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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트럼프 집권 2기 시대가 출범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어떻게 변할까?

마침내 트럼프 집권 2기 시대가 출범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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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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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제금융시장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피벗을 추진한 것으로 요약된다. '웩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라 불릴 만큼 신흥국을 필두로 스위스, 스웨덴 등 비()유로 선진국 중앙은행이 피벗을 추진했다. 같은 해 6월부터는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미국 중앙은행(Fed), 그리고 한국은행(BOK) 순으로 동참했다.

선진국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은 2025년을 피벗의 '실수론'과 '실기론'에 시달리면서 '중앙은행 무용론'이 제기되는 중에 맞이해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는 피벗을 추진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다는 의미로, 후자는 추진 방향은 맞았지만, 통화정책의 생명인 '선제성(preemptive)'을 잃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Fed는 빅컷을 단행한 지 한 달도 채 못된 시점부터 '파월의 실수(Powell's failure)'에 시달려 왔다. '노 랜딩'이란 신조어가 나올 만큼 펀더멘털이 강한 여건에서 빅컷을 단행하면 1980년대 초 당시 Fed 의장이 저지른 '볼커의 실수(Volker's failure)'를 다시 저지르지 않겠느냐는 비판이 통화론자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2022년 3월 금리 인상 때도 Fed는 거센 실기론에 시달렸다. 2021년 4월 이후 모든 물가가 급등하자 '일시적'이라 판단하고 오히려 평균물가목표제(AIT·average inflation targeting)를 도입해 방관했다. 그 후 말이 뛰는 식으로 급등하는 캘로핑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빅스텝(0.25%p), 자이언트 스텝 (0.75%p)으로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경제 주체에게 충격과 부담을 줬다.

Fed의 실수론은 통화정책 전환기에 중앙은행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트릴레마 국면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조세와 복지, 그리고 국가채무 간 상충관계인 재정 트릴레마에 빗된 통화 트릴레마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트릴레마를 헤쳐 가는 과정은 '해로드-도마의 칼날 성장 이론'에 비유된다. 작두를 타는 무속인이 칼날 위에서 떨어지면 큰 상처가 나듯이 물가를 다 잡기 전에 금리를 성급하게 내리면 '볼커의 실수', 경기가 다 회복되기 전에 금리를 성급하게 올리면 '에클스의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트릴레마 국면처럼 통화정책이 목표 간 상충할 때는 '틴버겐 정리(Tinbergen's theorem·정책목표 수대로 정책 수단을 가져가는 것)'대로 중앙은행은 1선 목표인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다른 목표는 해당 부처에게 맡기면 된다. 한은처럼 경기, 물가, 고용, 가계부채, 강남 집값, 심지어는 교육 문제까지 고려하다 보면 2025년에는 어느 하나 못 잡는 상황에 닥칠 수 있다.

2025년에 Fed가 얼마나 금리를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은 2024년 9월 빅컷을 단행한 이후 이뤄진 금리 수준에 대한 평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으며 그것이 과연 적절했는가를 사후적으로 검증하는 방법 중이 하나가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다.

산출 공식은 실질 균형 금리에 평가 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을 더한다. 여기에 평가 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반응 계수(물가 및 성장에 대한 통화당국의 정책 의지를 나타내는 계량 수치)를 곱한다. 그리고 평가 기간 중 성장률에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 계수를 곱한 후 모두 더해 산출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도출된 적정수준보다 높아 2022년 3월 이후 Fed의 금리 인상이 얼마나 급하게 단행했던가를 입증해 주고 있다. 2021년 5월 이후 인플레이션이 불거질 당시 '일시적'이라 오판하고 평균 물가 목표제로 관리해 온 Fed가 뒤늦게 '볼커 모멘텀'으로 대처해 온 결과다.

볼커 모멘텀식 대응의 가장 큰 부작용은 'r 스타(r*)' 금리가 'r 더블 스타(r**) 금리'보다 높아진 점이다. r* 금리는 실물경기를 침체시키거나 과열시키지 않는 중립금리다. 반면 r** 금리는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또 하나의 중립금리다. r* 금리가 r** 금리보다 높아지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져 금융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

코로나발 인플레이션이 불거지기 직전까지 20년 이상 저물가가 지속되는 여건에서 r* 금리와 R** 금리 간의 괴리는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 3월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실물경기 섹터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급하게 올리는 과정에서 r* 금리가 높아졌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r* 금리가 r** 금리보다 얼마나 높아졌는가에 대해서는 추정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 분명한 것은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만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두 금리 간의 격차가 벌어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더 하락하게 된다. Fed가 피벗을 지연시킴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 침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기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r* 금리가 r** 금리보다 높아진 여건에서는 물가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중앙은행의 통제권에 들어오면 통화정책(혹은 재정정책)은 '경기부양' 쪽으로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 물가가 목표치까지 도달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고집하다간 경기를 침체시키는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삼의 법칙(Sahm's rule)'이 주목을 받았던 것도 이 이유에서다. 삼의 법칙이란 클라우디아 삼 뉴 센트리 어드바이저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한 것으로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치가 지난 1년간 최저 실업률을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가 침체한다는 실증적인 이론을 말한다. 1970년 이후 이 법칙에 걸리면 한 차례만 제외하고 미국 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졌다.

2024년 5월 이후 실업률이 4% 이상 상승한 것은 해당 기간 중 집중적으로 발생한 자연재해 등으로 노동시장에 참가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보다 일시적인 병목(bottle neck)과 불일치(mismatch)의 결과다. 2025년 통화정책 추진에 비중을 둘 고용시장이 문제가 없다면 추가 금리인하를 빠른 속도로 추진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에는 Fed의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Fed는 1913년 당시 주별로 최대 현안이었던 물가를 잡기 위해 설립됐다. 초기에는 '비밀의 사원'이라 불릴 정도로 비공개 원칙을 유지했다. 물가 안정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기준금리 변경'을 일차적으로 고려했던 1980년대 초까지 지켜졌다.

비밀의 사원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2차 오일쇼크로 1980년 이후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친 이후부터다. 경기침체하에 물가가 오르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맞아 직전까지 통화정책의 주수단은 통화량 조절 방식이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 끝에 당시 폴 볼커 Fed 의장은 기준금리 변경 방식을 다시 채택했다.

문제는 경기순환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순응성(procyclicality)'과 '단축화(shortening)' 현상이 심해지는데 기준금리 변경 방식이 효과를 보기까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통화정책의 시차가 길 때는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와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경제 상황이 달라 Fed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선제성'을 통화표준(monetary standard)의 생명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통화표준이란 로버트 헤철 전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한 통화정책의 틀(frame)이자 체제(regime)로 기준금리 변경과 같은 통화정책은 일정 기간 지속돼야 효과를 볼 수 있어 선제성을 중시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경로상 최종 목표인 물가 안정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중간에 확인해 보고 싶은 표적변수(proxy)가 필요했다. 중간 표적변수는 그 특성상 기준금리와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최종 목표와의 연계성이 높아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중간 표적변수를 설정해 운용하면 최종 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양대 조건을 갖춘 중간 표적변수를 찾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밀의 사원을 열어 Fed의 의도대로 시장을 끌고 나가 시차를 줄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1994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FOMC 성명서 발표를 필두로 2000년에는 경제진단과 전망, 2003년에는 통화정책 지침이 추가됐다. 바톤을 이어받은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2011년에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했다. FOMC 회의 직후 발표되는 선언문과 30분 후에 갖는 Fed 의장 기자회견 간의 일관성이다. 최근처럼 디지털이 진전되는 여건에서는 FOMC 선언문과 Fed 의장의 기자회견과 일치되지 않을 때는 확정 혹은 부정적 편향을 낳아 시장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FOMC 선언문과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으로 이 문제의 중요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점도표상으로는 2024년에는 세 차례 금리인하가 예상됐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파월의 기자회견에서는 선언문보다 더 강한 피벗 시사로 최대 여섯 차례까지 금리인하 신호를 줬다. 직전 선언문은 무력화되고 시장은 혼선이 나타났다.

파월 의장 이전에 버냉키와 옐런 전 Fed 의장이 이 점을 중시해 기자회견 내용을 FOMC 선언문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선에 그쳤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달랐다. 기자회견 뉘앙스가 FOMC 선언문과 다른 것을 넘어 각종 포럼과 의회 증언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Fed 인사도 가세했다.

Fed 의장과 인사가 수시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통화표준의 생명인 선제성 유지가 어렵게 되자 2021년 9월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의 계기로 아예 '후행적(reactive)'으로 바뀌었다. 통화표준상 선제성을 잃어 통화정책의 주도력을 잡지 못한다면 '세계중앙은행'과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서 Fed와 Fed 의장의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파월의 혼돈(Powell's chaos)'은 최후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Fed와 파월 의장이 오히려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데서 비롯된 용어다. 남라타 너레인과 쿠날 상가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파월의 기자회견으로 S&P 지수가 상하로 1%, 금액으로는 390조 원 이상의 주가 변동을 초래한다고 추정했다.

표 1 미국 금리인하기 주요 자산 수익률
구분 S&P500 달러화 국제유가
구분 1995년 S&P500 18.7% 달러화 8.4% -0.8% 국제유가 22.1%
구분 1998년 S&P500 20.9% 달러화 3.1% 4.0% 국제유가 54.5%
구분 2001년 S&P500 -13.5% 달러화 5.4% 3.8% 국제유가 -27.3%
구분 2007년 S&P500 -20.6% 달러화 -1.5% 17.6% 국제유가 20.1%
구분 2019년 S&P500 9.8% 달러화 -5.2 % 39.7% 국제유가 -31.3%

주: 첫 금리인하 이후 1년 간 수익률 기준.
자료: 블룸버그, CNBC

금리 변경을 적절한 시기에 했더라도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 관계가 일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4년 이후처럼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가 더 올라가는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케인즈언의 통화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기준금리 변경→시장금리 등락→총수요 가감→금리·고용·경기 조절)가 잘 작동되지 않는 것도 금리 변경 효과를 반감시킨다. 기준금리 변경에 따라 시장금리가 의도한 방향으로 조절됐더라도 민간 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 등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Fed의 폐지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변경 방식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검토된 전달경로 상 몇 가지 사안은 2025년 통화정책에 커다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단추인 현재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익일 환매 금리(ON RRP)'로 대체되느냐부터 최대 관심사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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