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모님의 댓글
이한모리스크를 예측하여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미래에셋 리더들의 역할이 아닐까요? 본 기고도 일환이겠지요?
올해 세계 경제 예측에서 가장 흔들렸던 항목은 '인플레이션'이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인플레 논쟁은 세계 중앙은행 격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그것도 세계 중앙은행 총재 격인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마이클 피시 현상에 따른 파장이 의외로 컸다.
'파월의 치욕'이라는 용어가 나오는 인플레 논쟁을 성장률과 연관시켜 지난해 4월 이후 숨가쁘게 전개됐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같은 해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나왔던 7월 말까지는 '일시적이냐 아니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때까지 시장에서도 파월 의장의 일시적이라는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2023년, 토끼의 해인 계묘년을 앞두고 각종 예측이 또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나 믿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는 것이 요즘 주식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현실이다. 덕담 한마디부터 한다면 자기 본업에 충실하면 자기만의 예측이 가능하고 그것이 뉴 앱노멀 시대에 생존의 길이자 재테크에서 승리하는 길이라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2020년대 들어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테일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줬던 만큼 내년에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하지만 내년에도 또 다른 대형 테일 리스크(tail risk)가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세계 경제가 당면한 최대 테일 리스크이자 관심사는 'SF 복합위기'가 발생하느냐 여부다. SF 복합위기란 1980년대 초에 나타났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과 2008년에 발생했던 '금융위기(Financial Crisis)'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발생했던 모든 위기의 종합판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인상 이후 경제주체들이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불과 6개월 만에 고금리 시대가 닥쳤다. 지난 20년 이상 동안 '고금리 시대는 다시는 오지 않는다'할 정도로 '부채 경감 착각(debt deflation syndrome)'에 빠져 무서운 줄 모르고 빌려 쓰는 과정에서 세계 부채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세계 빚은 우리 돈으로 30경 원이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총소득(GDP)대비 260%에 달해 상환 가능한 임계치인 200%를 훨씬 넘어섰다. 세계 인구 75억 명 기준으로 1인당 빚을 계산한다면 4천만 원이 넘는 수준이다.
구분 | 각종 위기 유형 및 성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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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위기 | 이중 복합위기 | 삼중 복합위기 | 사중 복합위기 | |
위기국&발생연도 | • 필리핀 2000년 • 필리핀 2002년 |
• 터키 1994년 • 아르헨티나 1994년 • 말레이시아 1994년 • 필리핀 1997년 • 태국 1997년 • 브라질 2002년 |
• 멕시코 1994년 • 한국 1997년 • 브라질 1998년 • 러시아 1998년 • 에콰도르 1999년 • 터키 2001년 • 아르헨티나 2001년 • 우루과이 2002년 |
• 미국 2008년 • PIGS 2010년 • 한국 등 신흥국 2023? |
자료: Hofman et al., "The Duration of Capital Account Crisis"
더 우려되는 것은 자금 사정이 쿼드 러플 공포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이상으로 얼어붙는 신용경색 현상이다. Fed가 뒤늦은 급격한 금리를 올린 이후 국제 유동성 시장은 'Fed 공포', '자국 중앙은행 공포', '마진콜 혹은 디폴트 공포'에 이어 앞길이 보이지 않는 '뉴 앱노멀 공포'까지 겹치면서 얼어붙고 있다.
특히 Fed의 통화정책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이 심하다. Fed 공포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갑작스럽게 이탈하는 '서든 스톱', 1년 이상 지속되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으로 자금이 은행으로 흡수되는 '역무브', 증거금 부족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의 '디레버리지',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을 움켜쥐는 '퇴장' 현상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동시다발적인 금리인상과 신용경색은 모든 자산가격을 떨어뜨려 세계 경제가 'SF 복합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는 이미 빠르게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해 들어 세계 경제 성장률은 두 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2분기 성장률은 잠재수준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주요국의 물가는 목표치인 2%를 4배 이상 웃돌고 있다.
우리나라는 빚을 가장 많이 쓴 국가로 분류된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은 지는 오래됐다. 국가채무 증가속도도 새 정부 출범 직전까지 '부채의 화폐화'를 거론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IMF에 따르면 앞으로 3년 후에는 국가채무비율마저 위험수위인 6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last resort) 역할을 해왔던 무역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갈수록 그 폭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올해 들어 10월 20일까지 무역적자는 3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속도로 무역적자가 지속된다면 올해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사정이 녹록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 6월 IMF가 제시한 새로운 적정외환보유고(연간 수출액의 5%+총통화량의 5%+유동 외채의 30%+외국인 투자 잔액의 15%를 합한 규모의 100∼150%)의 하한선이 20년 만에 처음 무너졌다. 최근 들어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이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관리할 때에는 '사전적 대책'이 중요하다. 주로 사후적 대책에 해당하는 리스크 관리 실패로 위기가 발생하면 반드시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전적 리스크 관리대책으로 각광을 받고 '텍스트 마이닝 기법'이나 리스크가 위기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조기경보체제'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처럼 시스템이나 규범이 잘 작동되지 않을 때에는 리스크 관리자에 대한 '정직성'과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올해 증시를 흔들어 놓은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단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또 다른 위기의 원천인 도덕적 해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디지털 콘택트 추세의 진전으로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리스크 관리 여건에서는 '제도권 밖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제도권에서 아무리 잘 관리하더라도 유튜브 등을 통해 위기설을 증폭시킬 때는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금융변수의 진폭이 커지는 '순응성'과 주기가 짧아지는 '단축화' 경향이 심해지는 여건에서는 더 그렇게 해야 한다.
리스크를 예측하여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미래에셋 리더들의 역할이 아닐까요? 본 기고도 일환이겠지요?
2022년은 정말 어려운 시기였는데, 2023년은 리스크 없이 누구나 부자돼는 2023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