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님의 댓글
김덕남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지경학적 위험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처럼 안보와 경제 간 분리가 어려울 때는 지정학적 위험보다 지경학적 위험이 더 중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그리고 인도의 부상으로 중국과 국경 분쟁이 재현되고 있는 남부 아시아에서 지경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슈퍼 엘니뇨 발생 2년 차를 맞아 이상기후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고 있다. 지구 기온의 최후 보루인 남극의 온도가 38도를 넘어 전 세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지난해 대(大·great)라는 접두어를 한 단계 격상시켜 '초(超·hyper)' 자를 붙여도 부족할 정도다. 기후목표 1.5도가 뚫리는 첫해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적중할 확률이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 간 관계에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해 5월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선진 7개국(G7) 정상회담과 중국·중앙아시아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 경제질서가 두 회담을 주도했던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 기대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으로 퇴보할 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통상환경도 국가 간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를 통해 시장개방을 추구하는 WTO(세계무역기구)와 FTA(자유무역협정)보다 유사 입장국(like minded country) 간에 협력과 연대에 맞추는 TIPF(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나 EPA(경제동반자협정)로 무게 중심이 이동되고 있어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WTO나 FTA는 협상 과정이 수년이 걸리고 입법기관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정치적 거버넌스 문제가 심한 국가는 영원히 안될 수 있다. 반면에 TIPF나 EPA는 이상기후, 공급망 확보, 디지털 전환, 난민, 마약 등과 같은 다양한 이슈를 다룰 수 있고 입법기관의 비준과 관계없이 행정부 차원에서 손쉽게 맺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구절벽과 각국의 출산장려 운동도 주목해야 한다. "세계 인구는 20세기 이후 120년 동안 지속돼온 팽창시대가 마무리되고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앞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다란 변화(big change)를 몰고 올 것"이라는 보고서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 인구절벽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국가가 중국과 한국이다. 3년 전 중국의 인구센서스 통계 발표를 앞두고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중국 인구가 감소했다"는 보도에 중국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해오고 있지만 지난 3월에 열렸던 양회 대회에서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우려할 정도로 사실로 드러났다.
한국의 저출산에 대한 뉴욕 타임스(NYT)의 경고는 충격적이었다. 한마디로 "한국의 출산율은 14세기 흑사병 때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요지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모든 국가 중에서 홍콩을 제외하고 가장 낮다. 그런 만큼 빠른 시일에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여져 있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과 선진국, 신흥국별로 권역별 성장률은 커다란 의미가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처럼 취약국이 두터워지는 'K'자형 양극화 시대에서는 개별국의 성장률이 더 많이 포함될수록 '대표지수 혹은 평균값의 함정'에 걸리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과 권역별 성장률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 차원에서 침체·불황·회복·성장 등 4단계와 저점, 정점의 의미가 퇴색되는 노랜딩(no landing)이 정착될 것으로 보는 것도 종전의 경기순환 이론을 뒤엎는 예상이다. 3대 예측기관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1∼0.3% 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수준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개별국가 성장률은 'I'자형, 'L'자형, 'W'자형, 'U'자형, 'V'자형, 나이키형, 스네이크형 등 경기순환 상 모든 국면이 동시대에 한꺼번에 나타나는 '랜드 러시(land lush·원시형 경제)'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개념의 통상체계로 자리를 잡는 TIPF나 EPA도 어느 국가와 체결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릴 확률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매년 1월에는 그해 세계 경제와 경제정책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를 알 수 있는 3대 국제 행사가 열린다.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춘 전미경제학회, 세계 산업 추세를 읽을 수 있는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 그리고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변화를 조망할 수 있는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 포럼)이다.
올해는 3대 행사 모두 인공지능(AI)을 다뤘다는 것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2차 대전 이후 논의되기 시작했던 AI가 1년 전 챗GPT로 우리에게 다가오기까지 의외로 잠잠했다. 산업발전단계 상 엄동설한에 푸른 싹이 돋기 시작한 단계(green shoot)인 AI가 윤리적 문제에 봉착해 시든 잡초(yellow weed)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 5개월 동안에는 모든 산업 중 가장 빨리 화려하게 꽃(golden goal)을 피우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5개월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초불확실성(hyper uncertainty)'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워런 버핏 회장도 확실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버크셔 해서웨이 창립 이후 가장 많은 250조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초불확실성 시대에 주식을 비롯한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답을 주는 것이 '시겔형 전략'이다.
"요즘처럼 미래가 불확실할 때 투자자들이 해야 할 일은 증시가 붕괴하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미국 와튼스쿨 교수인 제러미 시겔의 격언처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일이다. 만약 온통 붉은색으로 물든 증시 전광판에 흥분돼 뒤늦게 주식을 사다간 큰 손실을 당할 확률이 높다. 시겔의 주장대로 '성장의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시겔형 전략이란 경기와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말한다. 국내에서도 『주식투자 바이블』, 『투자의 미래』의 저자로 잘 알려진 시겔은 그때그때의 성장과 인기에 영합하는 종목보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종목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경기와 증시 상황에 따라 성장주와 인기주에 영합하다 보면 애는 많이 쓰지만 정작 투자 수익률은 낮아지는 성장의 함정에 빠지는 우(愚)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비슷한 각도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있어서 핵심이 돼야 할 것은 지수연동 상품에 가입하는 일이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주식 투자자나 때때로 높은 수익을 내주는 투기형 헤지펀드라 하더라도 운용비용이 낮은 인덱스 펀드만큼 실적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입증된 사실이다.
지수연동 상품을 토대로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자들은 시겔이 강조하는 'DIV'의 지침대로 개별 종목을 보유해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DIV 지침이란 배당(dividend)과 국제화(international), 가치 평가(valua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딴 종목 선택 전략을 말한다.
배당을 강조하는 것은 경기가 불황이거나 증시가 망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현금 흐름이 유지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국제화는 갈수록 세계가 하나의 경제로 가는 추세를, 가치 평가를 강조하는 것은 성장 기대치에 대해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기업 주식이 궁극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시겔의 전략을 토대로 현시점에서 가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보자. 만약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있다면 그 자금의 50% 정도를 먼저 지수연동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해외펀드와 국내펀드 간의 비중은 펀드 가입 전체 금액에서 6대 4의 비율로 글로벌 펀드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주식연동 상품에 투자한 자금을 뺀 나머지 50%는 수익률을 더 높이기 위해 전통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 주식이나 피봇(pivot), 즉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글로벌 비중이 높은 거대기업이나 사업이 다각화된 다국적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GBK, 즉 글로벌 브로커리지를 할 것을 권한다. 이들 종목을 함께 묶어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테마 상장지수펀드(ETF)도 좋은 대안이다.
업종별로는 석유와 천연자원이나 제약과 필수 소비재와 같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기업 주식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거나 기업 생명이 오래된 주식,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은 세계적인 펀드들이 보유하는 주식을 참조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요즘처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있어서는 오래 보관할수록 그 가치가 더 빛나는 명품을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10년 묻어두면 부자가 되고 20년 후에는 노후 대비가 되면서 30년 후에는 자녀에게 상속도 가능한, 이른바 명품 주식을 찾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뉴욕 월가에서 명품 주식을 고르는 데에는 워런 버핏의 투자이론이 많이 활용된다. 버핏은 철저하게 잘 아는 기업의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독과점 지위에 있는 기업의 주식은 더 선호한다. 가격을 결정할 때 우월한 지위에 있다면 비용 등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를 짜고 나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루비콘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수퍼 리치 뿐만 아니라 한국의 부자들도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전략으로 선택하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초지일관 밀어붙인다는 점을 일반 투자자들은 가슴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