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 컨트롤 타워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갑작스러운 금리인상 발언을 놓고 논쟁이 거세다.
"단순히 초보자의 실수다", "아니다, 고도의 계산이 깔린 묘수다".
4월 이후 고용통계가 종전과 달리 노동 수급상 미스매치로 부진하게 나옴에 따라 옐런의 금리인상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 높아지고 있다.
첫째, 옐런의 금리인상 발언 이후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초보자의 실수'인가 하는 점이다.
2014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취임 당시에도 같은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옐런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Fed 의장에 이어 재무장관에 오른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인물이다.
노동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일 뿐만 아니라 모형을 통해 예측을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실무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고 노련하다.
Fed 의장 취임 이후에는 금융위기 극복의 최대 난제로 평가받는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를 무난하게 해결해 재임기간 평가가 역대 Fed 의장 중 가장 높은 'A(미국에서는 'A+'를 잘 주지 않는다)'였다.
둘째, Fed 의장을 했던 옐런이 '1913년 창립 이후 지켜져 온 금기를 깨고 금리인상 발언을 했을까' 하는 의문점이다.
'Fed의 독립성'보다 더 중요한 금기가 중앙은행 목표다.
하지만 물가는 안정되는 여건에서 Fed는 물가 안정 이외 다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관철돼 2012년부터 고용 창출 목표가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Fed의 독립성'이라는 금기도 누가 지키느냐 하는 점이다.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누구나 언급할 수 있다.
옐런처럼 통화정책과 조화를 가져가야 할 재정정책 수장으로 금리인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 발언에 영향을 받느냐 여부는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체 판단이 가능한 Fed의 몫이다.
셋째, 통화정책 추진에 고용 창출을 우선시한다면 옐런의 금리인상 발언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때다.
2023년까지 고용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파월과 달리 옐런은 내년에 완전고용이 달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4월 고용 부진의 양대 요인인 영구적 실업자와 전문직종의 노동력 공급 부족은 경기가 아니라 국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보고 있다.
케인즈언의 전달경로(trancmissiom mechanism·유동성 혹은 기준금리 변경→총수요 변화→실물경제 영향) 상
통화정책의 시차가 1년 내외임을 감안하면 내년에 완전고용이 가능하다면 지금 시점에서 금리인상 신호를 시장에 쥐야 한다.
옐런의 정책 처방 근거인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은 케인즈언의 총수요 이론에 가깝다.
넷째, 일부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옐런이 처음부터 금리인상을 언급할 정도로 출구전략 순서를 몰랐겠느냐 하는 점이다.
옐런은 금융위기 직후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대변되는 금융완화와 2010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한 출구전략을 밴 버냉키 당시 Fed 의장과 함께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이다.
또한 옐런은 출구전략과 같은 대변화를 모색할 때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기준을 명확하게 예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Fed도 이런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몰조항 중심(sunset based)', '조건충족 중심(threshold oriented)', '경제지표 중심(data dependent)'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고 이 순서대로 출구전략을 추진했다.
다섯째, 옐런의 금리인상 발언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영향이 없다는 시각도 잘못된 판단이다.
시장금리의 대표격인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만 놓고 본다면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금리인상 발언 당일 1.59%였던 10년물 국채금리가 1.57%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장금리도 비슷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국채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대 변수인 적자 국채 발행에 따른 금리상승 우려를 사전에 불식시켜 놓았다.
금리인상 발언에 앞서 지금까지 확정된 6조 달러에 가까운 바이드노믹스의 재원을 적자 국채 발행보다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3월말 회계연도가 끝난 일본의 국채매입도 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결국 옐런의 금리인상 발언은 ‘실수’가 아니라 고도의 계산이 깔린 '묘수'로 판단된다.
Fed의 무제한 통화공급으로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이 동시에 제기되는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자신의 주 책무인 경기 부양책과 인프라 확충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中 경제, '인구절벽' 논쟁…세계 경제, '스테그플레이션' 닥치나?
'중국 인구가 감소했느냐'를 놓고 논쟁이 거세다.
10년마다 조사하는 중국의 인구센서스 통계 발표를 앞두고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내놓은
"지난해 중국의 인구가 감소됐다"는 보도에 중국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증가했다"고 이례적으로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국의 인구 증감은 세계 노동시장에 중요한 변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글로벌화와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저개발국 등 제도권 밖에 머물던
노동력 공급이 정체되는 또 다른 '루이스 전환점'을 맞아 중국의 인구 증감은 세계 노동력과 임금 수준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방화를 표방한 이후 세계 경제는 중국 인구와의 최적 조합인 '스위트 스팟' 기간을 누려왔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세계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편입하기 시작했던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고성장-저물가'라는 종전의 경제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경제' 국면이 나타났다.
'중국 인구가 감소했느냐'를 놓고 벌이는 인구절벽 논쟁은 세계 경제에 최대 복병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찰스 굿하트 영국 런던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인구 대역전(원제;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은
코로나19 사태가 해빙될 무렵 세계 인구가 감소하면 세계 물가는 10%대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인구 증감이 세계 경제 성장과 물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간단하게 총공급 곡선(AgS·노동시장과 생산함수에 의해 도출)과
총수요 곡선(AgD·투자와 저축을 의미하는 'IS 곡선', 유동성 선호와 화폐 공급을 의미하는 'LM 곡선'에 의해 도출) 이론을 통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최근처럼 인구절벽 논쟁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중국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총공급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고 물가 상승률은 하락하는 '골디락스' 국면이 도래한다. 반대로 앞으로 중국 인구가 감소해 총공급 곡선이 좌측으로 이동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는 대신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스테그플레이션 국면이 나타난다.
이중 중국 인구 감소에 따라 인플레이션 발생 여부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국민 경제생활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인구 증가로 저물가 여건이 지속될 때 각국 중앙은행은 전통적인 목표였던 '물가 안정'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과감한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2012년 미국 중앙은행(Fed)이 창립 이후 최대 변신이라고 평가받는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설정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다.
저물가 유지 여부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 강도 있는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중국 인구 감소로 저물가 기조가 흔들린다면 테이퍼링을 추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신 보급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의 싹(green shoot)'이 돋아나는 상황에서 테이퍼링을 추진할 경우 '코로나19 사태를 극복(golden goal)'하기 전에 '재침체 국면(yellow weeds)'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장기간 저금리 국면에 잠복돼 왔던 빚의 복수가 시작되고 자산 거품도 붕괴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 빚(국가+민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빚은 2007년 113조 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221조 달러로 87% 증가했다. 한국은 유독 가계부채가 많은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를 비롯한 대부분 예측기관은 앞으로 세계 경제가 빚 부담을 연착시키지 못할 경우 '복합불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기준금리 등 정책수단이 제자리에 복귀되지 않은 여건에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경제주체의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정책대응마저 쉽지 않아 1990년대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가 자산가격과 실물경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의 경제 비중이 높고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른 국가다.
우리만큼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중국 인구절벽에 따른 충격에 대비해 놓아야 할 때다.
표 1 외환보유액 보유와 위기발생확률
연구자
대상국가
위기지표
위기발생확률
Radelet and Sachs (1998)
22개 신흥시장국
자본유출입의 급격한 변동
40 bp(from 7%)
Milesi-Ferretti & Razin (1998)
105개 신흥시장국
환율절하(15%)
51 bp
Berg and Patillo (1999)
100개 신흥시장국
환율절하(25%)
69 bp
주: 위기발생확률은 외환보유액 10억달러 증가에 따른 위기발생 감소폭임
유로 경제, 브렉시트 이후 5개월…국제금융허브, 시티오브런던 텅 비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세계인의 관심이 온통 쏠려있는 사이에 유럽연합(EU)에서 올해 첫 탈퇴 회원국이 나왔다.
바로 영국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회원국이 난민, 테러, 경기 침체 등에 시달리고 있으나 해결책은 고사하고 대응조차 신속하게 못 하는 '좀비 EU' 때문이다.
최대 관심사는 영국의 탈퇴를 계기로 EU와 세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럽 통합은 단일 세계 경제 현안 중 역사가 가장 길다. '하나의 유럽구상'이 처음 나온 20세기 초를 기점으로 한다면 110년,
이 구상이 처음 구체화된 1957년 로마 조약을 기준으로 한다면 60년이 넘는다.
유럽 통합은 두 가지 길로 추진돼 왔다. 하나는 회원국수를 늘리는 '확대(enlargement)' 단계로 초기 7개국에서 28개국으로 늘어났다가 영국의 탈퇴로 27개국으로 줄어들었다.
다른 하나는 회원국 간 관계를 끌어올리는 '심화(deepening)' 단계로 유럽경제통합(EEU)에 이어 유럽정치통합(EPU), 유럽사회통합(ESU)까지 달성해 간다는 원대한 구상이었다.
영국의 탈퇴로 우려되는 것은 다른 회원국 탈퇴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점이다.
가장 먼저 유럽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유로존 탈퇴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PIGS(포르투칼·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가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EU 탈퇴 이후 영국 경제가 독자적으로 회생할 경우 회원국의 탈퇴 움직임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회원국 내부에서는 분리 독립 운동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우려된다.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의 독립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네덜란드의 플랑드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와 근접한 동부 등도 분리 독립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회원국 탈퇴가 잇따르고 분리 독립 운동마저 일어난다면 유럽 통합은 붕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는 당사국인 영국 경제부터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로 자국 경제가 2030년까지 6% 위축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가구당 연간 4천 300파운드의 손실을 가져다주는 커다란 규모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잔류했을 때와 비교해 2030년에는 5%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아 있는 회원국 경제에도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영국의 EU 탈퇴를 계기로 유럽 경제성장률이 1%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예측기관이 대다수다.
크리스틴 라가르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유로화 가치도 유로존 출범 초에 보였던 등가수준(1유로=1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뉴욕에 이어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지였던 런던의 위상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국제금융허브였던 시티오브런던이 '시카고 공포'가 우려될 정도다.
시카고 공포란 도시발전의 원동력이자 상징이었던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빈 집이 늘어나고 각종 범죄가 급증하면서 시카고가 유령도시로 변한 현상을 의미한다.
런던 대신 베네룩스 3국과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부상하고 있다.
가장 빨리 부상하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는 공식 명칭이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으로 게르만족의 하나인 프랑크족이 강을 건넌다는 포르크(ford)에서 유래되었다.
프랑크푸르트는 라인강을 가장 쉽게 건널 수 있는 지역에 건설된 도시라 오래 전부터 국제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해 왔다.
현재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항공수요가 많은 공항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수많은 다국적기업과 유럽기업의 본부가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도이체방크, 코메르츠방크 등이 있는 국제금융 중심지이다.
프랑크푸르트는 앞으로 국제금융 종합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세 가지 장점을 갖추고 있다.
가장 중요한 독일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을 잘 흡수하면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거시경제 여건을 갖추고 있는 점이다.
유럽재정위기에서 입증됐듯이 유럽 통합이 흔들릴 때마다 독일 경제가 최후의 보루역할을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자체적으로는 증강현실 시대에 국제금융 중심지로 갖춰야 할 필수조건인 클라우드와 핀테크,
블록체인 기업이 집중돼 있고 독일 경제의 자랑이기도 한 막강한 제조업과 컨설팅, 미디어 기업이 받쳐주고 있는 복합도시다.
세계 최대 규모 무역박람회인 메세 프랑크푸르트, 프랑크푸르트 오토쇼, 음악 박람회, 도시 박람회도 열린다.
분데스방크에 따르면 영국에서 활동해온 비 독일계 금융기관이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한 독일 금융시장으로 이전시킬 자산의 규모가 무려
8,170억 달러(약 89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가 런던을 대체할 국제금융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