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서글픈 운명과 선택에 대한 고뇌 (고객선터1 김현정 매니저)
오이디푸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될 아이들을 낳게 되는 비극적인 운명을 겪는 남자의 이야기, 연극 <오이디푸스>.
테베(Thebes)의 3대 왕인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왕자로 태어났으나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저주의 신탁을 두려워한 라이오스에 의해 산에 버려졌던 오이디푸스.
그러나 그를 불쌍히 여긴 양치기의 기지로 아이가 없어 고민하던 코린토스 왕의 양자로 들어갔고 친부모 이상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지만,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멀리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다 그 길에서 우연히 스핑크스로부터 위협을 받던 테베를 구해 왕으로 추대되고 이오카스테 왕비와 결혼하여 사랑하는 아이들도 낳으며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세월이 흘러 테베는 전염병과 가뭄으로 고난을 겪게 되고 이 모든 재앙의 원인이 선왕이었던 라이오스의 죽음과 얽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오이디푸스는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눈 먼 예언자 테레이시아스를 찾아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또 다시 고통스러운 자신의 운명과 마주합니다.
오이디푸스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또한 운명을 향해 다시금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떠나게 됩니다.
알고자 하는 자, 진실을 알면 감당할 용기는 있고?
나는 살았고 그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웠다.
- 연극 <오이디푸스> 중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취할 것이라는 신탁은 잔인한 운명이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라이오스 왕과 오이디푸스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라이오스 왕은 아들을 죽이는 것을, 오이디푸스는 떠나는 것을 선택합니다.
예언자 테레이시아스를 찾아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극을 예감했던 아내이자 어머니인 왕비 이오카스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는 길을 떠납니다.
사실 이 가문의 비극은 아버지인 라이오스 왕이 피사의 왕 아들을 겁탈해서 피사의 왕이 "너는 네 아들에게 살해당할 것이다."라는 저주를 내린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운이 나쁘게도 오이디푸스가 라이오스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죠.
신들은 라이오스가 저주를 피해 아들을 죽이려 하는 것도 오이디푸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떠날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두 눈을 찌를 것도 알았을까요?
아주 멀리 가서 양치기의 아들로라도 살기를 바랐던 어미의 마음, 부모에게 버려져 발이 묶인 아이를 불쌍히 여겨 아이가 없어 고민하던 자신의 왕에게 아이를 선물하는 양치기의 마음, 남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사랑으로 돌보았던 왕과 왕비의 마음, 왕을 사랑하고 왕의 결정을 존중했던 테베 사람들의 마음.
이와 같이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모여 오이디푸스를 왕으로 만들었습니다. 오이디푸스의 이름은 '부은 발'이라는 뜻의 저주였으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길을 떠나는 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깊고 진한 감동을 남겼습니다.
운명이란 삶의 의미를 스스로 개척하고 선택하는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메시지와 그 선택 역시 혼자서 오롯이 해낸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사회, 환경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반복적이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걸어온 길과 주변을 둘러보며, 늘 감사하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