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4개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 가능성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기술주
급락이 발생하였다. 미국 정부기관이 조사를 준비하는 단계로 결론이 나기까지는 몇 년간의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 2020년 미국
대선은 금권선거를 탈피할 가능성이 보이는 점으로 인해 투자심리상 미국 IT대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밸류에이션 기초를 다지는 한국 IT플랫폼 기업들
1998년부터 2001년 사이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 사례를 보면 독과점 남용 인정 및 기업 분할 판결 여부가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는 아니었다. 투자자들이 IT기업에 바란 것은 혁신을 통한 성장이었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독점
소송에서 승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는 13년간 정체되어 있었다.
한국 IT플랫폼 기업(전자상거래-광고 수익 기반)에게는 IT플랫폼 성장 모델이 약화된다는 부정적 요인과 글로벌 IT대기업의
한국 진출 동력이 약화된다는 긍정적 요인이 교차한다. 한국 IT기업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이후 한국 정부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IT플랫폼 성장 모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하여 이익 가시성이 있는 IT플랫폼 기업선호도가 올라갈 것으로 여겨진다.
단순히 매출 성장만 가져오고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기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IT플랫폼 기업들은 밸류에이션 바닥을 다지고 있다. 수익성 회복만 확인되면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요소는 갖추어진 상황이다. 글로벌 IT기업의 한국 시장 침탈 속도가 늦어진다는 점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을 선호한다.
미국 정부 반독점 조사 착수 보도
6월 3일, 미국 법무부(DOJ)와 연방무역위원회(FTC)는 기업을 나누어서 반독점 조사를 하는 협약을 맺었다.
FTC는 아마존과 페이스북, 법무부는 애플과 구글을 맡았다. 현재까지는 관할권이 정해진 단계로 반독점 조사를
시작한 상황은 아니다. 다음 단계로 공식으로 조사를 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시장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인 점은 두 개 기관이 협약을 맺고 진행한다는 점이다. 본래 이슈가 있을 때마다 FTC는
합병이 소비자 이익을 해치는지 여부, 법무부는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를 각자 검토하던 것이 같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조사를 맡은 4개 기업들에 대해서 강력한 반독점 조사 실시가 예상되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의 불법 독과점 예상 이슈
FTC가 아마존에 대해서 몇 개월간 이미 관찰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C는 세 가지 관점에서 아마존에 대한 독과점 이슈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①아마존 물류 서비스를 이용 시 'Amazon.com'이 아니라 '경쟁 온라인 몰'에서 지불할 경우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는 점,
②아마존은 마켓 플레이스 서비스를 통한 단순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제공이 아니라 100여개의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여 직접 판매하는 점, ③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서비스 가입 시 무료배송, 할인 행사 제품 조기 구매 기회 제공,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뮤직/북을 통한 컨텐츠 사용)로 경쟁업체들을
부당하게 저해하는 점이다. 더불어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통해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OJ가 구글에 대해서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어느 사업 부문을 면밀하게 조사할 지와 EU의 독점 금지 조사
결과를 반영할 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EU의 반독점 조사 사례는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EU는 구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사항으로 반독점법 위반 결정을 냈다. 기소부터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7년이 소요되었으며,
2019년 3월 시점까지 EU로부터 구글이 받은 과징금의 총합은 82억 유로(약 10.5조 원) 규모이다. EU의 반독점 소송 관련 이슈가 된 것은 다음과 같다.
구글 검색 엔진 내 장착된 구글 쇼핑이 해당 상품의 장점과 상관없이 해당 상품을 노출시키고 있어서 타 가격 비교 사이트의 트래픽을 침해하고 있음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 구글 검색 엔진과 모바일 웹브라우저(크롬)를 포함시켜 출시
구글 광고(AdSense : 이용자 사이트의 구글의 광고 앱 게시. 이용자에게 광고 수익 배분) 이용자에게 게시되는 페이지에 구글과 경쟁하는 사이트의 검색 광고가 같이 나오지 못하게 함
미국 반독점 수사의 불확실성: 장기간 소요와 불법 독과점 판단 요소의 모호성
반독점 조사 이슈에 대해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수 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1년 FTC는 구글이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이용하여 경쟁업체에 부당한 피해를 주었는지 조사를 벌인 바가 있다. 무혐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19개월이 소요되었다.
반독점법 혐의로 고소를 당하더라도 법정 공방이 시작되면 불법 독과점 여부(독과점 자체는 불법이 아님)에 대해서 잠재적인
손익 평가를 하여 독과점으로 인한 잠재적 손실이 이익보다 큰 경우 불법 판결을 내리게 된다. 잠재적인 손익 평가는 사업상의
경쟁자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효용가치까지 고려하여 법원이 판단을 내린다. 잠재적인 손익 평가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판사의 성향, 행정 당국의 반독점 규제 의지 여부가 중요하며 결과적으로 행정부를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미국 대통령은 연방법원 소속 판사를 임명할 수 있다)
미국 정치 문화의 변화: IT대기업에게 불리한 환경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MS) 반독점 소송에서 MS가 이길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친기업 성향을 가진 부시 행정부로의 교체였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시작된 반독점 소송은 부시 행정부로 넘어가면서, MS 기업분할 판결(1심)을 내린 잭슨 판사와 조엘 클라인 법무부
반독점국장 해임을 단행하였고 시장 불간섭주의자로 알려진 존 애시크로프트 상원의원을 법무장관에 지명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MS는 기업 분할을 결의한 1심(2000년 4월) 판결을 뒤집고 2심(2001년 6월) 회사 분할 명령을 기각 판정 받았으며,
2001년 11월 미국 법무부와 MS는 합의안을 작성하는 것으로 소송을 종료 지은 바 있다.
현재 우려되는 상황은 반독점 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주체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 행정부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 때문에 내 친구들(오프라인 유통업체) 사업을 망치게 생겼다. 아마존에 대해서 과세 강화나
반독점법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독과점 조사를 암시해 왔다.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되면 더욱 암울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반독점법 적용에 엄격한 입장이다.
이번에 반독점 조사를 불러일으킨 계기도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렌의 당선 시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을 분할시킬 것"이라는 발언으로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유력 대선후보인 버니 샌더스는 IT기업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으나, JP모건과 버크셔 해서웨이를 의무적으로 분할해야 한다는 법안을 입안한 적이 있어 대기업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모금 문화의 변화도 특징적이다. 미국은 슈퍼팩(Super PAC): 정치활동위원회)이라는 제도를 통해 무제한으로 모금을 가능하게 해 놓았다.
선거자금을 모으면 모을수록 TV 광고를 낼 수 있어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 이는 후보가 지지세력에게 지지를 선언하는 상황을 이끌어내서 문제가 되어 왔다.
2016년 대선은 슈퍼팩이라는 무제한 모금 문화가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슈퍼팩을 받지 않는 것으로서
정치자금으로 인한 이미지 훼손을 방지하였고, 버니 샌더스도 슈퍼팩을 받지 않고 소액기부운동을 통해서 슈퍼팩을 사용한 힐러리
클린턴에 못지 않은 자금을 모은 바가 있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20년 대선에서 슈퍼팩의 영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은
IT대기업의 로비 여력을 차단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 사례
1998~2001년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 사례를 통해 IT기술주의 반독점 조사의 흐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1995년 12월 빌게이츠가 인터넷을 MS의 핵심 전략으로 선언하고 1997년 9월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을 출시하였다. 하지만 당시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넷스케이프로 고전하던 MS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을 윈도우 95에 끼워 팔면서 넷스케이프를 밀어내고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였다. 이에 1998년 5월 미국 법무부(DOJ)는 윈도우 98 출시와 함께 MS의 독점과 끼워 팔기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였다.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MS가 윈도우(OS)에 익스플로러(웹브라우저)를 같이 판 것이 끼워 파는 것인지 아니면 기술적
이점을 제공하는 통합된 우수한 제품을 내놓은 것인가 여부였다.
독점규제 당국은 MS가 PC 운영체제에서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반으로 윈도우 라이선스 업체들에게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면서
인터넷 응용프로그램 등 새로운 시장 진출에서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MS는 독점규제 당국이 첨단산업분야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으며 별개의 제품이 아닌 기술발전에 따른 단일 통합제품이라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서 MS는 윈도우 95와 익스플로러를 분리한
버전을 만들었으나 에러 메시지만 나타나는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나 분리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법정에서 비디오 시연을 하였는데 테이프 조작 흔적이 나타나면서 MS가 내놓은 증거 채택은 거부되었고
2000년 4월 MS 회사 분할 판정(1심)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서 MS는 항소와 함께 미국 법무부와 협상에서 시간 끌기를 지속하였다.
2001년 6월 연방항소법원(2심)은 MS에 내려진 회사 분할 명령을 기각하였다. 1심에서 판결을 내린 토마스 잭슨 판사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불공정한 판정을 내렸다며 판결에서 배제한 것과 더불어 MS가 끼워 팔기로 얻는 이익보다 불공정 행위로 인한
폐해가 더 큰 것을 미국 정부가 입증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2011년 11월 MS와 미국 법무부는 서로 합의하였다. 미국 법무부는 장래 MS의 위법행위 금지 및 장래 유사행위
발생 금지 조치를 원하였고 MS는 이를 승낙하였다. 소송 이후 인터넷 웹브라우저 시장은 MS가 장악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가운데에서도 MS의 주가는 기업 분할 이슈에 둔감하였다.
2000년 초는 닷컴 버블이 붕괴하는 시점으로 실질적으로 MS의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유동성(미국 기준 금리)의 향방이었다.
MS는 인터넷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였지만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주가는 2014년까지 횡보 국면에 들어선다.
마이크로소프트(MS) 반독점 소송 사례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법적 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를 예상하기도 어렵다.
규제 당국의 독과점 견제가 시작되면 기업이 성장 속도가 둔화된다. 이는 독과점 소송에 대한 잠재적 비용 부담에 따라 자율규제 도입 및 로비 활동으로 위기 대응에 나서기 때문이다.
독과점 규제에서 승리하여 생태계를 장악하더라도 기업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MS는 PC OS 90% 이상을 장악하였음에도 모바일 OS에서 애플과 구글에게 주도권을 내주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노키아를 인수하였으나 실패로 끝났다. MS의 기업 가치가 상승하게 된 시점은 2014년 MS Azure(클라우드)에서 성과를 낸 시기로 소송 종료 후 13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림1] 마이크로소프트-나스닥 주가 추이: 웹브라우저 반독점 소송 승리에도 불구하고 '혁신' 부재로 장기 주가 횡보
자료: Bloomberg,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컨설팅팀
[그림2]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매출: 반독점 소송 승리 이후에도 불구하고 신성장동력 탐색 실패로 평가절하(Derating) 지속. M&A도 추세를 바꾸지 못 함
자료: Bloomberg,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컨설팅팀
한국 IT플랫폼에게 미칠 영향: 한국 IT기업 역차별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본질에 집중
이번 미국 반독점 조사 착수가 한국 IT기업의 역차별 차이를 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한국 IT플랫폼 기업
위기의 본질은 ①글로벌 IT대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로 고객 기반이 잠식되는 반면 ②한국 IT기업들의 한국 내 규제로 인하여 한국 기업 역차별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한국 IT기업 역차별 논란으로 제기된 디지털세, 독과점, 가짜 뉴스, 망 사용료에 대한 이슈에 대하여 정부는 해결 방향을 잡고
추진 중에 있다. 시작은 네이버, 카카오로 대표되는 한국 IT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 견제에서 시작되었으나, 해당 논란이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로 확장되면서 동등한 법(규제) 적용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IT플랫폼 기업이 독과점 규제로 인하여 성장에 제한을 받게 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과 아닌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선호도가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T 트렌드에 따라가기 위한 무리한 투자보다 수익화 노력을 통해 이익 성장으로 연결 짓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IT플랫폼 기업들은 성장 스토리의 중심에 있었지만, 한국 IT플랫폼 기업들은 글로벌 IT기업들에게 한국 시장의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이유로 밸류에이션이 낮은 상황이다. 미국 반독점 이슈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표1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국 IT기업 역차별 이슈
구분
내용
디지털세
정부는 "조세회피에 대응해 과세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으며, 2020년 OECD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
미국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세수 확보가 네이버 등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 시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음
독과점
공정위, '기업결함 심사기준' 일부 개정안 시행. 기업 간 M&A로 관련 상품·용역 시장에서 경쟁 제한이 발생하면 이를 금지하는 법안으로, 빅데이터도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
공정위, 구글과 네이버를 상대로 '시장지배적 남용행위에 대한 경제 분석' 착수
가짜 뉴스
'가짜 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박광온 의원 대표 발의), '정보통신망법개정안'(김성태 의원 대표 발의) 등 2017년 이후 10여개 법안 국회에서 발의
망 사용료
Facebook이 SK브랜드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You Tube, Netflix 등 다른 플랫폼 기업의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이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