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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시수'의 정신과 사우나 문화
(2023년 10월 기사)

핀란드 '시수'의 정신과 사우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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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기사)
기고: 제28기 미래에셋 해외교환 장학생 김서연
안녕하세요, 핀란드에서 교환학생 중인 미래에셋 글로벌 특파원 김서연입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우나'라는 말이 핀란드어에서 왔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셨나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핀란드인의 '시수' 정신과 함께, 그들의 고유한 문화인 '사우나'를 소개하겠습니다.

핀란드의 '시수(Sisu)' 정신

"The enigmatic power that enables individuals to push through unbearable challenges."

'시수(Sisu)' 정신은 한국 고유의 정서인 정()처럼, 외국어로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민족 고유의 정서입니다. '시수(Sisu)' 개념은 최근 학계에서 활발하게 연구될 정도로 전 세계적인 궁금증을 일으킨 단어입니다. 1940년에 뉴욕타임즈에서 'Sisu: A Word that Explains Finland'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시수(Sisu)' 개념에 대해 다뤘습니다. '시수(Sisu)'의 의미로는 많은 것들이 대입될 수 있지만, 종종 용기, 끈기, 또는 탄력성 등으로 번역되곤 합니다.

[인용문] The enigmatic power that enables individuals to push through unbearable challenges. Lahti, E. (2019) 'Embodied fortitude: An introduction to the Finnish construct of Sisu' International Journal of Wellbeing, Vol 9 (1), pp.61-82.

핀란드는 쌀쌀한 날씨와 백야/극야 현상으로 대표되는 북유럽 국가입니다. 5월부터 8월까지는 낮의 길이가 19시간 정도 지속되고, 반대로 겨울은 내내 해가 뜨지 않는 긴긴 밤을 견뎌내야만 합니다. 겨울철의 추위와 극단적인 일조 시간을 버텨내는 것은 핀란드인에겐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시수(Sisu)'는 북쪽의 극한 환경을 터전으로 삼아 수천 년 동안 긴 겨울을 버텨온 사람들의 민족적 특성을 묘사합니다.

핀란드 야경 사진

뿐만 아니라, 핀란드는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들과 지속적으로 마찰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실제로 800여 년간 스웨덴, 러시아를 포함해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핀란드는 피지배국으로서의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도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잃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혹자는 핀란드와 대한민국이 많이 닮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또한 역사적으로 주변국들과 숱한 전쟁을 치러야 했고, 식민 지배를 받았던 아픈 역사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결국 핀란드는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고통을 면면히 극복해 나가는 '시수(Sisu)'의 정신을 강조해왔고, 지금까지도 이를 민족적 자긍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사우나

핀란드 최초의 사우나에 대한 기록은 없으나, 초기 사우나는 목욕탕이나 보금자리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고, 병자를 돌보는 기능도 수행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핀란드인에게 사우나는 특별한 목적을 위한 사치 활동이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과 뿌리를 같이 하는 일상 그 자체입니다.

핀란드의 전통 사우나는 연기 사우나나 나무 사우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기 사우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도 하고, 난방을 하기도 까다로워 현재에는 나무 사우나가 전형적인 사우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우나 난로 안에 장작을 태우고, 그 열기로 바위나 돌을 뜨겁게 달굽니다. 달궈진 돌에 물을 뿌리면, 쉬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증기가 올라오는데, 핀란드어로는 'Löyly'라고 합니다. 고대 핀란드의 신앙에 따르면, 'Löyly'는 모든 생명체의 '생명력'을 나타내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우나의 증기는 심장을 뛰게 하고, 혈류를 흐르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명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핀란드 사우나 사진(1)
핀란드 사우나 용품 사진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핀란드인은 사우나라는 공간 자체에 엄청난 애정이 있습니다. 나무 향기와 증기의 냄새, 달궈진 돌에 물을 끼얹을 때 나는 쉬익거리는 소리. 이 모든 것은 핀란드인의 몸과 마음에 건강한 자극을 주며, 그들을 그들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핀란드에는 '사우나 향' 보디 워시도 있답니다. 재미있죠?

사우나 의식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핀란드인에게 사우나는 단순한 목욕을 넘어선 '삶의 방식'입니다. 핀란드의 사우나는 우리나라의 찜질방과는 다르게 가열된 돌에 물을 뿌려 증기를 일으키고, 달궈진 증기를 이용해 사우나를 즐기는 방식입니다. 핀란드인은 사우나를 통해 건강과 안녕, 그야말로 웰빙(well-being)을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동시에, 사우나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과 시간을 공유하는 사회적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보통 사우나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문화가 놀랍게 느껴졌습니다. 핀란드인은 사우나를 하는 동안 맥주를 즐기곤 하는데, 전라로 음료를 홀짝 마시고 있다고 상상하니 외국인인 저로서는 조금 민망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핀란드인이 사우나를 즐기는 방법 또한 아주 흥미롭습니다. Vihta 혹은 Vasta라고 불리는 자작나무 잔가지 다발로 자신의 몸을 시원하게 탁탁 칩니다. 이렇게 하면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핀란드 사우나 사진(2)
사우나 후 호수에 뛰어드는 사진

핀란드인의 사우나 의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차가운 바다나 호수에 뛰어드는 것까지가 비로소 완벽한 사우나 의식의 과정입니다. 핀란드인은 사우나 후에 차가운 공기에 몸을 노출시킴으로써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결과적으로 내면의 '시수(Sisu)'를 단련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고도 합니다. 극단적인 온도에 번갈아 몸을 내던지는 것은 실제로 엄청난 용기와 끈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음 물에 뛰어드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뜨겁게 달궈진 몸을 정반대의 온도를 향해 내던져야 하니까요.

현대의 사우나

핀란드 사우나 지도 사진
핀란드 내의 공공 사우나를 표시한 지도

대부분의 핀란드인은 일상생활을 하는 집 뿐만 아니라, 여름철 1-2개월간 시간을 보낼 자연 속의 여름별장을 하나씩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별장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사우나 시설입니다. 나무 사우나와 함께 사우나 직후에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호수가 근처에 있다면 그것은 전형적으로 완벽한 여름별장의 위치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식 아파트는 어떨까요? 핀란드인의 사우나 사랑은 아파트에까지 이어집니다. 도시 아파트에는 전기식 스토브를 갖춘 전기 사우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스위치를 켜기만 하면 전기 스토브가 돌을 가열하고, 약 45분 후면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훨씬 간편하고 현대적인 방식의 사우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현대식 사우나까지 합치면, 핀란드 전체에는 약 300만 개가 넘는 사우나가 있다고 합니다. 이조차도 정확한 수를 헤아릴 수 없어, 핀란드에는 사람보다 사우나가 많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핀란드 사우나 사진(3)

헬싱키 관람차 사우나(Skysauna)

핀란드에서 사우나를 발견할 수 있는 장소는 무궁무진합니다. 심지어는 헬싱키의 관람차에도 사우나가 있습니다. 핀란드의 사우나 사랑이 정말 대단하지요? Skysauna는 헬싱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대관람차 사우나입니다. 관람차 캐빈에는 한 칸에 4~5명 정도가 탑승할 수 있고, 사우나를 즐기며 동시에 헬싱키 바다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관람차 사우나 사진(1)
관람차 사우나 사진(2)

취재를 위해 직접 관람차 사우나에 가보았습니다. 1시간 이상 단위로 예약을 할 수 있고, 예약한 시간 동안 관람차 사우나 및 기타 부대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관람차에서 타고 내리기 위해서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 무전기를 지급받았습니다. 관람차에 타고 내릴 때만 무전기를 켜서 의사를 전달하면, 무리없이 상하차를 할 수 있도록 직원이 도와줍니다.

사우나 안에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현대에 흔한 형태인 전기식 스토브가 있고, 양동이에서 물을 떠서 스토브에 뿌리면 됩니다. 증기(Löyly)가 생기면서 관람차의 유리창을 뿌옇게 만들기도 합니다. 물을 과도하게 뿌려서 공기가 너무 더워졌을 경우를 대비하여, 관람차 천장에는 여닫을 수 있는 창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관람차 내부가 나무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우나라는 공간의 향과 습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람차 사우나 사진(3)
관람차 사우나 사진(4)

이용객에 한하여 1인당 2캔씩 음료를 지급하는데, 이걸 들고 관람차에서 사우나를 즐기니 핀란드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우나가 끝난 후에는 마련된 자쿠지(기포가 나오는 욕조)로 들어가 스파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직접 바다 수영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남습니다.

모든 도시의 랜드마크 기능을 수행하는 관람차에까지 사우나를 만들어 운영하는 핀란드인들을 보면서, 사우나가 정말 핀란드의 문화 정체성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수(Sisu)' 정신과 관련지어 사우나 문화를 생각해보니, 마치 마음을 단련하는 수양의 장소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찜질방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또한,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 지 궁금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미래에셋 글로벌 특파원 김서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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