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호님의 댓글
유한호
한가위명절에 손수 만들어 먹는 송편이 점점 사라져가고,
인터넷 주문으로라도 옛추억을 맛보려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세태가 조금은 안타까움을 느끼곤 합니다.
흩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애를 키우고, 서로 기쁨과 고마운 마음을 나누는 추석. 이와 비슷한 문화가 세계 곳곳에 있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나 공통적으로 이때 나누어 먹으며 분위기를 더하는 음식이 존재한다. 저마다 종류와 맛은 천차만별이지 만 한결같이 풍요와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과 의미를 담았다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세계 각국에서 추석의 의미로 지내는 시절과 그와 관련된 음식에 대해서 알아본다.
우리나라의 추석은 '한가위'라고도 불리는데 '한'은 '크다'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설과 함께 민족 대명절로 꼽히는 추석에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해 수확한 햅쌀로 저마다의 솜씨를 발휘해 송편을 빚어 먹는 풍습이 있다. 송편은 지역에 따라 모양과 넣는 소가 다양한 특징을 가진다. 송편은 떡 반죽에 콩, 깨, 꿀 등 다양한 소를 넣어 빚고 쪄서 완성하는 음식으로 최근에는 색과 모양이 더욱 다양해져 풍미를 더한다. 송편 모양의 특징을 살펴보면 가운데가 볼록한데 이는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중국의 '중추절'은 춘절, 청명절, 단오절과 함께 중국의 4대 명절 중 하나로 중국인들은 농사의 풍년과 흉년은 달이 관장한다고 생각해, 중추절에 달맞이 행사와 함께 달을 향해 제사를 올리는 풍습이 있다. 이때 밤, 수박, 배, 감 등 달처럼 둥근 과일과 함께 월병을 제사상에 올린다. 월병은 밀가루와 달걀, 설탕 등을 넣은 반죽 안에 살구씨, 호두, 땅콩, 참깨, 해바라기씨 등 다섯 가지 견과류와 과일, 장미 꽃잎, 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빚은 음식으로 가족 간의 원만한 관계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필리핀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만성절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로 대개 10월 31일은 만성절 전야라고 부르고, 11월 2일은 만령절이라고 부른다. 이 때 필리핀 사람들은 친척을 방문하고 조상들을 기린다. 이 시기에 음식도 빠지지 않는다. 찹쌀떡과 비슷한 맛과 모양의 비코 마하수만과 돼지고기를 조려 만든 미누도 피나티산이라는 음식이 그것이다. 인구의 80% 이상이 카톨릭 신자인 필리핀이지만 비코 마하수만과 미누도 피나티산을 먹으면서 저마다 바라는 바를 비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미국인에게 추수감사절은 신나게 즐기는 큰 페스티벌과 같다. 워낙 유명해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을 통해 누구나 익숙한 축제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이 시기에 먹는 추수감사절 음식으로 대개 통으로 구운 칠면조 요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칠면조가 전부가 아니다. 추수감사절에 칠면조와 더불어 빼놓지 않고 먹는 것이 바로 펌프킨 파이다. 칠면조가 추수감사절의 메인 요리라면 펌프킨 파이는 필수적으로 챙겨먹는 디저트인 셈이다. 찐 단호박과 생크림, 우유, 계란, 설탕, 시나몬 가루, 바닐라 등을 넣고 만든 호박 퓨레를 필링으로 파이지 속을 채워 구우면 부드럽고 달콤한 추수감사절 디저트 펌프킨 파이가 완성된다.
베트남의 추석은 '쭝투' 혹은 '뗏종짱'이라고 부른다. 뗏종짱은 음력 8월 15일로 추석이기도 하지만 어린이날과 비슷하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별, 물고기, 나비 모양의 장난감이나 등을 주고 등불 행렬에 함께 참여한다. 이 시기가 다가오면 부모는 자녀에게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고 보름달 맞이, 연등행사, 가면 만들기 등 갖가지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돕는다. 베트남식 월병 '빤 쭝투'는 속을 계란이나 돼지 고기로 채운 카스텔라 비슷한 빵으로, 친지나 이웃, 친구들과 선물로 주고받는 추석 최고의 선물이다. 또한 둥글거나 네모지거나 물고기 모양인 '느엉떡(Banh Nuong)', '재오떡(Banh Deo)' 같은 송편 비슷한 떡을 먹기도 한다.
한가위명절에 손수 만들어 먹는 송편이 점점 사라져가고,
인터넷 주문으로라도 옛추억을 맛보려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세태가 조금은 안타까움을 느끼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