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가 예상치 못할 만큼 세계 영화제에서 화제가 되어 수많은 상을 휩쓸며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의 가장 큰 메시지는 "미나리는 어디서도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건강하게 해줘."라는 대사에 녹여낸 '평등'이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과 소통하고 자유롭게 세계 각국을 오갈 수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인종차별과 증오범죄가 들끓는 현실에 영화 <미나리>는 부드럽지만 강력한 일침을 가한 것이다. 영화를 통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배우 윤여정이 전한 말 역시 인상적이었다.
"무지개도 일곱 가지 색이 있는 것처럼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을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다."라고 강조한 윤여정의 인터뷰는 모두에게 울림을 주었다. 또한 겸손한 수상소감을 전하며 모든 배우들을 존중한 모습을 보면서 같은 여우조연상 후보였던 어맨다 사이프리드는 "I love her"라고 말하며 울먹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을 정도로 윤여정은 다양한 면모에서 찬사를 받았다.
뿐만이 아니다. 시상식에서 입은 드레스 위에 걸친 항공점퍼나 무례한 질문에 현답으로 대응하는 재치 등은 우리가 기성세대에게 가지고 있는 '꼰대'라는 불편한 시선을 깨트리며 타인에 대한 포용력과 깊은 연륜에서 나오는 성숙한 철학 등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윤여정의 캐릭터는 곧 세계인들에게 K-할머니의 모습으로 전달되었다.
윤여정이 쏘아올린 열풍 속에 한 편의 애니메이션도 가세했다. 지난 3월 픽사가 무료로 공개한 애니메이션 <윈드>는 한국 할머니의 희생적인 모습을 그렸다. 지하 동굴에 갇힌 할머니가 어린 손자를 지상으로 올려보낸 후 손자를 위해 아이가 내려준 밧줄에 감자 도시락을 올려보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9분 분량의 짧은 이 애니메이션은 두 달 만에 무려 1000만 뷰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여기에 친숙하기 그지없는 할머니도 있다. 바로 130만 유튜버로 이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박막례 할머니다. 배꼽잡게 하는 유머 감각과 직설화법, 할머니 만의 독특한 패션과 화장법에 이르기까지 K-할머니의 위력을 보여준 박막례 할머니는 인기 유튜버로 맹활약하며 지난 2019년 구글 본사에 초청받는 위엄을 과시했다.
세대갈등이 심화되고 꼰대가 판치는 세태 속에 어른다운 어른에 대한 갈증이 더해지는 이 시대에 K-할머니들은 신선한 매력으로 존재가치를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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