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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학도가 본 독일
(2021년 05월 기사)

도시공학도가 본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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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5월 기사)
기고: 미래에셋 글로벌 특파원 25기 윤정현
안녕하세요!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약 두 달간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온 윤정현입니다. 저는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만큼 여러 도시들을 방문하고 느끼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정작 집 밖도 잘 다니지 못한 채 돌아왔습니다.
잠깐이라도 유럽에 교환학생을 다녀오신 분들 모두 도시를 걸으며 '와~ 예쁘다'라고 한번쯤은 생각했을 겁니다. 한국과 다른 유럽 도시들의 이국적인 모습들 덕분입니다. 하지만 단지 건물의 모양들과 빨간 지붕의 모습만이 감동을 준 것은 아닙니다. 제가 느낀 한국과 가장 다른 유럽 도시들의 모습은 바로 '휴먼스케일'입니다. 쉽게 정의를 설명드리자면 휴먼스케일은 '사람의 체격을 고려한 척도'입니다. 휴먼스케일이 낮은 높이의 건물들 덕에 도심 속을 걸으면서도 눈에 들어오는 하늘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을 겁니다. 반면 한국의 도시를 떠올리면 빽빽하게 늘어선 고층 건물과 아파트 단지들이 떠오를 겁니다. 제한된 면적에 높은 용적률을 통해 수익을 내야하는 한국의 아파트들은 때론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한국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휴먼스케일이 적용이 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독일 건축물을 표현한 그림
사람의 동선에 따라 저층 건물을 배치한 아파트 설계도 사진
사람의 동선에 따라 저층 건물을 배치한 아파트 설계도 - 서울시 고덕강일지구

독일은 건물의 고도제한이 엄격한 편입니다. 대부분의 건물은 고도제한으로 인하여 5층까지 밖에 지을 수 없습니다. 보행자들에게 이러한 낮은 고도의 건물들은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하고 안정감을 가져다 줍니다. 특이한 점은 독일에는 재건축 허가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노후 건물의 기준이 약 20~30년으로 짧은 반면에 독일은 노후 건물의 기준을 시간으로 측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독일 부동산 매물 중 대부분이 1960년 이전에 지어진 매물입니다. 게다가 역사가 깊은 건물은 철거를 허가하지 않고 리모델링을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건물들이 모여 예쁜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하는 독일 주택의 모습 사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하는 독일 주택의 모습
1850년대에 지어진 독일 주택의 매물 광고 사진
1850년대에 지어진 독일 주택의 매물 광고

건축물 뿐만 아니라 독일 도시에선 사람을 고려한 특징들을 더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독일에 교환학생을 다녀오신 분들은 다들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을 겁니다. 바로 횡단보도 입니다. 한국은 도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보행자보다는 차량을 우선시 하는 도시 계획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도로 위에서는 사람보다는 차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겐 횡단보도에서 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보행자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보행자들은 차들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습니다. 독일에 있을 때, 기숙사 앞 마트에 가는 길에서 차가 와서 저는 당연히 먼저 지나가길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차도 멈춰서서 제가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어색한 몇 초가 지나고서야 저는 황급히 길을 건넜습니다. 정말 사소한 일이었지만 저는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 차이에 많이 놀랐습니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은 도시공학과에서 도시 설계를 하면서 많이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몸으로 그 말을 체험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독일에 와서 놀란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도 자유롭게 타고 내리며, 큰 유모차 두세 대씩을 들고 버스에 승차하는 등 한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독일의 시내버스는 거의 대부분이 저상버스이기 때문입니다. 보도블럭의 높이에 맞춰진 저상버스는 도시를 살아가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까지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훌륭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저상버스의 비율이 10%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정' 사람들만이 자유롭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한국과 다르게 독일에서는 교통약자들도 더 이상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됩니다. 문화를 떠나서 차보다는 사람이 우선되는 기본적인 독일 도시들의 '철학'이 이러한 차이점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행자가 먼저 도로를 건너고 있는 모습 사진
보행자가 먼저 도로를 건너고 있는 모습
유모차를 손쉽게 버스에 올리는 승객의 모습 사진
유모차를 손쉽게 버스에 올리는 승객의 모습

이 외에도 독일은 현재 스마트시티 잠재국가로 인정받는 만큼 도시개발에 여러 힘을 쓰고 있는 나라입니다. 실제로 독일 뿐만이 아니라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시민들이 쉽게 강변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유모차를 손쉽게 버스에 올리는 승객의 모습 사진
마지막으로 독일에 여행오지 못하신 분들에게, 또는 무심코 지나쳤을 분들에게 사진 하나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도로에 박혀 있는 저것은 '발부리 아래의 돌'이라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는데, 길가에 작은 금속판을 박아 이 집에 살던 사람이 나치에 끌려가 숨졌음을 알리며 '누가 언제 어디로 끌려가 어떻게 사망했는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보도에 설치해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게 했는데 이런 점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독일의 진정성 있는 면모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댓글목록

최종호님의 댓글

최종호

우리 나라도 개선이 되고 있지만  사람을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휴먼스케일 이지요

윤진근님의 댓글

윤진근

맑은 하늘을 보는만큼 기분좋은것도 없죠 ^^ 휴먼스케일

허석구님의 댓글

허석구

좋은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도 차차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 휴먼스케일" 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