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최근 '사퀴트리(CHARCUTERIE)'라는 이름을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사퀴트리는 고기와 고기 부속물 등으로 만든 육가공품을 총칭하는 프랑스어로, 'Chair(살코기)'와 'cuit(가공된)'가 합쳐진 말이다. 사퀴트리는 유럽 전통의 가공육으로 소금에 절이거나 바람에 건조하는 방식, 훈연하는 방식, 익히고 찌는 방식 등으로 만들어진다. 스페인의 하몽(Jamon), 이탈리아의 프로슈토(Prosciutto)와 살라미(Salami), 프랑스의 리예트(Rillette)와 잠봉(Jambon) 등이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사퀴트리의 종류다. 잠봉처럼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메인 메뉴를 먹기 전 제공되는 전채요리나 간단한 와인 안주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사퀴트리에 대해 소개한다.

19세기 말, 사퀴트리 요리가 연회 메뉴에 등장하게 된 것은 사퀴트리 전문가 루이 프랑수아 드론(Louis-Francois Drone) 덕분이었다. 1825년 사르트(Sarthe)에서 태어나 2제정 시기에 파리에 정착한 드론은 사퀴트리 분야에 새로운 가공법을 선보였다. '사퀴트리계의 카렘'이라 불렸던 드론은 기념비적인 저서 『구식과 신식 사퀴트리 개론(Traité de la charcuterie ancienne et moderne)』을 남기면서 사퀴트리의 레시피를 명문화한 것은 물론 사퀴트리의 명성을 높이고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이어 사퀴트리를 다양한 요리로 선보이며 미식세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게 한 귀스타브 카를랭 셰프의 '사퀴트리로만 구성된' 코스 메뉴가 알려지면서 사퀴트리는 반드시 맛보아야 할 음식으로 엄청난 수요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채소나 치즈, 빵 등 다양한 식재료와의 궁합이 아주 우수한 것은 물론 훈연향과 육향이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깊은 풍미를 가지고 있는 사퀴트리는 시대를 이어오면서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요리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가공육으로 인정받고 있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사퀴트리를 이용한 요리 역시 저마다의 맛과 매력을 가지고 있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문점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 높은 음식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마시대부터 이어온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전통 방식대로 만든 사퀴트리를 현대인들도 즐길 수 있는 것은 고집스럽게 사퀴트리를 제조해온 장인들이 남겨준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