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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글로벌 증시…25년 만에 '골디락스 장세' 오나?
(2023년 02월 기사)

2023년 글로벌 증시…25년 만에 '골디락스 장세'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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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02월 기사)
기고: 한상춘 한국경제TV 객원 논설위원 겸 미래에셋증권 WM마케팅본부 부사장
한상춘 부사장 프로필 사진
1990년대 후반 신경제 신화를 낳았던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이후 25년 만에 미국 경제를 두고 공식적으로 '골디락스'라는 용어가 나왔다. '숲속을 가던 배고픈 소녀가 곰이 차려 놓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는 영국의 전래동화에서 유래된 골디락스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이보다 좋아질 수 없는 이상적인 국면을 말한다.

작년 말까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왔던 미국 경제가 계묘년 들어 갑작스럽게 골디락스 용어가 나온 것은 매월 초에 발표되는 고용지표 때문이다. 경기침체 우려는 작년 12월 실업률이 3.5%로 낮게 나와 완화됐다. 실업률 3.5∼3.7%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정하는 완전고용 수준이다.
달러와 백악관 사진

인플레 우려도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임에 따라 완화되고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서비스 분야의 임금과 물가 간 악순환(wage-price spiral) 고리가 차단되느냐 여부다. 임금을 제외하고는 인플레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 항목의 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임금과 물가 간 악순환은 기대 인플레를 바탕으로 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제품 가격에 전가시키고 이에 근로자들이 임금인상을 다시 요구하면 물가 상승이 본격화된다는 이론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도 소비자물가가 1%포인트 오르면 임금 상승률이 4분기 시차를 두고 0.3∼0.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주식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층 부풀게 하고 있는 골디락스 장세가 실제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최근과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Fed의 통화정책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 추진했는가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골디락스 용어가 처음 탄생한 1990년대 후반 신경제 국면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Fed는 1913년 인플레 안정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하지만 설립 이후 1차 대전, 금본위제 집착, 1차 산품 과잉생산 등으로 초래된 대공황으로 이 목표는 뒷전에 물러났다. 테네시강 유역개발로 상징되듯 국가 주도로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뉴딜 정책의 근간이 됐던 케인즈 이론이 탄생했다.

그 후 베트남 전쟁, 1차 오일쇼크 등의 시험대가 있었지만 Fed는 전성시대를 맞았고 케인즈 이론도 주류 경제학으로 부상했다. 케인즈 이론의 총수요 관리방식대로 금리를 내리기만 하면 침체되는 경기가 살아났고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경기과열에 따라 오르는 물가도 잡혔기 때문이다.

케인즈 이론의 첫 시련은 뜻하지 않는 곳에서 발생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의 여파로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자 케인즈 이론은 무력화됐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더 오르고 물가를 잡기 위해 재정지출을 줄이면 경기가 더 침체되었기 때문이다.

Fed 내부에서도 고민에 빠졌다. 전통대로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아니면 전통을 깨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를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Fed의 통화정책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이 설전은 후일에 '볼커 모멘텀'과 '역불커 모멘텀' 간 대혈투로 비유된다.

평행선을 달리던 끝에 Fed는 볼커 모멘텀을 선택해 힘겹게 '물가안정'이라는 설립목표를 지킬 수 있었다. 역불커 모멘텀의 경기부양 과제는 미국 재무부로 넘어갔다. 재정정책도 케인즈언의 총수요 관리대책이 한계에 봉착하자 세율 감소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공급중시대책으로 선회했다.

물가 안정을 표현한 사진

볼커 모멘텀도 흔들렸다. 고민 끝에 Fed는 2012년 '고용창출' 목표를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그 이후 10년 동안 Fed의 통화정책은 물가안정보다 고용창출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운영했다. 역볼커 모멘텀을 따르는 일부 Fed 인사들은 고용창출을 1선 목표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되었다.

뒷전에 물러날 뻔했던 볼커 모템텀이 다시 힘을 얻은 것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Fed의 통화정책 여건이 또 한차례 격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성장과 물가 간에는 종전의 '고성장-저물가'에서 '저성장-고물가'로, 고용과 성장 간에는 '고용없는 성장(jobless recovery)'에서 '고용이 풍부한 저성장(jobfull downturn)'으로 바뀌었다.

뉴노멀 통화정책 여건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Fed가 작년 3월 이후 인플레가 목표선의 4배 가깝게 웃돌자 제롬 파월 의장과 강경 매파를 중심으로 뒤늦게 볼커 모멘텀 방식으로 금리를 올렸다. 과연 올해도 볼커 모멘텀 방식으로 금리를 운영할 지 여부가 세계 증시에 골디락스 장세가 올 것인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Fed는 작년 3월 이후 볼커 모멘텀 방식으로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3대 난제에 걸려 있다. 인플레를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을 단행하다간 고부채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실물경기는 더 침체된다. 반대로 실물경기를 살리기 위해 '완화' 정책을 고집할 경우 인플레가 증폭되고 부채가 급증하는 트릴레마 고통이 따르게 된다.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정부 시절 Fed가 최근과 같은 상황에 봉착됐을 때는 정보기술(IT) 산업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IT 산업은 두 가지 새로운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기업 권력이 국가 권력을 넘보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테크래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테크래쉬(techlash)란 '기술(technology)'과 '반발(backlash)'의 합성어로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에 힘 겨루는 현상을 말한다.

또 다른 하나는 IT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과정에서 고착화되는 'K'자형 양극화 구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횡재 효과'와 '상흔 효과'가 뚜렷한 IT 산업이 발전할수록 빈곤층이 두터워짐에 따라 노조 활동이 강해지고 자살 등 각종 사회병리 현상이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3의 통화정책 수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연초에 열렸던 전미경제학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최근처럼 심리 요인이 각종 경제활동에 크게 미치는 상황에서는 경기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인플레를 안정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려면 기대심리부터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리적 기대가설에 따르면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지 못하면 임금과 인플레 간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IT 산업을 표현한 사진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최선책은 통화정책의 생명인 '선제성'을 유지하는 길이다. 이번처럼 조기 진단에 실패해 선제성을 잃은 상황에서도 금리를 올릴 때 초기에 대폭 끌어올려야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 3월 이후 때마다 Fed가 금리 인상 폭을 한 단계씩 끌어 올려왔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것은 실물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통화론자의 시각이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안정되면 기업은 실질비용 개선, 국민은 실질소득 증대 심리로 설비투자와 소비를 늘리면 침체국면에 빠지는 실물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연 3대 난제를 풀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절반(fifty fifty)이다.

연초에 불고 있는 골디락스 장세가 올 것인가를 쉽게 예단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가지 희망을 갖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금리인상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때 Fed가 자산시장 여건과 함께 경제지표에 의존하는 새로운 기준(data dependent)이다. 기준금리 변경은 케인스언의 통화정책 전달경로 상 인플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정국의 금리체계 상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의 관계가 '안정적'이라면 금융시장 반응을 주목할 필요가 크지 않지만 미국의 경우 2004년 금리인상 때부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왔다. 작년 3월 이후 Fed가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도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해지자 미국 재무부는 바이 백, 즉 국채를 재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해오고 있다.

금리를 표현한 사진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기준은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이다. 최적통제준칙이란 Fed가 양대 목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기준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때그때 상황을 반영하는 유연성 면에서 테일러 준칙 등에 따라 산출된 적정금리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종전의 방식과는 차이가 난다.

양대 기준을 조합하면 두 번째 문의에 대한 답이 나온다. 금리인상 시기(속도 포함)를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반응을 동시에 고려해 결정할 경우 최적통제준칙에 따른 금리인상 경로보다 앞당기거나 늦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를 올릴 때 금융시장 충격이 우려되면 그 시기가 최적통제준칙에 의한 경로보다 늦춰지고, 반대의 경우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Fed의 금리인상의 잣대인 경제지표에 조작문제가 자주 거론된다는 점이다. 통계조작은 정량적 통계의 '작성' 단계에서 발생한다. 작성 조작은 각각의 통계 당 세부 구성항목 선정과 가중치 설정 문제로 귀결된다. 인플레 지표의 경우 국민 경제생활에 민감한 항목을 제외하거나 가중치를 낮게 설정하면 늘 안정된 것처럼 나온다.

설문조사 통계의 경우 특정 목적에 부합되는 대상만을 추출해 조사하면 '표본 오차(sampling error)'가 발생한다. 표본에 추출된 대상도 나중에 찾아올 후폭풍 등을 생각해 의도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비표본 오차(non sampling error)'가 발생해 결과치가 크게 왜곡된다. 두 오차가 일정 허용범위를 넘으면 통계 조작에 해당된다.

최근 들어서는 통계 선택과 해석 등 넓은 의미의 통계 조작이 자주 문제가 되고 있다. 최고통수권자의 정치적 야망 등과 같은 특정 목적에 부합되는 되는 통계만을 골라 발표하는 경우다. 같은 통계라 하더라도 특정 목적에 맞게 해석하고 반대로 해석하는 시각을 무시하거나 위기 조장론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해당된다.

4년 전 미국과 한국 경제처럼 지표상으로 괜찮은데 경제주체가 침체를 우려하고 시장은 주가 폭락 등으로 과민하게 반응했던 상황을 가정해 보자. 프레이밍 효과를 중시하는 FOMC 위원들은 금리인상 속도 조절 의사를 밝히면서 경기와 시장을 안정시켰다. 하지만 프레임에 갇혀있는 금통위 위원들은 '위기를 조장하는 가짜 미네르바 세력'으로 무시했다.

Fed가 비판을 받는 통계조작은 인플레 지표 해석상의 문제다. 같은 지표라 하더라도 인플레를 안정시키려는 의지가 강할 때에는 '불안'하다고 해석해 매파 성향을 쏟아낸다. 하지만 경기부양 등 다른 현안도 감안해야 할 때는 '안정'됐다고 해석하고 비둘기 성향의 발언이 나온다. Fed 인사들이 어떤 성향이 많이 채워지느냐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3월 이후 금리를 말이 뛰는 식으로 올린 데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보드 멤버로 강한 매파 성향 위원들이 채워졌기 때문이다. 최고금리를 7%까지 올려야 한다는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자이언트 스텝을 주도한 로레타 메스트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와 에스터 조지 캔사스시티 연은 총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말로 이들이 모두 빠지는 대신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댤러스 연은 총재 등 비둘기파 성향을 지닌 인사들이 새롭게 들어왔다. 1990년대 후반처럼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은 적지만 올해는 25년 만에 골디락스 장세가 나타날 기대를 완전히 저버릴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댓글목록

심철보님의 댓글

심철보

금년에는 악몽이었던 2022년 주식시장을 벗어나 골디릭스 활황 주식시장이 되길 소망해봅니다,
좋은 정보 글 감사합니다.

유한호님의 댓글

유한호

추천주 들고 십년 버티다가 반토막도 넘은 가격에 던진 2022년 일이 두고 두고 회자될 듯 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