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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CONVERGENCE
2023년 한국 우주산업 육성의 정석 Vol.1
(2023년 03월 기사)

NEW CONVERGENCE 2023년 한국 우주산업 육성의 정석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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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03월 기사)
기고: 리서치센터 서병수 선임매니저
우주산업은 2023년 한국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최근 2~3년간 우주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변화와 한국의 상황이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래 성장 동력 부재에 시달리는 한국 입장에서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합니다.

2023년 우주산업은 민간 혁신기업에서 정부로 다시 무게중심이 넘어오고 있습니다. 2023년 전후 우수 산업은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등으로 대표되는 민간 혁신기업들의 엘도라도였습니다. 반면 2022년 우주산업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각된 지정학적 갈등으로 정부 투자가 늘어나면서 새롭게 부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우주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과거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풍력으로 확장한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실제로 한국 우주산업은 한국의 제조업 강점과 정부 수요 확대가 맞물려 성장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다만 그렇게 되려면 글로벌 우주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2023년 우주산업, 꿈을 넘어 현실이 될까?

1. 왜 지금 한국에서 우주산업이 부각하는가?

우주산업이 2023년 연초부터 국내증시에서 부각하고 있습니다. 우주산업은 증시 키워드로 회자되는 '에로배우(에너지, 로봇, 배터리, 우주항공)'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2022년말부터 우주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조짐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근 우주산업 관련주로 언급되는 기업들 상당수는 우주산업으로 제대로 돈을 벌지 못 하고, 해당 기업들이 우주산업을 통해 기업가치가 얼마나 증가할지 아직 모호합니다. 현실적으로 대다수 기업들은 별다른 근거없이 주가만 올랐다가 하락하는 테마주 수준입니다. 따라서 상당수 기업들은 단지 우주산업 수혜라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무모합니다.

그럼에도 우주산업이 왜 지금 한국 증시에서 부각하는지 그 맥락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우주산업 자체의 성장과 우주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둘째 우주산업을 둘러싼 국제적 환경 변화가 최근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우주산업 육성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아야 합니다. 셋째 미래 성장동력에 목마른 한국의 수많은 기업들의 욕구와 한국 기업의 현재 위치도 파악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 기업들이 잘 할 수 있으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충분한 규모를 가지고 있고 수출이 가능하면서 미래 성장성이 확인된 산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즉 2022년 12월 21일 국무총리 주관으로 발표한 우주개발진흥계획(2045년 우주경제 강국 실현, 우주항공청 설립 포함)은 국제적 환경 변화에 따른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새로운 먹거리를 찾은 기업들의 필요가 결합된 산물입니다.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0일 한반도 전역에서 UFO 소동을 일으켰던 국방과학연구소의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2차 비행시험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입니다. 특히 이미 누리호 발사가 적극 추진되는 상황에서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가 전면에서 미사일로 전용될 우려가 큰 고체연료 발사체를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 발사했습니다. 특히 우주산업의 주체로 정부 내에서 군이 나서는 모습은 생경하지만 앞으로 자주 나타날 모습입니다.

심지어 이런 모습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전 세계 트렌드입니다. 국가 권위주의가 강한 중국이나 북한 같은 나라들만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가 중심인 선진국들인 미국, 영국, 유럽, 캐나다도 우주산업을 민관이 결합된 국가 총력전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2. 전 세계 우주산업, 자체 성장과 정부의 지원

전 세계 우주산업 자체의 성장은 최근 몇몇 뉴스들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스페이스X의 성과입니다. 스페이스X는 독보적인 재사용발사 기술을 기반으로 2022년 한 해에만 61회(평균 6일에 한번)의 로켓을 발사했고 2022년 말 자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가입자 100만 명 돌파에 성공했습니다. 스페이스X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23년 초 기업가치가 1,370억 달러(한화 약 170조 원)로 평가받으면서 7.5억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스페이스X 이외에 수많은 기업들이 우주로 값싸게 페이로드를 보낼 발사체와 자체적인 인공위성 별자리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타링크에 가장 근접한 경쟁자로 평가되는 원웹이 2022년 12월 502개의 인공위성 궤도 안착에 성공하면서 2023년 하반기 전 세계 서비스 런칭이 가시권에 들어섰습니다. 또한 로켓랩, 버진 오빗, 테란 오비탈 같은 미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중국 민간 스타트업인 갤럭틱 에너지도 자체 발사체를 통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수 년간 민간 혁신 기업들을 중심으로 우주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졌지만, 2022년 들어 우주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주산업이 국가안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극초음체 부상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히 재블린이나 하이마스 같은 무기보다 다양한 무기들을 하나로 묶은 네트워크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는데, 그 중심에 스타링크 통신망과 막사 테크놀로지 같은 민간 상업위성들의 최근 지구 이미지 데이터들이 있었습니다. 극초음체의 부상은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과 이를 요격하는 요격체 뿐만 아니라 이를 감시하는 인공위성 체계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수적인데, 이들 모두 우주산업의 핵심인 발사체와 인공위성과 관련됩니다.

2022년 중국 우주산업의 눈부신 성장은 국가안보 측면에서 해석해야 합니다. 2022년 중국은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페이로드를 우주로 보낸 국가가 되었습니다. 또한 자체 우주정거장을 건설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런 성과에는 다수의 민간 혁신기업들도 기여했지만, 정부의 비중이 훨씬 컸습니다. 중국의 우주산업은 정부 내에서도 군의 비중이 크고, 다수의 민간 혁신기업들도 정부 통제 하에 있는 국영기업과 군의 통제를 받습니다. 중국은 우주산업을 미국과 군사력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비대칭전력인 동시에 과거 냉전시기처럼 중국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보면서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일본, 북한 등 주변 국가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인공위성과 지구 사진

이제 한국도 우주산업의 기술적 성장과 국가안보 관점에서 정부의 관심 증대라는 전세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포함한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우주산업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이 2022년 하반기부터 각종 미사일들을 발사하면서 주변 지역의 긴장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 북한은 이미 세계 5대 핵강국으로 다양한 핵무기 투하수단들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대한민국은 이를 막을 수단은 없습니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시 미국이 자국의 핵공격에 따른 피해를 감수하고 핵무기로 반격할 가능성도 제한적입니다. 더욱이 중국이 대만 침공 전에 한반도의 미군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국의 미사일과 우주 전력도 대한민국 안보의 잠재적 위협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무기와 미사일 투하수단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자체 인공위성들과 궤도 발사체 등 우주산업이 필수적입니다.

최근 한국 군이 누리호를 포함한 우주산업 발전에 적극 관심을 가지고 누리호와는 별개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공격용 미사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개발을 서두르는 것은 이런 환경적 변화를 반영한 것입니다.

2022년 우주산업 자체의 성장과 국가적 측면에서 우주산업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결합되면서, 우주기업들에 대한 평가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사실 2022년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우주기업 주가는 부진했는데, 이는 작년 금리 상승으로 기대감 대비 성장주들의 성과가 부진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2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미국에서 시가총액 대비 높은 가격에 우주기업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2건이나 전해졌습니다. 해당 기업은 막사 테크놀로지스와 에어로젯 로켓다인입니다.

막사 테크놀로지스는 직접 인공위성을 운영하면서 지구 이미지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미국의 위성기업으로 이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업은 차세대 인공위성 발사가 지연되면서 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였는데, 지난 1월 16일 사모펀드인 어드벤트 인터내셔널이 막사 테크놀로지스 주식을 발표 직전 주가의 2.3배인 53달러(시가총액 64억 달러)에 전액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어드벤트는 향후 차세대 위성들의 발사를 앞당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에어로젯 로켓다인은 로켓과 극초음체 엔진과 각종 부품들을 만드는 회사로 2020년 12월 록히드 마틴과 44억 달러에 인수되기로 합의되었다가 연방거래위원회(FTC) 반대로 무산된 바가 있는데, 지난 1월 19일 또다른 방산기업인 L3 해리스가 47억 달러(주가 58달러, 직전 종가 54.89달러)에 전액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3. 우주산업,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되려면

우주산업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성장한 데다가 전 세계 각국 정부들이 적극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우주산업은 이미 규모가 크고 향후 성장성도 높은 데다가, 한국이 잘하는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1)한국 정부의 우주산업 육성기조, 2)우주산업의 강자인 미국의 생산병목, 3)한국과 미국과의 안보동맹 강화 등도 긍정적입니다.

특히 우주산업은 플랫폼이나 반도체 설계와 같은 소프트웨어적 측면만이 아니라 한국이 잘하는 하드웨어적 측면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 기존 신성장 산업들과 달리 기존 경쟁력을 적용해 확장하기 용이합니다. 따라서 과거 조선 관련 기업들이 풍력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기계산업이 발달한 경남을 중심으로 항공기 부품산업이 성장해 코로나 이전에 민간 항공기 부품들을 수출한 것과 비슷한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이미 우주산업으로의 사업확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한 누리호와 다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의 명단만 봐도 꽤 많은 기업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 재벌계열 대기업들과 다수의 중견 중소기업들도 골고루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기계산업과 조선산업의 강점을 가진 동시에 항공산업의 메카인 경상남도의 많은 중견·중소기업들의 참여가 두드러집니다. 참여 기업들 중 상당수는 현재 한국의 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 반도체, 전자통신, IT 기기 등에 속합니다. 이들 산업들은 제조 분야에서 전 세계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한국 우주산업은 상황에 따라 수출산업으로 도약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들이 지금 하던 방식 즉 '대기업이 방향을 결정하고 중견 중소기업들이 그런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수직적 구조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을 고수하면 될까요? 최근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한 케이스가 한국 배터리산업입니다. 반면 태양광산업은 수많은 대기업을 포함한 다수 기업들의 투자에도 중국의 전방위적 공세에 밀려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철수했습니다.

한국 우주산업이 앞으로 '배터리'의 길을 갈지 '태양광'의 길을 갈지 아직 모호하지만, 마냥 낙관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주산업이 가진 특수성과 우주산업에서 미국의 우위 그리고 우주산업을 중심으로 나타난 민간분야의 혁신 방향 등이 기존 한국 제조업의 성공 방정식과는 상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주항공이 최근 미국이 강조하는 미국 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참고로 우주산업의 범위는 단순히 우주로 나가는 발사체와 인공위성 등 페이로드 그리고 그와 파생된 분야뿐만 아니라 궤도 비행이 필수적인 군사용 미사일과 요격체를 포함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궤도 비행을 하지 않더라도 대응에 우주산업이 필수적인 극초음체도 살펴봐야 합니다.

달 탐사하는 우주 비행사 사진

선진 우주산업의 현황

1. 민간이 주도한 우주산업의 혁신과 한계

전 세계 우주산업은 2010년 이후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민간 혁신기업들이 주도했습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IT 기술과 인력을 기반으로 저금리 하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 받아 혁신을 주도했습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이전 우주산업을 주도하던 정부와 군 그리고 이들에게 우주산업 제품들을 납품하는 우주항공 방산 대기업들(록히드마틴, 노스럽 그러먼, 보잉 등)을 넘어선 성과들을 보였습니다. 이들이 주도한 혁신은 1)재사용 발사체, 2)큐브셋과 같은 소형 인공위성, 3)저궤도 인공위성 별자리, 4)3D 프린팅에 의한 주요 부품들의 제조, 5)우주산업 전반에 인공지능 적용 등입니다. 특히 재사용 발사체는 발사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우주산업의 대중화를 크게 앞당긴 혁신적인 변화인데, 이는 발사체 분야에서 전통의 강자인 ULA의 최근 상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ULA는 United Launch Alliance의 약자로 전통적인 우주산업의 강자인 록히드 마틴과 보잉이 50대 50으로 합작해 2006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ULA는 지난 수십년간 미국 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이하 나사)과 국방부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발사체를 담당한 전통의 강자임에도, 스페이스X가 2015년에 성공한 재사용 발사체 발사를 아직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ULA도 2014년부터 개발 중인 부분 재사용 발사체인 벌컨 켄타우로스를 개발 중인데, 당초 계획한 2019년 첫 비행이 계속 미뤄져 2023년 1분기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민간 혁신기업들의 우위는 2022년 미국 국적의 주체들의 궤도 발사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2년 미국 국적의 주체들의 총 궤도 발사 시도건수인 78건 중 신생 민간 혁신기업들이 67건을 차지합니다. 반면 전통의 강자들(ULA, 노스럽 그러먼, 나사)은 11건에 불과합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수많은 우주산업 기업들과 우주산업 제품 생산에 강점을 가진 금속 3D 프린팅 회사들이 증시에 상장하거나 장외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2022년에 들어서면서 크게 바뀌었습니다. 우선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금 시장에서 이들 기업들을 보는 시선이 보다 차가워졌습니다. 많은 우주산업 기업들이 아직 수익과는 거리가 먼 성장 기업인데, 당초 이들이 발표한 로켓 발사와 생산 등이 미뤄지거나 성과가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2023년 1월말 현재 재사용 발사체 기술은 스페이스X를 제외한 어떤 기업들도 상용화하지 못했습니다.

개별 기업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2022년 발사를 공헌한 오르벡스의 로켓 프라임과 렐러티비티 스페이스의 로켓 테란 1 모두 2022년에 발사하지 못했습니다. 당초 2020년 첫 발사를 계획한 블루 오리진의 궤도 발사체 뉴 글렌은 아직 그 실체가 나오지 않았고, 아마존의 위성통신사업인 카이퍼 프로젝트는 2022년에 첫번째 위성을 발사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2023년 1월에도 이어졌는데, 영국의 수평 발사기업인 버진 오빗과 미국의 상장 스타트업인 ABL 스페이스가 연초부터 시도한 로켓 발사에 실패했습니다. 2023년 1월말 현재 스페이스X를 제외한 상당수 민간 우주혁신 기업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민간 주도의 우주기업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고, 우주산업의 난이도를 고려할 때 다소 과장할 수밖에 없는 회사 측 목표대로 전부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은 이해가 됩니다. 또한 그 사이 코로나19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갈등으로 인한 외생적 변수들로 다소 지연된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2023년 1월말 상당수 우주기업들이 기대치를 하회할 것은 분명합니다.

필자는 이런 부진은 이들 민간 우주혁신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실물 제조와 무관한 IT 소프트웨어 마인드만 갖췄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우주산업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실물을 생산하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데, 이런 역량 없이 우주산업을 영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수 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되는 상황 하에서는 더욱더 실물 제조 경쟁력이 중요합니다. 당장 인공지능과 3D 프린팅 만으로 우주산업을 현실화할 수 없습니다.

이런 모습은 전기차 분야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수많은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들이 실제 양산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모습과 유사합니다. 테슬라도 양산 초기 로봇에 의한 완전 자동화 생산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등 제조 경쟁력을 갖추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기차와 우주산업에서 실질적 성과를 낸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가 모두 일론 머스크라는 사실과 양산 단계에 들어선 전기차 스타트업 대부분이 제조 강국인 중국의 기업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제 우주산업도 IT 소프트웨어 마인드와 전통적인 실물 생산역량을 결합해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는 스페이스X 같은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2. 정부 차원의 우주산업 육성 확산

2022년 우주산업에서 주목할 특징은 정부 차원에서 우주산업에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우주산업은 이전 냉전 시기부터 원래 정부가 주도하던 산업이라, 정부 차원에서 투자 확대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는 다음 두가지 측면에서 이전 냉전 시기와 확연히 구분됩니다. 첫째, 정부 차원의 투자에 적극적인 국가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둘째, 정부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 민관이 함께하는 총력전 성격이 강합니다. 과거 냉전 시기 우주산업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초강대국들이 자국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측면이 강했습니다. 이후 유럽과 중국 등이 우주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우주산업의 성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우주산업은 먼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우주산업의 이끌었던 군사적 목적도 기대는 컸지만, 실제 전쟁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1980년대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주창한 스타워즈 프로젝트가 막대한 자금 투자에도 불구하고 계획한 바를 거의 달성하지 못해 1993년 공식적으로 종료된 것은 이런 현실적 한계를 잘 보여줍니다.

반면 최근 우주산업은 기술적 발전으로 비용이 크게 하락한 데다가 스페이스X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상업적, 군사적) 실제 효용이 확인되면서, 주요 국가들이 국가안보와 미래 성장동력 측면에서 우주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미 우주산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나라들은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인도 같은 전통적인 우주 강국들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UAE, 호주, 터키, 일본, 한국 등이 포함됩니다. 한편 유럽 내 작은 나라인 룩셈부르크는 국가 차원에서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확인된 우주산업의 활용(스타링크를 통한 통신망 유지, 막사 테크놀로지 등 민간 인공위성 회사들의 이미지를 활용한 정찰 감시 역량 상승)과 이를 적극 활용한 네트워크 중심의 전쟁 수행을 통해, 전 세계 각국 정부는 우주산업이 자국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네트워크 중심의 전쟁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이 제시한 모자이크 전쟁(Mosaic Warfare)으로 요약되는데, 이 개념에서는 다양한 전장의 개별 전투 플랫폼들을 하나로 묶어 압도적 전력으로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모자이크 전쟁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무기들을 포함한 개별 플랫폼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네트워크 연결을 위해서는 우주산업의 산물인 위성통신과 우주 감시자산이 필수적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각국 정부들의 우주산업은 정부와 일부 방위산업 대기업만이 아닌 민간 스타트업을 포함한 민간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관료화 된 정부와 전통적 방위산업 대기업만으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한 현재 우주산업에서 경쟁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우주산업이 그 자체만으로도 상업적 가치가 부각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이미 성과를 내고 있고, 우주산업은 자동차산업처럼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성장성도 높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가치가 높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이는 대표적인 우주산업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나사와 대표적인 방위산업 기업들인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러먼, 보잉과 같은 대기업들이 존재함에도, 이들 이외에 다양한 신생 기업들이 국가가 주도하는 우주산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추진 중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우주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는 세부적으로 발사체, 우주선, 달착륙선, 게이트웨이, 지원업무 등 세부적으로 수많은 기업들의 참여와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예를 들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발사체는 나사 자체적인 발사체인 SLS(Space Lauch System) 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의 스타십과 팔콘 해비 그리고 팔콘9이 참여합니다. 이밖에 유럽 아리안 그룹이 개발하는 아리안6, ULA의 벌컨 켄타우로스, 로켓랩의 일렉트론, 블루 오리진의 뉴 글랜 등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사용될 발사체로 나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주선 발사 사진

미국 우주산업에서 민간 경쟁 참여 시스템은 최근 더욱 확대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확인되는데, 2022년에 계약한 나사의 CSP(Communication Services Project, 총 2.8억 달러 규모)와 국가정찰국(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 이하 NRO, 부록 참조)의 EOCL(Electro-Optical Commercial Layer, 계약규모 미정이나 최소 50억 달러 이상 추정)이 대표적입니다.

CSP는 나사가 사용할 근거리 네트워크(Near Earth Network : 다양한 지상국들을 통해 지구 궤도를 도는 플랫폼에게 제공되는 통신)를 민간 위성사업자에게 아웃소싱이 가능한지 타당성을 검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나사는 기존에 나사가 소유한 TDRS(Tracking and Data Relay Satellite)를 활용했는데, 이를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중단한 뒤 신규 시스템을 구축하기 보다 민간 사업자들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나사는 다양한 민간 사업자들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나사는 "근지구 공간에서 민간 부문 혁신이 빠르고 극적으로 가속"되며, "민간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참여기업들 : 스페이스X 6,995만 달러, 아마존 카이퍼 6,700만 달러, 비아셋 5,330만 달러, 텔레셋 3,065만 달러, SES 2,896만 달러, 인마셋 2,860만 달러 등)

EOCL은 국방과 국가 안보 등에서 필요한 다양한 지리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이러한 정부 시스템과 민간 인공위성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상업용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통합한 시스템입니다. 이전에는 미국 정부의 자체적인 위성들을 위주로 사용하다가, 2017년부터 국립지리정보국이 상업용 인공위성 이미지를 구입하고 이를 NRO가 활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계약을 통해 상업용 인공위성 이미지 구입 책임이 NRO로 이전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상업용 인공위성 이미지 구입 계약(기본 5년, 옵션 5년)을 체결한 것입니다. 이 계약을 체결한 민간 인공위성 사업자는 막사 테크놀로지, 블랙스카이 테크놀로지, 플래닛 랩스 등 총 3개 회사로, 막사 테크놀로지와 블랙스카이 테크놀로지는 회사IR 발표에서 최대 각각 30억 달러와 10억 달러라고 언급했습니다(계약 규모를 밝히지 않은 플래닛 랩스가 블랙스카이 테크놀로지와 비슷한 규모라 가정 시 전체 50억 달러 추정). 이상의 두 프로젝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정부나 기존 방위산업 대기업들이 직접 우주산업을 주도하기 보다는 다양한 민간 사업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우주산업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존에 정부가 직접 수행하던 분야도 민간이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처럼 정부가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우주산업에서 현재 정부(혁신의 추진 어려움)와 민간(고금리 시대 수익성 추구) 각자가 가진 한계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 민간의 혁신이 더해지지 않으면, 그 나라 우주산업의 성장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권위주의 정부로 군과 정부가 우주산업의 중심에 있는 중국조차도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민간 혁신기업들이 활동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말 발사와 소형 위성 부문에 민간 자본을 허용하는 정책으로 전환했습니다. 또한 스페이스 뉴스의 2019년 뉴스(Chinese companies One Space and iSpace are preparing for first orbital launches)에 따르면, 정부 기관인 국방과학기술산업국과 중국 우주분야 대표적인 국영기업인 중국항공우주과기총공사(CASC) 등 사실상 중국 정부는 다양한 민간 스타트업에 자금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2022년 10월 현재 49개의 우주 스타트업들이 있는데(출처 Tracxn), 대표적으로 2023년 1월부터 발사체를 발사한 갤럭틱 에너지 이외에 랜드스페이스(LandSpace), 아이스페이스(i-Space), 링크스페이스(LinkSpace), 원스페이스(OneSpace)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권력이 강력한 중국조차도 우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존 방산 대기업 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자각하고, 민간 분야의 혁신을 끌어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영국, 캐나다, UAE, 룩셈부르크 등 최근 우주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3. 지구 궤도를 넘어 궤도 밖으로

지금까지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구 궤도권 수준에 집중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 탐사를 내세우고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달 탐사를 표명했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로 치부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지구 궤도 넘어 공간도 지정학적 갈등 구도에서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에 중국이 있습니다. 중국의 우주산업 굴기에는 '창어계획(嫦娥工程)'으로 이름 붙인 달 탐사계획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2007년 첫 달 탐사선을 달에 보낸 이후 지속적으로 달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그 결과 네 번째 탐사선을 보낸 2019년 1월에는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선을 보냈고, 2020년 12월에는 다섯 번째 탐사선을 통해 달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기에 이르렀습니다. 중국은 2019년에 향후 10년 안에 달 남극에 과학 연구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중국과 러시아가 2022년 12월에 향후 5년간 새로운 우주협력 프로그램에 서명했는데, 그 협정에는 2035년까지 국제 달 정거장을 건설하는 것이 포함되었습니다. 러시아 통신사인 타스에 따르면, 양국은 2021년 발표한 양국의 우주협력 계획을 협정으로 확정한 것입니다. 세부적으로 러시아의 로스코스모스와 중국의 CNSA가 양국의 위성항법시스템 지상국 보완과 달 정거장 건설 협력이 포함됩니다.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묘한 시기에 나온 뉴스라 더 주목받았습니다.

미국은 이런 중국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나사 관계자는 중국이 남사군도에서 한 것처럼 달에서 영토 분쟁을 벌일 수 있다고 발언했고, 미국 장교들은 중국의 우주 군사화에 따른 안보 우려를 경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선 향후 우주 궤도를 둘러싼 전쟁이 벌어질 경우, 지구 궤도 바깥 쪽에서의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우주에 있는 우주비행사 사진

이에 미군은 지구 궤도를 넘은 지역을 xGEO라 지칭하고 별도 우주 방어 비행대를 창설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2022년 4월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기존 지구 근방 우주 방어를 담당하던 비행대를 지휘한 매트 링트커(Matt Lintker) 중령이 C4ISRNet 회의에서 xGEO를 담당하는 별도 우주방어 비행대를 창설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2022년 11월 첫 SLS 발사체를 발사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순수하게 과학적 목적만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이제 지구 궤도를 넘어 우주 영역에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각 국 정부의 안보적 수요에 발맞춰 민간도 적극 가담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측면에서 2022년 12월 지구와 달 사이 공간인 시스루나에 세울 인공위성 별자리를 구축하겠다는 퀀텀 스페이스(Quantum Space)가 첫 번째 위성군을 개발하기 위해 A라운드에서 1,500만 달러를 모금했다는 기사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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