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 민족에게는 익숙한 신명 나고 다양한 해학과 풍자를 담은 종합예술인 탈춤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춤과 노래, 줄거리를 갖추고 있고, 관객과 소통하기도 하는 탈춤은 여러 가지 형태로 행해지며 전승되어 온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 중 하나다.
탈춤은 단편적으로 정리하면 탈(가면)을 쓰고 춤을 추면서 하는 전통 연극이다. 처음 탈춤이 행해진 것은 궁중 행사에서 광대들이 공연하는 정도였지만, 조선 후기에는 향유하는 인구가 급속히 확대되고 내용도 다양화를 추구하면서 대표적인 민중 문화로 발전했다. 이렇게 대중성을 확보한 탈춤은 대개 신분 사회를 풍자하거나 민중들의 고달픈 삶을 해학적으로 그린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탈춤으로는 경북 안동에서 행해지는 하회 별신굿 탈놀이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하회마을에 가면 종종 마주할 수 있는 하회 탈춤은 다양한 표정을 담은 하회탈로도 유명하다. 하회 탈춤만큼이나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탈춤으로 북청 사자놀음도 있다. 하나의 탈에 두 사람이 들어가 사자의 추임새를 흉내내며 벌이는 탈춤이 이채롭고 흥겹다. 이 밖에도 황해도의 봉산 탈춤과 은율 탈춤, 경남 통영에서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는 오광대놀이 등도 대표적인 한국의 탈춤으로 손꼽힌다. 성격을 조금 달리한 탈춤으로는 강원도 강릉의 단오굿에서 추는 관노비들의 탈춤과 산대도감에 소속되어 있던 전문 춤꾼들이 만들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송파 산대놀이와 양주 별산대놀이도 대표적인 탈춤으로 언급할 수 있다.
해학과 풍자를 담아 더욱 재미를 더한 탈춤은 지배층이나 특권층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조선 후기의 탈춤은 무능하고 부패한 양반이나 계율을 어기고 문란한 생활을 하는 파계승을 조롱하고, 그릇된 남녀 관계나 가난한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풍자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주로 몇 개의 장면으로 나누어 공연하는 특징을 가진다. 무엇보다 탈춤은 마을의 공터나 언덕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대중 공연으로 행해졌으며, 먼저 풍물패가 마을을 돌면서 길놀이를 하여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고, 마을 사람들이 모이면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탈춤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에 호응하면서 함께 즐기고, 억눌렸던 감정들을 겉으로 드러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소망을 빌었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탈춤은 대체로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이 대립하는 이인 대립극 형태를 취한다. 양반으로 대표되는 반동 인물은 비정상적인 모습을 가진 것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동 인물은 평범하지만 재치 넘치고 활발하며 기력이 왕성하게 그려지는 성향을 보인다. 주동 인물이 자유분방한 말과 몸짓으로 반동 인물을 허점을 지적하거나 공격하는 과정에서 반동 인물이 스스로 무식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희화화 과정에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고 풍자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주동 인물은 양반을 풍자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는 발랄함과 적재적소에 알맞은 공격을 하는 재치를 유감없이 보여주는데 비속어와 재담, 언어유희, 음담패설 등을 거리낌없이 구사하기도 한다. 탈춤에 삽입되는 춤과 음악 역시 중요한 극적 장치로 활용되면서 흥을 돋우고 인물 간의 갈등을 해소함과 동시에 새로운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또 한 가지 탈춤의 특징으로 손꼽히는 것은 바로 관객과의 소통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동 인물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거나 지지의 답변, 호응 등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를 통해 풍자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추임새 등을 넣어주면서 흥미를 극대화한다.
이처럼 춤과 노래, 스토리 등을 다양하게 녹여내면서 열린 공간에서 많은 관객과 어우러져 흥겨운 공연을 펼치는 탈춤. 한국의 해학과 신명을 한껏 담은 종합예술의 정수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이 있는 1월, 한국민속촌이나 안동 하회마을 등을 찾아 잠시 탈춤을 보면서 흥겨운 우리 문화의 매력에 흠뻑 젖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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