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는 대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때때로 식민지에서 비롯되어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며 해당 국가의 고유성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아주 작은 나라이지만 세계적인 여행지로 명성이 난 마카오의 경우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으면서 원래의 마카오 음식에 다양한 요리가 섞여 오직 마카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마카오식 포르투갈 요리인 매캐니즈가 탄생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매캐니즈 요리는 마카오를 여행하면서 맛보아야 할 특별한 음식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마카오 사람'이라는 뜻의 '매캐니즈(Macanese)'는 대항해시대 포르투갈 선박이 마카오에 상륙한 이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생겨난 중국과 포르투갈의 혼혈인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것이 음식에 뚜렷이 반영되면서 포르투갈이 점령한 마카오에서 그들의 특징이 반영되어 유럽과 중국의 퓨전음식을 지칭하는 의미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즉 마카오에 융화된 해외의 다양한 문화가 항로 기항지를 따라 각 대륙으로 확대됨에 따라 현재 매캐니즈는 마카오에서 태동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가 어우러진 퓨전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매캐니즈 요리라고 하면 화려하고 다양한 광둥요리(廣東料理)와 대항해시대의 모험정신이 묻어나는 포르투갈 요리가 만나서 탄생한 음식을 일컫는다. 이는 마카오에서만 맛볼 수 있는, 400년 이상 중국, 유럽,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등 각 나라의 다양한 재료와 독특한 향신료, 조리법이 융화돼 발전한 마카오만의 고유한 음식문화라 할 수 있다. 식민지의 유산이지만 마카오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직 마카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음식으로 차별화했다. 매캐니즈 요리는 지난 2012년부터 마카오 무형 문화 유산으로 관리되고 있다. 마카오에서 발아해서 길고 긴 역사를 이어오면서 마침내 마카오 고유의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높인 것이다.
대항해시대 당시, 서양의 탐험가들이 나침반 하나에 의지해 망망대해를 뚫고 처음으로 도착한 동양이었던 마카오. 다시 말하면 마카오는 서양의 맛이 동양의 맛에 녹아들기 시작한 시작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마카오를 차지한 포르투갈인들은 마카오 현지나 인근 국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포르투갈 요리를 해먹었다. 이때부터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 광둥 요리법이 포르투갈식과 결합한 덕분에 마카오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독자적인 음식문화를 가진 도시가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 마카오의 음식들은 대부분 포르투 와인과 찰떡궁합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금도 마카오에서는 매캐니즈 음식점이 맛집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포르투갈 가정식을 선보이는 오마누엘을 비롯해 마카오 현지인들의 맛집으로 항상 사람들이 붐비는 알리 커리 하우스, 마카오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 가게로 손꼽히는 곳이자 우리나라의 영화 <도둑들>에 촬영지로 등장하기도 한 로드 스토우 카페이 대표적이다.
마카오에 포르투갈이 들어온 지 4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대가 거듭되면서 마카오 사람들까지 가세해 다양한 요리들을 개발해 그들만의 맛있는 문화로 정착한 매키니즈 요리. 그 독특한 매력으로 인해 미슐랭 가이드북은 2009년부터 홍콩~마카오 편을 발행하기 시작해 매년 최소 30개 이상이 추천되고 있으며, 마카오는 2017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NC)에 의해 미식의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으니 매키니즈 요리의 위엄은 실로 대단하다.
오징어 샐러드, 그린 샐러드 등이 일반적이며, 포르투갈식 소시지 구이인 초리조 역시 애피타이저에 해당한다.
매캐니즈 요리 중 한국인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요리로 '볶음'이지만 조개탕 느낌이 물씬 나는 음식으로 조개를 올리브오일에 볶아낸 후, 화이트 와인과 다진 마늘, 레몬즙을 넣고 끓여내는 요리다. 조개 특유의 시원한 맛과 올리브오일의 고소함이 느껴져 와인 안주로 제격이다.
머드 크랩을 통째로 넣어 만든 커리로 매캐니즈 요리에서 가장 비싼 요리다. 인도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대표적인 매캐니즈 요리로, 인도 커리 특유의 톡 쏘는 맛과 부드러운 코코넛 밀크가 결합된 소스가 일품이다.
한국의 생선구이인 정어리 구이와 비슷한 것으로 매캐니즈 요리에서 의외로 즐겨먹는 음식으로 직화 그릴에 정어리를 구운 후,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 경우에 따라 와인 소스를 부어 먹기도 한다.
세라두라는 포르투갈의 전통 디저트가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부드러운 생크림과 곱게 간 쿠키 가루를 층층이 올린 후 스푼으로 떠먹는 디저트다.
명실상부 마카오 대표 디저트인 에그타르트는 200년 전, 포르투갈의 한 수도원에서 탄생한 디저트로 마카오에 도착해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과 그 위에 얹은 캐러멜의 쌉쌀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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