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아프리카 산 과일들이 유럽대륙에 전해지게 됐습니다. 이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스페인 남부 유명한 관광지 '그라나다'의 이름입니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어로 석류를 뜻하며,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과일들이 각 도시에 자리잡는 과정에서 스며든 흔적입니다. 그라나다에 가면 곳곳에서 석류를 모티브로 한 건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이에 위치한 남부지역, 특히 말라가 대학교가 위치한 '말라가'와 무슬림들의 중심 지배지가 되었던 '세비야'는 가로수를 오렌지 나무로 심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과일이 이베리아 반도로 넘어왔습니다.
유럽 대륙의 과일과 아프리카 대륙의 과일이 혼재하는 장소가 된 이베리아 반도. 2020년 한 해 동안 스페인이 전 세계로 수출한 과일 주스는 933,642톤으로 세계 4위의 규모입니다. 특히 감귤, 자몽, 레몬, 오렌지, 파인애플 주스의 수출은 전 세계 5위 안에 들고, 토마토와 포도의 수출량은 세계 1위입니다(FAO, 2022). 웬만한 열대과일 산지 국가보다 많은 수출량을 보여준 스페인. 그 시작은 과거 이슬람 왕국의 지배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무슬림 정복 흔적들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특히 가로수를 목적으로 심은 오렌지 나무의 열매가 맛이 없다는 것입니다. 드물게 내리는 비와 강렬한 햇빛에 겉으로 보기에는 탐스러운 색으로 오렌지들이 열리지만 실제 그 맛은 시고 떫다고 합니다. 거리에 떨어진 오렌지를 밟으면 끈적해질뿐만 아니라 벌레까지 꼬이게 되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오렌지 나무를 보유한 세비야는 무려 5만여 그루의 오렌지 나무가 있는데, 말라가와 그라나다를 포함하여 보면 대략 45,000톤가량의 열매를 맺습니다. 그렇게 버려지는 오렌지는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길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했습니다. 각 지자체는 산도가 높은 오렌지 가로수를 처리하기 위해 오렌지 마멀레이드와 같은 상품을 만들어 수출해왔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도 아닐뿐더러 시간과 투자 대비 엄청난 효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골칫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세비야 시는 버려진 오렌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세비야 시는 시립 수자원 회사인 이마세사(EMASESA)와 협력하여 버려진 오렌지 35톤을 활용해 전력공급 시험을 했습니다. 시 측 설명으로 '열매 1톤당 전력 50킬로와츠(kWh)가 생산 가능하며, 세비야 시에 버려진 오렌지를 전부 활용한다면 하루에 약 73,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세비야 시장은 "스페인 정부의 '탄소 배출량 감소'와 '순환 경제 달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스페인 남부지방의 골칫거리였던 오렌지 열매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내는 과정을 알아봤습니다. 가을의 골칫거리인 한국 은행 나무로도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낼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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