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이란 단어 자체가 가진 의미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기존에 국가에서 지급하는 국민연금의 지급 시기를 변경하거나, 지급 금액을 변경하는 등의 행위를 '연금개혁'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연금을 지급받는 나이가 기존 63세에서 64세로 변경되는 것, 기존에 월 100만 원씩 지급되는 것이 월 90만 원으로 변경되는 것 모두 연금개혁에 속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빨리 들어선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후 약 115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고령 사회로 접어들었고, 2050년에는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는 연금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8%를 지출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연금 지급방식의 변화에 따라 경제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중요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돈을 벌어 세금을 지불하는 경제 인구가 점점 줄고, 연금을 제공해야 하는 노인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프랑스 노인들의 기대수명 역시 2050년에는 남·여 모두 약 90세에 육박하게 될 전망으로 국가의 입장에서 이러한 연금과 관련한 문제는 누군가 총대를 메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이번 개혁안이 반대 시위를 일으킬 만큼 큰 파장을 부른 이유는 프랑스인들의 가치관과는 너무나 맞지 않을뿐더러, 꽤 강압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일상생활부터 학업과 사회생활까지 다양한 방면해서 '개인의 자유와 시간'을 굉장히 중요시 여깁니다. 이와 더불어 프랑스의 연금은 노년층의 소득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그 중요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앞선 개혁안을 다시 살펴보았을 때, 프랑스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나이는 64세, 100% 수령을 받기 위한 근속연수가 43년으로 확대된다는 것은 21세부터 일을 시작해 64세까지 일을 지속해야 하며, 갑작스레 2년 더 본인의 일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잠시 대한민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 정년은 60세이고, 연금 수령은 63세(출생연도에 따라 차이 발생)부터 시작됩니다. 즉, 원래부터 정년과 연금 수령까지의 공백이 어느 정도 존재하였기에, 대부분 노후에 대한 대비와 정년 이후의 생활에 대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와 달리 62세의 정년과 동시에 연금수령을 시작,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년을 맞이함에 따라 국가로부터 수령하는 연금이 이들의 직접적인 소득이 되기 때문에 정년 후 일자리를 찾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번 개혁안은 프랑스 사람들이 갑작스레 2년동안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을 야기한 것이기에, 업무 시간 외에 연락하는 것조차 큰 민폐로 생각하는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일 것입니다. 특히, 정년의 종류가 직군마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2년을 늘리고자 한다는 점에서 정년이 짧은 노동자들에게는 더 큰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결국 시민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처형을 당한 루이16세 황제에 빗대어 더 거센 시위를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3월 말에는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서 한 달 가까이 거리 청소가 이루어지지 않아 파리에 수많은 쓰레기들이 쌓이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3월 24일, 시위대가 보르도 시청사 정문을 불태우고, 심지어는 마크롱 대통령이 자주 방문하던 식당에도 방화사건이 이어지는 등 점차 위험천만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면서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들 모두 상해를 입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프랑스에서 교환학생 활동을 이어가고, 파리와 가까운 지역인 트루아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 제가 아닌 프랑스에 거주하는 현지인, 교환학생 등등 많은 이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시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요 도시를 제외하면 시위대가 형성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폭력적인 형태의 시위의 경우, 해당 시위대를 중심으로 지자체에서 미리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이에 휩쓸리는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통과된 법안에 대한 절충안을 만들고, 타협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위의 규모 역시 이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교통문제'는 어떨까요? 단순히 여행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 갑작스레 지연되는 현상을 보면 당황하기 쉬울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ILL DE FRANCE'라는 어플을 통해 도시마다 현재의 교통상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방문 전에 설치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위가 막 시작되던 시기에는 기차편이 취소되면 큰 파장이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이 정도 큰 규모의 대중교통이 급작스레 취소되는 사례는 거의 사라지고 있으며, 만약 발생하여도 바로 옆 라인에 사태에 대비한 예비 교통편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2023년 상반기 프랑스 전역을 뜨겁게 달궜던 경제 이슈인 '연금개혁'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미래의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가, 현재 국민들이 겪을 불편함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앞으로도 수많은 상황에서 발생할 것입니다. 특히, 고령화 사회를 넘어 이제는 고령 사회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이슈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사건이 많은 귀감이 되어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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