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는 EU 내 일부 국가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통화로, 현재 27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유로화를 공식 통화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보통 '유로존(Eurozone)'으로 불립니다. 유로화를 사용하면 국가 간 무역이 수월해지고, 환율 변동에 대한 리스크 없이 자본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개별 국가의 통화정책 자율성이 줄어들고, 경제 구조가 다른 국가들 간 정책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유로화 사용 국가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있으며,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은 아직 자국 통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폴란드의 자국 화폐인 즈워티(Złoty)는 어떤 화폐일까요? '즈워티'는 폴란드어로 '금(gold)'을 뜻하는 단어로 14세기부터 그 명칭이 사용되었습니다. 1924년 공식 화폐로 채택되었으며, 1995년 통화개혁을 거쳐 현재의 화폐 체계가 자리잡았습니다.
저는 바르샤바 화폐박물관을 방문해 이와 같은 역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세 금화부터 공산주의 시절의 지폐까지, 시대별로 변화한 화폐 속에서 폴란드의 정치·경제적 흐름이 생생하게 전시되어 있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1924년 도입된 즈워티 지폐와 1994년 리디노미네이션 당시 발행된 지폐들은 단순한 거래 수단을 넘어, 국가 경제 회복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폴란드의 중앙은행인 NBP(Polski Bank Narodowy)는 헌법 제227조와 1997년 제정된 NBP법에 따라 통화 가치의 유지를 책임지는 기관입니다. 이를 통해 폴란드는 금리, 환율, 유동성 등 주요 통화정책을 자국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로화를 도입하면 이러한 정책 결정권이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이전됩니다. 이는 곧 폴란드 정부의 경제 전략 운용 자율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죠.
최근 수년간 폴란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유지해왔으며, 팬데믹 이후에도 빠른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유로존 내 일부 국가는 국가 부채 문제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고, 이러한 여파는 유로존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폴란드 내에서는 유로화 도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졌습니다. 동시에 위기 속에서도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자국 화폐인 즈워티가 '완충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안제이 도마스키(Andrzej Domański) 폴란드 재무장관 또한 즈워티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었고 여러 경제 충격을 잘 견딜 수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2024년, 폴란드 국영 여론조사기관 CBOS1)가 폴란드통신(PAP)2)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약 49%가 유로화 도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유로화를 찬성하는 의견은 45%였지만, 이 중 다수는 가까운 시일 내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찬성 응답자 중에서도 13%만이 '3년 이내 도입'을 지지했으며, 22%는 '10년 이내', 10%는 '그보다 더 이후'가 되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6%는 명확한 의견을 내지 않았습니다.
기업 경영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랜트 손턴 폴란드(Grant Thornton Poland)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견 및 대기업 경영자 가운데 48%만이 유로화 도입에 찬성했으며, 42%는 반대, 10%는 의견을 유보했습니다.
정치권 역시 유로화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정당은 드물며, 국민 여론도 긍정적이지 않기에 가까운 미래에 유로화가 도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폴란드가 유로화를 도입하지 않고 자국 화폐인 즈워티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유로화 도입 여부는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정치·역사·문화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통화는 단순한 '돈'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체성과 국민의 정서를 아우르는 상징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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