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님의 댓글
이규석한국의 곡물 회사(비료 와 종자)회사의 국제 경쟁력 비교가 가능 할까요?, 중장기 한국 비료 또는 종자회사의 투자 매력도에 관심이 많은 구독자 입니다
2022년 전 세계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를 좌우할 미국 인플레이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소비자 물가에서 중요도에 비해 간과되기 쉬운 부문이 식품 물가입니다. 미국 식품 물가는 기여도 측면에서 에너지와 주거 다음일 뿐만 아니라, 최근 진정될 조짐이 보이는 에너지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식품 가격의 선행지표가 될 수 있는 유엔 식량가격지수를 봐도 미국 식품 물가가 진정되는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 식품 물가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농산물 가격의 예측도 쉽지 않은 데다가, 미국 식품 산업 내 다양한 변수들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런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보다, 미국 식품 물가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 식품 기업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식품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영업 중인 13개 미국 식품회사들의 최근 실적과 영업 환경을 조사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 식품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를 넘어 여러 투자 시사점들을 얻게 됩니다.
미국 소비심리는 견조합니다. 특히 가격 변화에 대한 탄력성이 낮고 소비에 따른 효용이 큰 식품 소비 심리는 더욱 강합니다. 그래서 2022년 연초 본격적인 식품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는 구간에선 식품 가격 상승을 수용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큰 틀에서 이는 2022년 8월 현재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식품 가격 상승으로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 즉 Trade down 패턴도 감지됩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먹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이는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이 성장하고 과거 유행한 건강식 신선식품 구매와 외식 축소로 이어집니다. 또한 저가인 PL과 선두/프리미엄 브랜드 동반 성장, 푸드 서비스 성장, 닭고기/주식 성장vs소고기/간식 둔화도 확인됩니다. 이런 변화들이 커질수록 식품 기업들이 소비자 수요에 공급 면에서 적절하게 공급하고 효과적으로 비용을 통제하는지 여부에 따라 실적 차별화가 크게 나타납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곡물 가격과 곡물을 사료로 사용하는 축산물 가격의 상승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글로벌 곡물 시장의 메이저 회사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와 번지가 전하는 바는 곡물 부문의 수급은 구조적으로 빡빡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요 면에서 이머징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인구 증가와 식습관 변화 그리고 바이오디젤과 식물성 단백질 성장이 눈에 띄고, 공급 면에서 비료 가격 상승과 기후변화가 주목됩니다.
농산물 가격과는 별개로 미국 식품 밸류체인 전반에서 1)재고자산 확대에 따른 운전자본, 2)공급 차질을 극복하기 위한 인력 투자비용, 3)판매 확대를 위한 광고 및 마케팅비 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과정에서 효과적인 비용 관리 역량이 기업 실적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미국 식품기업은 식품 인플레이션을 해지하는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관심종목으로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 포스트 홀딩스, 치포를레 멕시칸 그릴을 추천합니다. 이밖에 미국 식품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매크로 변화와 미국 식품 인플레이션 수혜 투자처(농산물, 비료, 종자, 바이오디젤, 대체육)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식품 물가의 고점을 예단하기 위해 유엔 식량가격지수를 고려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의미는 있지만 부정확합니다. 이는 식품 물가를 결정하는 식품회사나 자영업자들이 단순히 원재료인 농축산물 가격 이외에 여러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고려할 요소는 소비자들의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민감도, 경쟁 강도, 인건비, 임대료와 전기세를 포함한 유틸리티 비용, 기존 식품사업 수익성들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이런 여러 요소들을 조합해 향후 식품 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이고 복잡해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미국 식품회사들의 발표 내용을 정리하면, 최근 식품 물가 상승에도 식품 소비는 여전히 견조합니다. 많은 식품회사들은 식품 가격에 따른 소비의 변동폭을 의미하는 식품 소비 탄력성이 여전히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합니다. 즉 식품 가격을 올려도 그로인한 소비 감소가 제한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적어도 미국 식품 소비는 아직 전체적으로 좋습니다.
글로벌 곡물 회사인 번지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곡물 가격이 크게 상승해 일부 수요가 파괴될 것을 걱정하지만 우려할 필요는 없다"라며, "식사 수요는 매우 좋고 가격이 저렴해, (지금의) 판매 추세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대표적 육가공회사로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타이슨 푸드는 "제품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소비자 수요는 비교적 안정적"이라 밝혔습니다. 미국 종합 식품회사인 제너럴 밀스도 가격 저항을 묻는 질문에 대해, "현재 가격탄력성이 증가하지만 역사적 수준 이하로 유지되며 실제로 지금까지 탄력성이 바뀌었다는 어떤 변화도 실제로 목격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허쉬도 "2023년에도 추가적인 판가 인상으로 높은 수준의 가격 유지가 할 것"이며 "현재 판매량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여전히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식품회사 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농축산물 가격은 당분간 구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전 세계 곡물무역의 70~ 90 %를 통제하는 글로벌 곡물시장의 4대 메이저 회사인 ABCD(Archer-Daniels-Midland Company, Bunge, Cargill, Louis Dreyfus) 중 상장사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와 번지 등의 최근 실적발표에서 보다 명확히 확인됩니다. 이는 식품 밸류체인 내 일부 다른 기업들이 판가 상승을 한 이후 Trade Down을 고민하는 모습과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참고로 이들 ABCD는 전 세계 곡물들의 수집, 보관, 저장, 운송, 거래뿐만 아니라 곡물들을 가공해 식물성 기름 착유, 곡물 도정, 곡물 가루화, 전분과 에탄올 등 기초 가공물 생산을 담당합니다. 또한 곡물 거래 과정에 필요한 상품 선물 거래와 보험 같은 금융 서비스도 일부 영위하며,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스, 바이오디젤, 반려동물 사료, 영양 보조제를 포함한 일부 식품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 축산물 가격도 상승합니다. 이는 오늘날 대부분 축산물이 주로 곡물 사료로 길러지는 동물과 가금류에서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소와 돼지 사료의 대부분이 옥수수로 만들어지고 특히 가금류 사료에 더 필요한 단백질 보강을 위해 대두박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렇다면 이 기업들은 최근 급격한 가격 상승에도 곡물 시장을 낙관하는 것일까요? 최근 곡물가격 급등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과도한 반등으로 이 상황이 다소 진정되면 과거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닐까요? 곡물 시장의 중장기 수급 면에서 곡물 가격의 상승을 야기하는 장기적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축산물 수요에서 중요한 것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와 번지의 실적 자료를 보면, 이들이 새로운 농산물 수요를 촉진할 다음과 같은 신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식물성 단백질, 2)바이오디젤, 3)반려동물 사료, 4)산업용 소재(에탄올,구연산,향료,색소,섬유질,폴리올 등), 5)프로바이오틱스와 마이크로바이옴. 한편 농산물의 구조적 상승을 지지하는 또 다른 공급 불확실성 요소는 기후변화입니다. 기후변화는 오랜 기간 논의되었던 이야기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급이 타이트한 올해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생산 차질 뉴스가 유독 늘어났습니다. 이미 미국 옥수수와 대두박이 춥고 습한 날씨로 인해 파종이 약 한 달 정도 지연되면서, 해당 곡물 가격이 상승한 바가 있습니다. 남미도 심상치 않은데, 가금류 회사인 샌더슨팜은 최근 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남미의 대두 생산량이 가뭄으로 인해 평소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대두박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유럽도 2022년 여름 이상 고온과 강수량 부족으로 농산물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중국도 2022년 이례적인 가뭄으로 농작물 수확에 타격을 볼 가능성이 큰데,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23일 가뭄으로 가을 수확에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며 4개 부처 긴급 합동 비상사태를 발표했습니다. 양쯔강 수위가 너무 낮아져 수력 발전에 차질이 생길 정도인데, 옥수수 주력 생산지인 쓰촨성과 안후이성 가뭄이 특히 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이상 기후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영향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개선되기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회사는 향후 주원료인 농축산물뿐만 아니라 밸류체인 전반적으로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당장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비용은 1)재고자산 확대에 따른 운전자본, 2)공급 차질을 극복하기 위한 인력 투자비용, 3)판매 확대를 위한 광고 및 마케팅비 등입니다. 이처럼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하면, 개별 기업의 비용 통제와 생산성 항상 역량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는 앞서 강조한 복잡한 소비 환경과 맞물려 기업 간 차별화를 더욱 확대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들을 종합하면, 미국 식품 인플레이션 강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어도 올해 안으로 진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어쩌면 내년 상반기 혹은 그 이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내년 이후에도 농산물 가격의 절대 수준은 과거 확인한 수준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농산물 가격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유가와 우크라이나 작물의 수출 재개 여부 그리고 가능성은 낮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전 등의 변수에 따라, 농작물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경우 미국 식품 인플레이션이 진정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기업들을 분석해 식량 인플레이션 시대에 투자 유망한 식품 기업들과 그로 인 한 투자 전반적인 시사점을 살펴봤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면, 추가적으로 개별 기업이나 ETF들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가 미국 식품 기업들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하 내용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투자 아이디어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이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고, 그런 이유로 글로벌 곡물 트레이딩 시장을 장악하고 곡물 가격 상승에 따라 기업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와 번지를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이런 논리를 확장하면 농산물 자체에 투자하는 상품이나 농업 시장 성장의 수혜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글로벌 비료 및 종자 회사들도 유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곡물 회사(비료 와 종자)회사의 국제 경쟁력 비교가 가능 할까요?, 중장기 한국 비료 또는 종자회사의 투자 매력도에 관심이 많은 구독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