 춤사위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시대에도 큰 위로가 되는 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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