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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가치 반등, 2005년 데자뷰
(2018년 05월 기사)

달러 가치 반등, 2005년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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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05월 기사)
기고: 글로벌자산배분팀 박희찬 수석매니저
유로화는 프랑스 대선 이후 드라기 총재의 긴축 시그널링까지 더해져 비교적 가파르게 절상되어 왔다. 지난해 4월 초 1유로당 1.04달러의 저점에서 올해 2월 초 1.25달러의 고점이 형성된 것. 1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달러 대비 약 20%가 절상된 셈이다. 이후 글로벌 증시 급락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위험선호가 다소 퇴색됐고, 이 과정에서 유로화 소폭 반락과 달러 인덱스 반등이 동시 진행됐다. 유로존 경기 둔화 시그널도 유로화 반락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유로존 경기 선행지수 및 PMI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상대적인 경기 모멘텀 저하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유로존 경제지표 서프라이즈 인덱스 급락은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앞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예고한다.

2005년 유로화 약세와 닮은 세 가지 현상

최근 나타나고 있는 유로화 반락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올 한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관련해서 현재와 유사한 2005년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2002~2008년은 달러가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기간이지만 2005년에는 1년 가까이 유로화 약세 및 달러 강세가 관찰되었다. 현재의 상황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당시와 유사성을 보인다.

1) 달러가 더 이상 비싸지 않다

지난 1년간 달러 인덱스가 약 10% 하락하면서 달러의 현재 실질 실효 가치는 장기 평균 수준을 회복한 상황이다. 2005년 초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2) 미국 경기 모멘텀이 유로존 대비 우위에 있다

2017년에는 유로존과 미국의 GDP 성장률이 각각 2.4%, 2.3%로 거의 같았고, 2016년에는 미국보다 유로존이 좀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난 2년간 유로존이 미국에 꿀릴 것 없는 경제 성장세를 보였고, 이는 유로화 가치가 회복세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경기선행지수로 볼 때 유로존은 하락세로 전환되어 경기 둔화가 시사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경기 모멘텀이 좀더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두 지역의 경제 성장률이 비슷했기 때문에 올해는 미국에서 좀더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즉, 경기 방향 측면에서는 유로화 대비 달러가 조금 강해질 거라는 예측이다.

그런데 2004년에서 2005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에는 두 지역 모두 2005년 성장률이 전년에 못 미쳤지만, 미국은 3.8%에서 3.3%로 낮아져 여전히 고성장세가 이어진 상황이었던 반면, 유로존은 2.3%에서 1.7%로 떨어져 경기 둔화가 좀더 크게 부각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유로화의 약세로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3) 미국-유로존 통화정책 격차에 있다

두 지역간 금리차 확대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FRB 금리인상은 계속되고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ECB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실업률 하에서 코어 인플레가 오르지 못하는 현실(4년째 연 1% 내외에서 유지)로 인해 통화 긴축으로 선회하지 못하고 있다.

ECB 양적완화가 올 9월 종료될 예정이지만, 지금의 인플레 상황으로 봐서는 다시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통화정책 격차로 인한 두 지역간 금리차는 단기물 중심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지난해에도 두 지역의 금리차가 확대됐지만, 달러 강세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다른 쪽에서 달러 약세 요인들이 더 크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정리한 바와 같이 올해는 달러 고평가 부담이 완화되었고 경기 모멘텀이 다시 미국 우위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가운데, 금리차도 지난해보다 더 확대되기 때문에 달러가 유로화 대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05년에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당시 FRB는 2004년 6월부터 금리 인상에 착수하면서 미국, 독일간 금리차가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달러 약세가 계속되다가 달러 고평가 부담이 해소된 2005년 초부터는 금리차 확대와 함께 달러가 강세로 선회했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달러 인덱스는 10% 남짓 절상되었고, 2005년 12월에 ECB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달러 약세, 유로화 강세 모드로 전환된 바 있다.

달러 강세와 위험선호 공존 가능

달러 가치가 오를 때는 위험자산이 약세를 띠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달러와 위험자산의 반비례 관계는 유동성 논리가 강조될 때 성립하는 것으로, 현재의 유동성 스퀴즈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그런 관계가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는다.

2005년에도 달러 강세에 위험선호가 공존했던 시기다. 미국의 세계경제 성장 주도력이 부각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세계경제 상황이 좋았기 때문에 위험자산 가치도 오를 수 있었다. 올해 상황 역시 2005년처럼 달러 강세, 위험선호가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2005년과 다르게 원화 강세 가능성 낮아

2005년 당시 한국 원화는 달러 대비 강세 모드를 보였다. 중국의 고성장에 의해 수출이 수혜를 보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수도 강해지는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한국의 거시경제적 펀더멘털이 원화 강세를 가져왔다.

하지만 2018년 한국은 경기 모멘텀이 지난해에 비해 처질 가능성이 높다. 수출은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견인했던 반도체 분야에서 기저효과가 불리한 가운데, 원화 환산 수출은 지난해 대비 거의 증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수가 이를 상쇄해줄 만큼 좋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예외적인 증가세를 보였던 설비투자 둔화가 불가피하고 소비를 이끌어 줄 고용시장 여건도 올해 들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하반기로 갈수록 내수에 좀 더 부담이 될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거시경제적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화는 향후 강세보다 약세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연말 달러당 1,100원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경험상 4월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 후 5월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단기적으로 고려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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