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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2018년 07월 기사)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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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07월 기사)
기고: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객원 논설위원 겸 미래에셋대우 VIP서비스본부 부사장
한상춘 부사장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평가가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 위원장 간 만남 그 자체에 의미를 뒀던 시각은 '성공작'이라고 보는 반면 CVID(완전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 합의를 기대했던 시각은 '실패작'이라고 한 단계 깎아내린다. 어떤 평가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를 포함한 국제정세가 크게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미 정상회담은 계속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주도력이나 성과적인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추가 협상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의제도 CVID 뿐만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북미 수교, 평양 내 미국 대사관 설치 등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미국 국민의 의식도 부담이다. 지난 2월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북한을 꼽았던 응답자 비중이 절반을 넘을 만큼 미국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년 후 재선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치 외교적인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북한 경제 사정은 어려워졌다. 특히, 김정은을 비롯한 권력층 유지에 필요한 외화 가득원이 취약해졌다. 작년의 경우, 수출은 직전연도대비 36.8% 감소한 가운데 전체 수출의 85%를 웃도는 대중국 수출은 50% 넘게 급감했다. 경제개발에 필요한 재원인 북한에 대한 투자도 작년 하반기부터 사실상 봉쇄됐다.
[그림 1] 북한 경제성장률
북한 경제성장률 자료: 한국은행
[그림 2] 북한 수출 현황
북한 수출 현황 자료: CEIC
김정은 취임 이후 '국가 핵 무력 완성'과 '경제 발전'이라는 이원적 전략(two track) 전략을 추구했던 북한으로서는 전자를 토대로 협상력을 높여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제재완화의 필요성이 더 증대됐다.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성취'를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가 협상의 핵심 의제는 '비핵화' 논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은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달성, 북한의 경우 김정은 체제 보장과 함께 경제 발전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 제재 완화가 최대 목표다. 앞으로 남북과 북미 추가 회담을 통해 미국과 북한, 그리고 남한은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합의사항 이행을 점검하고 핵 폐기 등과 같은 민간 사안에 대해서는 타협점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3] 북한의 비핵화 협상 예상 시나리오
북한의 비핵화 협상 예상 시나리오 주: 2018년 6월 이후는 임의의 시간프레임을 적
자료: 한국국방연구원 자료 재구성
중요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경제협력과 통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남북이 분단된 지는 70년이 넘었다. 독일의 경우 45년보다 무려 25년 이상 길다. 체제부터 통일을 추진한다면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예술, 체육, 문화 행사 등을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사전 정지작업부터 필요하다.
사전 정지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경제협력 단계에 들어간다. 일단 폐쇄됐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부터 재개할 필요가 있다. 상당한 인프라가 진척돼 있는 데다 UN 제제로부터 자유로워 지금 당장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주와 경기북부 지역에 제2 개성공단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비핵화 문제 해결을 전제로 도로, 철도, 통신시설 뿐만 아니라 동서독 통합과정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항만 등에 걸쳐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작업이 다음 단계다. 북한의 시설을 재정비해 사용될 수 있으나 남한 기준에 맞춰 신설하는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SOC가 확충되면 그 기반 위에 노동, 자본, 기술 등 생산요소와 북한에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물자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에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 북한은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고 남한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이 단계의 성공 여부가 이후 남북 관계 진전과 속도를 결정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최종 단계는 화폐를 통일시키는 작업이다. 핵심은 남북 화폐 간 교환비율을 설정하는 문제다. 독일의 예처럼 화폐교환비율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북한 주민과 남한 국민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동서독 통합 때에는 동독 화폐는 현실 가치보다 높은 수준으로 교환토록 합의해 동독 국민이 크게 혜택을 봤다.
동서독 화폐통합 전례를 남북한 화폐통합에 그대로 적용해 보자. 현재 남한 화폐는 달러당 1080원, 북한 화폐는 암시장에서 10000원 내외에서 거래된다. 남북통일 이후 화폐교환비율이 '1(남한):9.25(북한)'보다 낮게 설정되면 현 시점에 북한 돈을 사두는 사람은 이득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1:3'으로 설정되면 67% 수익이 난다.
경제협력 성과가 가시화되면 다음 단계는 체제를 통일하는 작업이다. 한반도 전역에 적용될 수 있는 통일헌법 제정과 국민 동의를 거쳐 정치적으로 통합이 돼야 한다. 남북 협력과 통일의 마지막 과정은 사회통합이다. 남한의 '국민'과 북한의 '인민'이 '한민족'이라는 뿌리를 되찾아야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 달성될 수 있다.
[그림 4] 분야별 남북회담 개최 수
분야별 남북회담 개최 수 자료: 통일부
[그림 5] 남북 인원왕래 현황
남북 인원왕래 현황 자료: 통일부
북미 정상회담 이후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도 관심사다. 북미 간 첫 정상회담인 만큼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다. 단순한 '합의'보다 '이행'이 중요하고 추가 협상을 통해 민간사안에 대한 입장차를 얼마만큼 좁혀 나갈 수 있느냐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금융시장 모습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1차 회담이 있었던 2000년대 초에는 IT 버블 붕괴와 같은 변수가 있었긴 했지만 초기에 나타났던 심리적 효과는 지속되지 못했다. 2차 회담이 열렸던 2007년과 3차 회담에 열렸던 올해 4월 이후 금융시장은 큰 변화가 없었다.
북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대 평가사가 특정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왔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지정학적 위험 비중을 낮추는 대신 거시경제 위험, 산업 위험, 재무 위험 비중을 높였다. 지정학적 위험이 경제기초여건(fundamentals)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지 않는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산출하는 세계 지정학적 위험지수(GPR·Geopolitical Risk Index)도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된 이후 큰 변화가 없다. GPR 지수는 190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주요 언론에 △전쟁 △테러 △정치적 갈등 등이 언급된 비중을 종합해 2000∼2009년을 기준으로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심화 혹은 완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자체만으로 금융시장에 기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협상 기대로부터 비롯된 '급등(skyrocketing)'과 합의 실패, 부진한 이행에 따른 '순간 폭락(flash crash)'으로 주가(특히 남북관련 주식)와 원·달러 환율 등 금융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림 6] 1차 정상회담 전후 금융시장
1차 정상회담 전후 금융시장 자료: 블룸버그
[그림 7] 2차 정상회담 전후 금융시장
2차 정상회담 전후 금융시장 자료: 블룸버그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는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으로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차이나 패싱' 문제로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다. 중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당사국일 뿐만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체제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신흥 강대국이 급부상하면서 기존 강대국이 느끼는 두려움으로 전쟁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을 말한다. 기원전 5세기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27년 간 치렀던 펠로폰네스 전쟁을 다룬 투키디데스의 이름에서 비롯된 용어다. 2015년 9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이 언급한 이후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맞대응할 정도로 경제 위상이 높아졌다. 외환보유액과 수출규모는 세계 1위에 오른 지 오래됐다. 시가 총액과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다음이다. 10년 전 미국 하버드대의 닐 퍼거슨 교수가 내다봤던 '차이메리카(Chimerica=China+America·G2)'에 접어들었다.
중국과 미국은 이미 투키디네스 함정에 빠져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시각도 의외로 많다. 출범 첫 해 트럼프 정부가 추구했던 달러 약세에 맞서 시진핑 정부는 위안화 약세로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환율 전쟁' 일촉즉발 위기까지 몰렸다. 올해 들어서는 '관세 전쟁'이란 용어가 나올 만큼 한 단계 높아지다가 최근에는 첨단기술을 놓고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그림 8] 주요국 경제 성장률
주요국 경제 성장률 자료: 미국 재무부
[그림 9] 지역별 경상수지
지역별 경상수지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한반도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운명이 크게 엇갈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세기 이후 일본이 급부상함에 따라 당시 강대국이었던 중국(청일 전쟁), 러시아(러일 전쟁), 미국(태평양 전쟁)과 전쟁을 잇달아 치르는 과정에서 '일본 식민지 시대'와 '남북 분단'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이 태어났다.
국제관계는 냉혹하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에 미국, 중국, 북한이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수(數)'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중재자 역할'이다. 이 역할을 잘한다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에는 의외로 큰 시련이 닥칠 수 있다.
70년이 넘는 분단기간을 감안하면 모두 쉽지 않은 과제다. '프로보노 퍼블릭코(공공선) 정신'과 '국민의 희생'이 뒤따라야 해결될 수 있다.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긴 호흡을 갖고 남북과 주변국과의 관계를 풀어가야 한다.

메인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https://commons.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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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철님의 댓글

정희철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