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종의 1Q24 어닝은 높아진 기대치가 무색하게도 서프라이즈의 연속이었습니다. 브랜드부터 ODM까지 전 밸류체인, 중소형주부터 대형주까지 전 종목에 걸쳐 호실적을 시현하였습니다. 브랜드는 비 중국 모멘텀이 가속화되었습니다. 금번 분기 주요 브랜드들의 비 중국 해외 매출은 아모레퍼시픽 YoY +14%, 코스알엑스 YoY +80%(추정), 에이피알 YoY +89%, 아이패밀리에스씨 YoY +92%, 브이티 YoY +80%, 클리오 YoY +47% 등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높은 베이스까지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입니다. 여전히 일본과 미국 성장이 주효했고, 기타 국가들도 기여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강한 해외 모멘텀에 힘입어 다수의 중소형 브랜드가 과반 이상의 매출을 중국이 아닌 다른 해외에서 일으키고 있습니다.
중국 사업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었던 아모레퍼시픽도 비로소 비 중국 모멘텀이 중국 부진을 압도하는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금번 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중국과 비 중국 해외 매출 비중은 각각 13%와 24%로 비 중국이 크게 앞섰으며,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중국의 적자를 비 중국 이익이 모두 커버하면서 전사 증익까지 시현하였습니다.
고무적인 점은 이러한 추세가 소수 브랜드와 소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와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특정 브랜드나 제품의 유행을 넘어서 한국 화장품 전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유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실리콘투의 실적에 이러한 현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금번 분기 실리콘투는 주요 국가, 주요 브랜드 전반의 폭발적 성장에 비롯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매출 YoY +158%, OPM 20%).
브랜드 내 라인별 믹스 기준으로도 성장 모멘텀이 가속화되는 구간에 위치해 있습니다. 브랜드 성장의 초기 단계에서는 히트 제품이나 라인이 전체 외형을 강하게 견인하는 모습이 주로 관찰됩니다. 히트작을 타겟 시장에 안착시키는 동시에 파생 제품 및 카테고리로 확장하면서 더욱 탄력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부분 브랜드 업체들이 이러한 성장 구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주력 제품의 비중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파생 제품 출시도 점차 확대되는 중입니다.
라네즈(미국)는 최초 히트 제품 립 슬리핑 마스크에 이어 지난해 립 글로이 밤을 출시해 현재 매출의 절반 수준이 립 카테고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브이티도 리들샷 오리지널에 이어 파생라인(시너지, PDRN, 고효능 라인 등)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밀리에스씨도 쥬시래스팅 틴트 등 기존 립 틴트 제품이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제품 글래스팅 컬러 글로스의 히트로 틴트의 기여도가 더욱 확대되는 중입니다.
브랜드 호조에 따라 ODM도 자연히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금번 분기 ODM 실적의 특징은 국내 고객사 오더 강세였습니다. ODM 업체들의 국내 실적은 국내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로의 직수출로 구성되어 있는데, 금번 분기 국내 브랜드의 해외 수출 오더가 급증하면서 국내 고객사 기여도가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제품 유형 기준으로도 브랜드 업체들의 주력 수출 품목인 기초가 늘었습니다. ODM 국내 실적도 사실상 글로벌 간접 수출 수요인 만큼, 한국 브랜드 글로벌 확장에 따른 지속적인 낙수효과가 기대됩니다.
거듭된 호실적의 영향으로 업종 실적 추정치도 계속해서 상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담스러워 하기에는 이릅니다. 여전히 상향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합니다.
구조적인 성장 요인인 1)비 중국 글로벌 수요가 견고합니다. 수요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인 수출 성장률이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1Q24 화장품 수출은 YoY +22%, 주요 국가별로는 미국 YoY +55%, 일본 YoY +18% 성장했다. 4월 화장품 수출은 YoY +24%, 미국 YoY +87%, 일본 YoY +48%로 성장 폭이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을 제외한 기타 국가 수출도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해 전체 수출의 40% 비중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미국과 일본 수출 강세와 함께 수출 국가 자체도 확대되면서 전방위적인 시장 확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출 트렌드에 비추어 현재보다 더 강한 성장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베이스 부담에도 불구하고 강한 성장이 계속해서 가능한 이유는 시장 확장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600조 원, 그 중 미국이 약 200조 원, 중국이 약 100조 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K-뷰티가 중국에서만 소비되었던 2010년대 중후반, 더후와 설화수의 중국향 매출(중국 현지+면세 중국인 매출)은 각각 2조 원, 1조 원 이상까지 도달한 바 있습니다. 단순 비례식 비교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한국 화장품은 중국의 수 배 규모의 시장을 타겟하는 만큼 조 단위 매출의 메가 브랜드의 탄생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환경입니다.
현재 글로벌을 전방으로 하는 상장 브랜드 중 가장 규모가 큰 브랜드는 코스알엑스인데, 올해 이제서야 7천억 원 수준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역시도 전년비 50% 성장한 수준이라 성장률로만 보면 향후 전망이 부담스러워지지만, 시장 규모와 침투 여력을 감안하면 여전히 확장 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합니다. 참고로 코스알엑스 외 글로벌 수출 브랜드들의 매출 규모는 대부분 2~3천억 원 선으로 아직 중소형 브랜드 수준입니다(2024F 매출 브이티 2천900억 원, 아이패밀리에스씨 2,300억 원, 미국 라네즈 2천억 원, 메디큐브 2천억 원, 구달 800억 원 등).
강한 매출 성장에 비롯해 2)영업레버리지 효과가 본격화되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화장품 브랜드는 원가율이 30% 수준으로 낮고 마케팅비, 판매수수료 정도를 제외하면 판관비 대부분이 고정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업레버리지 효과를 누리기에 최적의 비즈니스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1Q24 주요 브랜드 전반의 강한 매출 성장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코스알엑스, 브이티 등이 30% 이상의 놀라운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며, 아이패밀리에스씨와 에이피알(기기 포함 뷰티 부문)도 20% 이상 영업이익률을 시현했습니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으로 대표되는 3)대형주의 실적 추정치가 최근에서야 상향되고 있습니다. 대형주의 높은 이익 및 시가총액 비중을 감안하면 업종 전반 추정치 상향 여력은 여전히 높습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기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만으로도 1Q24 호실적을 기록했고 2Q24부터 코스알엑스가 연결 편입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코스알엑스의 2024년 연간 가이던스는 매출액 7천300억 원(YoY +50%), 영업이익 2천400억 원(OPM 32%)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기존 사업 영업이익 규모와 맞먹는 수준입니다(2024F 아모레퍼시픽 기존 영업이익 2천300억 원 추정).
화장품 업종은 과거 중국 모멘텀으로 큰 폭의 실적 성장과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이미 한 번 경험한 바 있습니다. 2014~16년 3년간 업종 평균 매출 성장률은 +40%, 영업이익 성장률은 +50%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업종 12MF PER은 17배에서 35배 리레이팅 되었습니다. 2024년 컨센서스 매출 성장률은 YoY +5%, 영업이익 성장률은 YoY +90%로 예상되며, 당사 선호 종목(표 1. 참고) 기준 매출 성장률은 YoY +21%, 영업이익 성장률은 YoY +110%입니다. 성장 동인이 해외인 점, 증익 모멘텀이 중국 호황기보다 더 강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밸류에이션(업종 12MF PER 19배, 선호 종목 대부분 10배 중반)은 절대적으로도 낮으며 리레이팅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수준입니다.
아모레퍼시픽, 브이티, 아이패밀리에스씨를 특히 추천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익 모멘텀이 가장 강합니다. 코스알엑스 연결 효과를 비롯해 2024년 영업 이익이 300% 가까이 늘 것으로 예상하며, 2025년도 코스알엑스 온기 반영(2024년 5월부터 연결 편입) 효과로 40% 강한 증익이 기대됩니다.
브이티는 이익 모멘텀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겸비했습니다. 2024년 주력 시장인 일본에서의 채널 확장과 신규 시장인 국내 진출 효과에 비롯해 150% 증익을 예상합니다. 화장품 부문에서만 1천억 원 수준의 이익 체력으로 올라서면서 밸류에이션도 12MF PER 12배로 여유롭습니다.
아이패밀리에스씨도 이익과 가격 모두 매력적입니다. 마찬가지로 주력 시장인 일본에서 채널과 제품 확장이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일본 외 신규 국가도 꾸준히 추가되고 있습니다. 2024년 93% 증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주가는 12MF PER 16배에 거래 중입니다.
업종 전반적으로 추정치 상향,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기대되는 만큼 이 외 선호 종목들도 견조한 주가 상승이 기대됩니다. 10년만에 K-뷰티 모멘텀이 돌아왔습니다. 이제 단순히 분기 실적, 특정 제품, 유행 모멘텀에 의존하기보다 이 산업의 구조적인 확장성을 보고 긴 호흡에서의 방향을 따라갈 때입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