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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의 나라, 스웨덴을 바라보며
(2021년 01월 기사)

그레타 툰베리의 나라, 스웨덴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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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1월 기사)
기고: 미래에셋 글로벌 특파원 김영벽
you have stolen my dreams and my childhood with your empty words. And yet I'm one of the lucky ones. People are suffering. People are dying. Entire ecosystems are collapsing. We are in the beginning of a mass extinction, and all you can talk about is money and fairy tales of eternal economic growth. How dare you?

당신들은 나의 꿈과 어린 시절을 허황된 말들로 빼앗고 있습니다. 그리고 난 아직 운 좋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죽어갑니다. 생태계는 붕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 문턱에 와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전부 돈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 그레타 툰베리의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문채 中

안녕하세요. 스웨덴 함스타드 대학교에서 교환학생 중인 김영벽입니다. 저는 이번 글을 통해서 전 세계인의 공감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한 소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이 소녀가 전하는 메시지는 모두가 함께 나누어야 할 고민이자 숙제를 남겨주었습니다.

2018년 여름,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 한 소녀가 서있었습니다. 16살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변화에 대해 권력자들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팻말과 함께.

피켓 시위를 표현한 그림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를 하는 그레타 사진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그레타 툰베리의 등교 거부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팻말을 들고 200일 정도 지난 뒤, 100개 이상의 나라에서 수백만 명이 참가한 청소년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의 후폭풍을 그대로 맞는, 직접적인 피해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는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다보스포럼, 유럽연합 등 수많은 단체로부터 주목 받았습니다.

제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더욱 놀랐던 지점은 용감한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도 있겠지만, 작은 소녀의 외침에 귀 기울이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스웨덴 사회의 힘이었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권력의 유무에 관계없이, 관심을 호소하는 이에 대한 공감과 존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은 정치적으로 불리하다는 이유로 그레타 툰베리를 조롱하던 트럼프의 모습과, 나이를 훈장삼아 멱살 잡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더 확고해졌습니다.

가정해 보세요. 김철수라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등교를 거부했습니다. 김철수는 청와대 앞과 대한민국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앞에서 번갈아 가며 시위를 했습니다. "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유의미한 대책을 내 놓을 때까지 등교를 거부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요? 김철수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요?

짐작하건대, 김철수의 행동은 한국에서 박수 받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관심이라도 끌면 성공한 것이겠죠. 그레타 툰베리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들먹이며 '자폐증 환자의 허언'이라며 비난하던 풍경과 다르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입시가 청소년의 최고 덕목인 우리사회에서 자신의 양심에 따라 최고 덕목을 배반하는 중학교 2학년생 김철수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딪힐 것입니다.

스웨덴에서 타자에 대한 배려를 다시 한번 느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이민자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웨덴을 백인으로 생각합니다. 저 또한 스웨덴에는 온통 키가 크고 머리가 노란 사람들로 가득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1960대 이후 스웨덴은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고 이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4년 이민자통합정책지수(MIPEX)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스웨덴이라고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난 혹은 전쟁, 여타 수많은 조건들로 인해 고국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이처럼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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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같이 한 중학생 친구들. 소말리아에서 5년 전 이민 온 빌리부터 스웨덴 부모를 가진 친구까지 다양한 배경과 이야기를 갖고 있다.
스웨덴에는 스웨덴 음식점이 거의 없습니다. 있어봐야 미트볼에 으깬 감자 정도입니다. 길거리에 나가면 프랑스, 이탈리아부터 인도, 터키, 일본 음식점 등 세계 음식점들로 가득합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케밥과 피자, 햄버거집이 80%는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음식점 종류에서 다양성을 수용한 스웨덴 사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스웨덴 미트볼 사진 프랑스 리소또 사진 스웨덴 케밥피자 사진
스웨덴 미트볼, 프랑스 리소또, 그리고 스웨덴 외식 업계를 독과점 해버린 케밥피자

두 번째는 채식 문화였습니다. 스웨덴에서 채식은 하나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식당에 가면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들이 필수적으로 존재하고, 대형마트에 가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대체품을 모아놓은 코너도 있습니다. 그곳에는 콩으로 만든 치즈, 소시지부터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다양한 식품들로 가득합니다.

비건소시지와 비건미트볼을 마트에서 구매해 직접 만든 또르띠아 사진 버거 체인 MAX의 채식 햄버거 메뉴들 사진
비건소시지와 비건미트볼을 마트에서 구매해 직접 만든 또르띠아, 버거 체인 MAX의 채식 햄버거 메뉴들

채식은 동물복지와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살육 당하는 동물에 대한 공감과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포괄하는 것입니다. 결국 육식의 즐거움을 내려놓으면서 동물과 생태계, 그리고 기후변화로 고통 받을 미래세대를 생각할 줄 알아야만 채식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그레타 툰베리, 이민자, 채식은 연결된 것으로 스웨덴 사회를 나타내는 하나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스웨덴에서 먹은 비건 파스타 사진 스웨덴에서 먹은 비건 비타민 사진
스웨덴에서 먹은 비건 파스타와 비건 비타민
저는 교환학생을 위해 2월에 스웨덴에 도착했고 3월에는 유럽 전역에 코로나19가 폭발했습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 때문에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교환학생을 갔던 친구들은 아시아인에게 자행되는 폭력과 위협에 못 이겨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프랑스, 독일, 동유럽으로 갔던 친구들도 대부분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 스웨덴 함스타드 대학교로 파견되었던 5명의 한국인은 모두 학기를 마치고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한번도 스웨덴에서 인종차별을 겪거나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된 적이 없었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저에게 헤이헤이(hej hej)! 라고 인사했습니다. 스웨덴에서 헤이헤이는 Hi와 같은 인사인데, 어떤 상황에서든 스웨덴어로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그들은 저를 스웨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제가 교환학생을 하기 위해 잠깐 스웨덴에 온 한국사람이고 스웨덴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그제서야 유창한 영어로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이를 통해 인종과 피부색에 관계없이 그들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행 중 볼 수 있었던 신비로운 오로라 사진
여행 중 볼 수 있었던 신비로운 오로라
어느 호텔에 걸려 있던 그레타 툰베리 사진
함스타드 틸로샌드 해변,
어느 호텔에 걸려 있던 그레타 툰베리
한국은 하루 만에 택배가 도착하고 음식은 15분이면 배달되는 나라입니다. 공무원들의 일처리 속도 또한 상상을 초월하며 언제 어디서나 4G가 펑펑 터집니다. 인터넷 속도는 오래 전에 1000mb가 넘었으며 코로나19로 드러난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던 실력과 시스템에 자부심을 느껴도 충분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속도와 경쟁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도 김철수를 노벨상후보로 만들어 봅시다. 아! 그렇다고 기존 방식대로 '노벨상 준비반'이나 '노벨상 특수목적 중학교'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능력시험에 '노벨상 직무능력평가'를 추가해서도 안 됩니다. 김철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겁니다. 국영수 성적만이 아니라 생태계와 인간,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인정하고 칭찬해야 합니다. 그리고 김철수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를 가졌을 수도 있고, 2018년에 들어온 예멘 출신 이민자의 자녀일 수 있다는 점을 늘 인정해야 합니다.

"Can you hear me?" 기성세대에게 던지는 미래세대의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합시다.

메인 사진 출처: ⓒ MHM55, 위키피디아(https://commons.wikimedia.org/)

댓글목록

채명희님의 댓글

채명희

정말 잘 읽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선진국에 거의 발을 내디딘 우리 나라. 이제 국민의식도 상당히 올라왔습니다만 작은 이의 관심사에도 귀기울이는 따뜻한 심장을 가진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