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A는 2040년까지 OECD 국가들의 연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1.7%, Non-OECD 국가들은 4.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7년부터 OECD 국가들의 에너지 소비량을 제친 Non-OECD 국가들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빠른 성장을 이룰 것이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고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에너지 소비량 증가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총 에너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고 해도 모든 연료의 수요가 고르게 증가하진 않는다. 미국을 기준으로 원유는 2050년에도 가장 큰 비중(34%, 2050년 예상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친환경 천연가스(32.7%)와 신재생 에너지(13.8%)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중요도가 더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을 유발하는 석탄(12.1%)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지난해 미국은 45년 만에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했다. 또 올 하반기에는 페르미안 지역의 파이프라인 추가 완공이 예정돼 있어 내년에도 원활한 원유 운송을 기반으로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자국 원유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11월, G20 정상회담이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USMCA 협정에 서명했다. 두 나라 역시 적지 않은 산유량을 기록하고 있으므로 주변국들을 통한 원유 공급 역시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한때 에너지 소비의 75%를 석탄이 차지했다. 그러나 대기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져 중국 정부가 석탄 사용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석탄 소비 비중이 61%까지 감소했으나 글로벌 평균값이 30%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따라서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며, 원유와 천연가스 소비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에서 채굴되는 원유생산량은 늘어나는 원유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내 원유생산량은 2015년 524만 배럴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여 원유 수입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원유 순수입국이 되었고, 2017년 기준 중국의 원유 대외의존도는 66%까지 확대되었다.
원유 대외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안정적인 원유 확보가 중요 이슈다. 원유 확보에는 크게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수급의 불안정함으로 인한 가격 위험(price risk)과 시장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어도 물량을 조달하지 못하는 물량 위험 (volume risk)이 그것이다.
물량 위험의 예로는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들이 대부분 지나는 경로인 말라카 해협을 들 수 있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이 2.8km에 수심이 25m밖에 되지 않아 큰 배들은 운항하기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말라카 해협에 도사리고 있는 해적 또한 원유 수입에 껄끄러운 방해물이다.
중국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파키스탄과 경제회랑(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고 안정적 원유 운송 루트를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과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철도, 도로, 송유관 등으로 연결하려는 계획이다. 카슈가르와 과다르항이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면 중국은 거리도 짧고 안전한 육로를 통해 원유 수급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CPEC 파이프라인 건설 진행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파키스탄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사우디가 긴급 자금을 투입하며 지원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외환보유액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IMF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IMF의 최대 출자국인 미국이 반대하는 CPEC에 대한 투자는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CPEC 프로젝트의 난관은 외부에도 존재한다. 중국은 서아시아의 물류 요충지인 과다르항에 투자 하는 대가로 향후 40년간의 운영권을 확보했고, 해군기지 건설을 통한 군사적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과다르항을 통한 교두보 마련은 파키스탄과 종교적 분쟁 관계에 있는 인도에게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중국과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탐탁지 않다. 미국과 인도, 두 우방국가의 이런 견해는 이란의 차바하르항을 통해서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미국은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을 제재할 계획이었으나 주요 8개국에 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이란 차바하르항에 대해서도 제재 예외를 인정했다. 인도는 차바하르항이 열리면 파키스탄을 거치지 않고서도 중동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2016년 이란 핵협정 이후 이미 5억 달러를 투자해 현재 2단계 공사 중에 있다. 미국이 차바하르항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면 우방국 인도가 손해를 볼 뿐만 아니라 과다르항이 교역과 군사의 중심지가 되는 것을 견제하기 힘들다. 따라서 미국은 이란 제재에 구멍이 뚫리더라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의미로 이란 제재에서 차바하르항을 예외 조치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천연가스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TAPI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 이란, 카타르에 이어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4위로 기록되어 있지만, 부족한 인프라와 지정학적 문제로 운송에 한계가 존재해 천연가스 채굴이 이루어져도 수출에 차질이 있었다.
하지만 TAPI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 수출 루트가 추가로 개발된다면, 투르크메니스탄의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이용해 인도의 천연가스 수입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 12월 투르크메니스탄 준공이 시작되었고, 2018년 2월에 아프가니스탄 공사에 들어갔다. TAPI 관련 나라들도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은 파키스탄과 CPEC를 통해 쌓아온 동반자 관계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까지 얻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패권 유지에 있어 가장 큰 적은 중국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막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등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보급로를 확보해야 한다.
과거 미국은 중국에게 비축유 확보와 공세적 해외유전 진출 자제를 요구(USCC 2005)했을 만큼 중국의 자원확보를 견제해왔다. 이번에도 미국은 CPEC의 핵심 항구인 과다르항을 견제하고 있고, IMF가 파키스탄에 쉽게 구제금융자금을 지원하지 못하게 압박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자원 확보 경쟁은 향후 패권 싸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파이프라인 건설 목적은 운송에 대한 비용 감소와 안정성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제 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천연가스에서도 나타난다.
CPEC의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와 TAPI 완공은 원유와 천연가스의 운송 비용을 낮추고, 가격안정성을 높여줄 것이다. 두 파이프라인이 국제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운송 수단으로서의 안정성은 높아지기 때문에 파이프라인 지역 내에서의 가격 스프레드는 좁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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