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순님의 댓글
이명순신흥국펀드 담아야겠군요
현재 미국의 가계와 기업은 펀더멘털이 양호한 편입니다. 주택경기도 수급 여건상 당분간 견고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크레딧 코스트 상승이 그다지 우려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시중은행들은 상대적으로 고수익 자산에 속하는 대출자산을 회수하기보다 총자산의 15%를 차지하는 현금자산을 줄이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금자산의 대부분은 미국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에 예치한 초과 지급준비액(지준금)입니다. 더욱이 자산축소(QT) 초기에는 첫 3개월간 월 100억 달러, 다음 3개월간 월 200억 달러 등 소규모로 진행된다는 점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물론 QT 규모가 크면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FRB가 자산축소(QT)를 시작한 후 1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월 500억 달러씩 자산축소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연 환산액은 6,000억 달러로, 미국의 연간 M2 증가분이 6,500억 달러 내외임을 고려할 때 부담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FRB의 자산축소는 '데이터 디펜던트(Date Dependent)' 원칙에 입각하여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인플레 상승세가 단기간 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FRB 자산축소 증액은 계획한 것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입니다. 이는 채권금리의 상승 압박을 완화하면서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QT 초기에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므로 채권보다 주식을 선호하는 기존의 입장이 유지될 것입니다. 또한 QE의 수혜가 컸던 미국 주식보다는 QE의 직접 수혜가 제한적이었고 근래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신흥국의 주식이 상대적으로 선호될 것입니다. 신흥국 통화 강세 기조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단, 2018년 중반 이후에는 자산축소 규모가 계속 커지는데 따른 불확실성이 초기보다는 높아질 것은 분명합니다. FRB가 얼마나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 변수로 작용될 것입니다.
가계와 기업의 현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은 시중은행들로부터 대출회수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대출을 확대해 나갈 여지가 큽니다. 미국의 가계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올해 1/4분기 말 기준 102%입니다. 130%대에 이르렀던 2007년 말에 비하면 30% 정도 낮아졌으며, 2002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debt service burden)은 약 10%로 1980년 데이터 집계 이후 최저치입니다. 미국 비금융 기업들은 비교적 견고한 이익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익 마진율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보다는 다소 하락했지만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최근 기업들의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승했지만 이 또한 양호한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 상업은행들의 대출에서 부실 징후는 미약합니다. 전반적으로 대출 연체율, 대손상각률이 모두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대출이 건전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대출이나 기업대출에서 신용위험이 다소 높아지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지만, 속도와 수준이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닙니다.
상업은행의 총 대출 중 부동산 대출 비중이 약 45%를 차지합니다(올해 1~8월 누적 기준). 50%대 초반이었던 서브프라임 위기 발생 전보단 낮아졌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부동산 대출 부실비율의 안정이 총 대출 부실 비율의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향후 주택시장 동향이 FRB QT 시행 이후 미국 내 신용 팽창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주택시장의 향후 전망은 그리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 공급(건설)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회복 중입니다. 이는 강화된 대출 규제 여파, 주택버블 붕괴 트라우마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 공급 증가가 완만한 상황에서 수요는 가계소득 증가와 함께 점진적 회복세를 유지했고, 이에 따라 주택 재고율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는 중입니다.
공실률도 큰 틀에서 하향 안정세에 있습니다. 최근 2년간 미국의 주택매매 가격 상승률은 전년대비 5% 수준으로, CPI 상승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충격이 없다면, 이런 상황은 지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주택시장발 크레딧 코스트 상승은 당분간 우려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신용위험이 안정적이므로 FRB의 자산축소에 대해 미국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즉각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미국 상업은행들의 자산을 분해해 보면 대출자산이 57%, 채권 보유가 20%, 현금자산이 15%에 이릅니다. 상업은행이 보유하는 현금자산 비중은 금융위기 전인 2007년 3%에 불과했지만, QE3가 진행되던 2013년에는 19%까지 상승했습니다. 이후 대출이 회복세를 띠면서 현금자산 비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현금자산 대부분이 바로 연준에 예치된 초과 지준입니다. QE를 통해 방출된 자금이 시중은행들의 선택에 의해 연준에 재 예치된 것입니다. 이자율은 낮지만 지준부리가 공여되었기 때문에 대출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취할 수 있는 손쉬운 자금 운용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시행될 QT 초기 국면에서 미국 상업은행들은 초과 지준을 줄이는 쪽을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레딧 코스트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 대출자산을 줄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저수익 자산을 줄이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초기 QT 시행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6월 FOMC 때 발표된 자산축소 플랜에 따르면, QT 시행 첫 3개월간 자산 축소 규모는 월간 100억 달러(국채 60억 달러 + MBS 등 40억 달러)에 불과하고, 3개월 후 그 규모가 월 200억 달러로 커지고, 또 3개월 뒤에 300억 달러로 커지는 식입니다. 2~3조 달러에 달하는 초과 지준 규모를 고려한다면 시중은행들이 QT 시행 초기 국면에서부터 유동성 여건이 빠듯하다고 느끼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FRB의 자산축소 계획은 첫 3개월간 월 100억 달러 규모로 시작해서 3개월 단위로 100억 달러씩 올려 12개월 후에는 월 500억 달러까지 높여 유지하는 것입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QT 개시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월 500억 달러씩 연 6,000억 달러의 자산축소가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M2 증가율이 약 연 5% 수준이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6,500억 달러이므로, 연 6,000억 달러의 자산 축소는 연간 M2 증가분을 거의 잠식하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연간 두세 차례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면 통화 긴축 강도가 꽤 높다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과연 FRB가 앞으로 1년 후, 즉 2018년 말경에 이 정도까지 긴축 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결국 '인플레'에 있을 것입니다.
현재 오르지 않는 인플레는 미국 경제의 새로운 수수께끼이며, FRB에게는 해결해야 할 난제입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4%대 초반으로 떨어져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코어)인플레가 오르지 않는 것에 대한 원인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연준이 인플레 척도로 삼고 있는 코어 PCE 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오히려 떨어져 전년비 1%대 중반을 기록 중입니다. 특히 코어 CPI에서 주거비까지 제외한 지수의 전년비 상승률은 1%에도 못 미치고 있어 미국 내 인플레 상승 압력이 얼마나 낮은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처럼 인플레 상승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인플레 상승 가능성만으로 FRB의 긴축 강도가 앞서 언급한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자산 축소속도는 금리인상과 마찬가지로 경기 및 인플레 여건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과 같은 인플레 여건에서는 자산축소 속도가 궁극적 목표인 월 500억 달러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합니다.
지난해 중반 글로벌 경기 반등이 시작된 이후 현재 유럽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경기회복은 투자 매력도가 높아짐을 의미합니다. 즉, 경기회복은 FRB의 통화 긴축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회수가 나타나지 않는 힘을 갖습니다.
2016년 하반기 이후 2017년 현재까지 세계경제의 특징으로 중요한 점은 G3의 고른 성장세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성장세가 2015년까지라고 한다면, 2015년 이후에는 유로존이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2016년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의 경기 모멘텀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G3가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세계경제의 안정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또 지금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여겼던 중국의 신용위험이 완연한 안정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 CDS 스프레드는 2017년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보여 2013년 최저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이처럼 대외 여건의 개선으로 미국 경제도 수혜를 보고 있습니다. 해외 수요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달러 고평가 부담까지 완화되면서 미국의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세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대했던 감세 정책은 지연되고 있지만, 민간소비와 주택경기는 여전히 견고하고 대외 여건도 나아지고 있으므로 미국 경제가 FRB의 완만한 통화 긴축에 크게 흔들릴 만큼 취약해 보이진 않습니다.
FRB QE(양적 완화, Quantitative Easing)와 연쇄적으로 전개된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의 QE는 전세계 금리를 안정시키고 주가를 부양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습니다. 미국 증시는 FRB 자산 증가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에 차별적 흐름을 보여 QE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진 유럽 증시도 그리스 관련 위기가 진정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밸류에이션 상승과 함께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신흥국 증시나 한국 증시는 선진국 QE에 직접적인 수혜를 봤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다시 한번 정리한다면, 글로벌 경기 여건상 연준의 자산축소가 초기 국면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산축소 규모가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도 FRB의 경기 여건에 따른 신축적 대응으로 인해 금리 상승이 제한되는 등의 QT 여파가 급격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다만, QE의 직접 수혜가 상대적으로 컸던 지역이 QT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덜할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QE보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민감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더 가격 상승 잠재력이 높아 보입니다. 서유럽 증시의 경우에는 ECB의 테이퍼링 이슈가 또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가 변수겠지만 미국 에 비해서는 좀더 높은 수익률이 기대됩니다.
신흥국펀드 담아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