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다른 말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로 인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순히 이 상품 하나가 부실화 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충격에 빠진 것이 아니라, 앞에서 말했던 여러가지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먼저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상품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봅시다. 정식 명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입니다. 여기서 서브프라임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 주택담보대출의 등급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출을 할 때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처럼, 미국 역시 고객들을 대상으로 신용등급을 매겨 대출을 받아주거나 거부하거나, 혹은 대출을 받아주되 가산금리(신용도가 낮을수록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금리 수준이 높아집니다.)를 매겨 대출을 해줍니다.
이 금리는 크게 프라임, 알트-A, 서브프라임 세 단계로 나뉩니다. 프라임은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사람들을 말하는 것을 말합니다. 알트-A는 영어로 다시 풀어 쓰면 'Alternative - A'로 프라임보다는 낮은 등급이지만 비교적 우량한 편이고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 고객들에게 부여되는 등급입니다. 마지막이 문제의 서브프라임으로, 서브프라임은 저신용자의 신용등급입니다.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원금을 상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 일반 프라임보다 2~3% 높은 등급이 적용됩니다.
다음은 모기지론에 대해 알아봅시다. 론(Loan)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말로 대출을 의미하고, 모기지란 말은 담보를 의미하니 둘을 합치면 '담보대출'이 됩니다. 특히 모기지론이라고 하면 일반적인 담보대출을 뜻하기도 하지만, 주로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합니다.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우리나라 말로 풀면 '저신용자들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정도가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 물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은행원인데 신용등급이 아주 우량한 사람(프라임 등급)이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고, 뒤이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서브프라임 등급)이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누구의 대출을 해주고 싶을까요? 많은 분들이 전자의 손을 들어줄 것입니다. 물론 후자의 경우에는 더 많은 금리를 받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돈을 상환하지 않을 위험이 큽니다.
만약 이 사람(서브프라임 등 저신용자)이 돈을 못 갚아 파산신청을 해버린다면, 대출을 해준 은행원의 입장은 몹시 난감해질 것입니다. 이건 은행원 개인 뿐만 아니라 일반 은행도 마찬가지라 은행들은 저신용자들의 대출을 꼼꼼히 관리하고, 충당금을 쌓는 등 대책을 세웁니다. 너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대출을 거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2008년 모기지론 업체와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확대했고, 결국 부실이 터지면서 모기지론 업체와 은행들은 통째로 몰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맙니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일까요?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읽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이런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게 된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까닭은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시기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2007년 부동산 투기가 몰리면서 기록적인 상승이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주택담보대출의 상승을 불렀던 미국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답은 하나입니다. 바로 '유동성 확대'입니다. 전반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크게 증가했고, 이 유동성이 투자할 곳을 모색하다 보니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거품을 발생시켰습니다. 이것이 한 번에 터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됐습니다.
문제는 왜 갑자기 2000년~2008년까지 유동성이 증가했느냐 하는 부분에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리는데 첫째는 '저금리 원인설'이고, 둘째는 '과잉저축설'입니다.
저금리설은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들이 저금리 정책을 꾸준히 사용해 왔는데, 이로 인해 풀린 유동성이 결국 거품을 발생시켰다고 보는 이론입니다. 미국의 경우 한 때 기준금리 수준이 6.5%에 달했으나 부시 행정부 직전부터 금리를 꾸준히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12월, 기준금리는 1.75%까지 낮아졌고, 2003년 1월에는 1%에 달했습니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장의 대출금리도 낮아졌습니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자 사람들은 보다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고,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받던 사람들도 대출을 갈아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IT 기술의 발달로 대출 심사 과정이 이전보다 단순, 간편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이전보다 쉽게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담보대출을 전담하는 모기지 전문회사들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경쟁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소비자들 역시 유례없이 낮은 대출 금리에 환호했고, 은행과 모기지 회사들도 '묻지마 대출'을 하는 등 도덕적 해이까지 가세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비롯된 용어가 '그린스펀의 함정(Greenspan's trap)'입니다. 즉 당시 FRB 의장이었던 옐런 그린스펀 의장이 지나치게 금리 인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이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 국내외에서 옐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평가는 매우 냉소적인데,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초래한 원흉으로 지목되기 때문입니다.
FRB 부의장 출신이었던 앨런 블린더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나 FRB 관료 출신의 스티븐 세체티 브랜다이스 대학 교수 등도 당시 그린스펀이 부시 행정부의 감세 정책과 저금리 정책에 힘을 실어준 탓에 주택시장에 거품을 일으켰다고 시인한 바 있습니다.
과잉저축에 대한 설은 유동성 확대가 미국 등의 저금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강변합니다. 이 설의 대표적 주자는 벤 버냉키 전 FRB(연방제도이사회) 의장으로, 그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과잉저축'에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교 교수가 이를 지지하며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저축하면 좋은 것 아닙니까?'라고 생각하실 텐데, 이 과잉저축설은 뭘까요? 우선 과잉저축설은 중동과 중국 및 아시아 국가의 저축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것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유동성으로 이어져 거품을 만들었다는 이론입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국제자본을 통제하고 외환보유고를 늘리는데 집중하게 됩니다. 아울러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게 된 중국, 그리고 중국 등에 원유를 수출해 외환보유고를 바짝 늘리게 된 중동 국가들까지 합세해 저축량은 크게 늘어납니다. 결국 저축이 늘어나면 돈 빌릴 사람보다 빌려줄 사람이 많아지므로 실질 이자율이 자연스레 하락하게 됩니다.
문제는 미국인데, 미국의 경우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국이라는 점입니다. 경상수지가 적자가 난다는 것은 결국 돈을 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자본수지 흑자), 중동, 아시아, 중국 등에 풀린 유동성이 미국 등으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결국 풀린 유동성이 미국에 거품을 일으켜 서브프라임 사태를 발생시켰다는 것이 과잉저축설의 핵심입니다.
저금리가 문제냐 과잉저축이 문제냐 하는 문제는 아직도 많은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어쨌든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과거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저금리'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후 벤 버냉키가 FRB 전의장이 되고 폴 크루크먼 교수 등이 등장하면서 '과잉저축설'이 지지를 받는 추세입니다.
확실한 것은 저금리든 글로벌 과잉저축이든 이것이 바로 미국의 유동성을 확장시켰고, 결국 부동산 시장에 버블을 일으켜 서브프라임 사태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진행 과정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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