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브랜드 제품의 가품들이 곳곳에서 많이 판매되고,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어 최근 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이런 고유성과 희소성이 중시되는 산업군에서 '고유성'을 인증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문제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NFT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NFT를 생성하는 순간, NFT에 대한 모든 데이터가 하나의 블록으로 만들어집니다. 그 블록에는 원작자와 언제, 얼마나 만들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만약에 제가 그 NFT를 산다면, 이 NFT의 소유권은 저에게 있다는 인증서가 원조 블록 위에 블록으로 만들어집니다. 제가 또 다른 사람에게 팔면, 판매 기록이 또 다른 블록이 되어 체인처럼 연결된 블록 체인이 됩니다. 이 점은 빈티지와 다른 부분입니다. 빈티지는 누가 처음 소유하여서, 누구에게 판매하였는지 기록을 알 수는 없으니까요.
누가 이 판매기록을 위조해서 자기 걸로 만들려고 할 수도 있지 않냐고요? 블록 체인의 시스템 상, 데이터를 위조하고 싶으면 전체 블록을 모두 바꿔야 하는데,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위조가 어려운 NFT는 판매기록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지금 그 물건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위조된 가짜 상품을 팔려고 하면, NFT를 통해 가치와 정보를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가품과 진품을 가리는 미술시장에서 더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럼 오스트리아에서는 과연 어떤 분야에서 이 NFT를 활용하고 있는지,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로는 가장 유명한 사례인 벨베데레 미술관의 NFT입니다. 지난 2월 14일, 벨베데레 미술관은 소장품 중 대표작인 클림트의 <키스>를 10,000 조각의 NFT로 판매했습니다. 한 조각당 0.65이더리움, 한화로 약 240만 원의 가격이 책정되었는데, 구매자가 소유하게 되는 조각은 랜덤으로 결정됩니다.
저 역시 실제로 벨베데레 미술관에서 클림트의 <키스>를 관람하였는데 워낙 유명한 작품인 만큼, 사진으로 여러 번 접하였으나 실물이 주는 감동이 엄청났습니다. 벼랑 끝에서 키스를 하는 두 연인의 곁을 감싸는 금빛이 어려움과 고난이 있어도 사랑으로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여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NFT로 이렇게 조각을 구매하여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미술관에서 들여다본다면 새로운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 작품을 소유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이렇게 조각으로 나누어 가격 단가를 낮춘다면 한번쯤 좋아하는 작품을 구매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위조나 보관 걱정 없이 NFT로 내 소유권을 보증할 수 있으니 미술품 시장에서는 무척 환영할 시스템이겠죠? 실제로 전 세계의 미술관들이 NFT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운영 자본을 마련하는 것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와인 역시 미술품 못지 않게 진품과 제조 일자, 그리고 재료 정보가 아주 중요한 상품인 만큼 NFT의 장점을 잘 곱씹어보면, NFT와 와인의 융합이 뜬금없는 조합은 아닙니다. 블록 체인을 통해 와인의 생산지, 제조 일자, 브랜드 등 정보를 기록하고 소유권의 이전 기록이 위조 걱정 없이 남겨지니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또 와인의 가격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숙성 기간입니다. 오래된 와인일 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와인. 오래될 수록 맛도 풍미도 좋아지지만, 그 희귀성 때문에 가치가 더 오르는 것이겠죠? 이런 '희귀성'과 '고유성'이 핵심인 자산, NFT의 개념과 잘 들어맞는 상품인 것 같습니다.
집에 와인 창고가 있지 않은 이상 이런 와인들을 좋은 컨디션에서 장기간 보관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NFT와인은 NFT를 통해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문 업체의 창고에 보관하며 사고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소유권을 넘겨줄 수 있으니 무척 간편합니다. NFT 시장에서 와인이 새로운 스타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술작품과 와인, 다시 생각해보니 컬렉터들이 많은 카테고리인 것 같습니다. '수집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아이템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마지막 주인공은 바로 NFT 우표입니다. 오스트리아 우체국은 2019년, 세계 최초로 NFT 우표를 발행하면서 NF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후로 매년 'crypto stamp'라는 전자 우표를 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에 파견 온 이후로 저도 한국으로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 우체국을 방문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처음 우체국을 방문했을 때 국제 우편을 보내려면 어떤 우표를 구매해야 하는지, 또 보낸 뒤에는 어떻게 배송되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몰라 쩔쩔맸습니다. 실제로 우편비를 제대로 지불했음을 증명하는 우표는 우체국과 고객 모두 확인하고 추적하는 과정이 꽤 까다롭고 아날로그적입니다. NFT우표를 활용하여 우편을 보내면 위에서 말씀드렸듯, 블록 체인을 통해 과정을 간편하고 견고하게 기록하고 전달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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