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점은 미국 투자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는 것입니다. 상장명에 '미국'이 키워드로 들어간 종목의 순매수 합계가 6조 원을 넘었습니다. 이 중 시장 대표 지수인 S&P500지수 추종 상품군이 1조4,000억 원, 나스닥100지수 추종 상품군이 8,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상장명에 '미국'이란 키워드가 빠져 있더라도 미국 빅테크에 투자하는 각종 테마형 상품을 합치면 이보다 수치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상품군이 아닌 개별 종목으로 봐도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7,800억 원으로 가장 많은 순매수를 보였습니다.
시선을 전 세계 투자자로 돌려봐도 미국 주식시장 투자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약간은 독특한 양상이 보입니다. 작년 전 세계 주식형 ETF 중 S&P500 동일가중지수에 투자하는 다소 생소한 ETF가 자금 유입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름 그대로 모든 S&P500 주식 종목에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ETF입니다. 본래 S&P500지수는 각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대로 구성되는 시가총액가중 주가지수입니다. 국내에는 아직 '동일가중'이라는 개념이 생소하지만 작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원래 S&P500 동일가중 ETF는 미국·유럽·캐나다·호주에 상장돼 있었는데, 최근 아시아 최초로 한국 시장에도 관련 ETF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500개 종목을 동일가중으로 구성하는 'S&P500 Equal Weight Index'를 추종하는데, 모든 종목을 0.20%씩 편입해 분산 투자를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2024년 7월 말 기준 시가총액가중 방식 S&P500지수의 경우 IT 섹터 비중이 30%를 상회하고, 상위 10종목의 비중합이 34%로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반면 동일가중 방식의 S&P500지수는 IT 섹터 비중이 13% 수준이고, 상위 10종 목의 비중합이 2% 미만입니다. 결국 동일가중 방식의 포트폴리오는 모든 종목에 대해 동일한 비중을 부과하기 때문에 리밸런싱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습니다.
S&P500 동일가중지수는 미국 상위 500개 종목을 0.2%씩 균등하게 투자하면서 연 4회 분기마다 필요 시 종목 및 비중을 변경합니다. 그렇게 되면 투자자가 굳이 '오른 주식은 비싸게 팔고, 내린 주식은 싸게 사기' 위해 차익실현과 저가 매수를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리밸런싱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양호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90년부터 최근까지 30여 년간의 장기 성과 추이를 보면, 시가총액가중 방식의 S&P500지수 대비 S&P500 동일가중지수가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일가중지수가 시가총액가중지수보다 장기 성과가 좋다는 결과는 비단 미국 S&P500지수만이 아니라 일본, 호주 등의 시장 대표지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장기 성과뿐만 아니라 연도별로 수익률을 나누어 비교해도 미국 S&P500 동일가중지수가 시가총액가중지수보다 초과 성과를 기록한 연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성과 측면에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S&P500 동일 가중지수는 소수 종목이나 특정 업종으로의 쏠림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투자 대안이기도 합니다.
미국 시장 상위 500개 종목을 시가총액가중 방식으로 투자하는 S&P500지수는 2023년 1월부터 2024년 6월말까지 약 43% 상승했습니다. 이 중 M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 종목은 같은 기간 137%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S&P500지수 내에서 M7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인데, 이렇게 소수 종목 의존도가 높다 보니 시장 조정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 S&P500 동일가중지수는 500개 종목을 0.2%씩 동일하게 담기 때문에 특정 종목이나 업종 쏠림이 없습니다. 따라서 변동성이 커지는 장세에서는 특정 종목들에 투자가 집중되는 데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투자 방법입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쏠림이 완화되는 국면에서 S&P500 동일가중지수는 시장을 상회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결국 S&P500 동일가중지수는 미국 대표 종목에 투자하고 싶지만, 과도한 집중이 부담스러운 투자자에게 효과적인 투자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4년 들어 S&P500지수는 단기간 변동성은 있지만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S&P500 동일가중지수의 상대 성과는 S&P500지수 대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그 이유는 IT 섹터를 비롯한 M7 등 소수 종목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S&P500지수는 크게 상승한 반면, S&P500 동일가중지수는 상대적으로 저점에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S&P500 동일가중 지수는 하락 후 반등장세에서 시가 총액가중지수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하락장,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직후의 주가 폭락기와 이후 강세장 전환 등의 시기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시장 흐름이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S&P500 동일가중지수의 움직임에 대한 참고 지표로 활용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S&P500 동일가중지수는 앞으로 다가올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효과적인 투자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논의돼 온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하고 있는데, 우선 금리 인하의 단초가 되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물가 둔화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서프라이즈지수, 고용지표 등도 예상을 하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연내 1회 이상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밝히면서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 그동안 고금리 압박에 억눌려왔던 중소형주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중소형주는 경기에 민감하고 차입비용 상승에 따른 타격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습니다. 작년 경기침체와 고금리 압박으로 중소형주가 부진한 성과를 보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리가 인하되면 오히려 그간 억눌렸던 중소형주의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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