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령님의 댓글
김미령처음 접했는데 많이 유익하네요 감사합니다
이 네트워크 스왑에 가담한 기업 중 하나였던 월드컴 역시 엔론의 뒤를 이은 엔로니티스 기업(엔론과 같다는 뜻으로 엔론사태 이후 회계조작으로 파산한 기업들을 일컫는 신조어)이었습니다.
나쁜 의미의 청출어람이라고 할 수 있는 월드컴의 파산 사태는 엔론의 파산 이상으로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월드컴의 파산 규모가 당대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록은 차후에 다룰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리먼 브라더스가 경신하게 됩니다. 이들의 파산 규모는 1,070억 달러(자산 기준)로 한화 기준 1백조 원 이상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월드컴은 1983년 미시시피 주에서 지역통신사업자로 출발했습니다. 원래 사명은 'LDDS(Long Distance Discount Service)'로 지역 사업자들에게 장거리 전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이 회사의 초기 투자자였던 버나드 에버스(Bernard Ebbers)가 1985년 CEO가 되면서 월드컴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버나드 에버스는 농구특기생으로 미시시피대학교에 입학, 체육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그는 잠시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지만 사업가로 변신, 1974년 미시시피 호텔을 사들이고 호텔업을 영위하면서 투자자들을 모아 LDDS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2년 뒤 직접 경영에 뛰어들어 월드컴의 성장을 주도하게 됩니다.
작은 통신업체에 불과했던 LDDS는 국제장거리전화사업에 참여하면서 1995년 월드컴으로 사명을 바꾼 뒤, 미국 내 장거리통신사업자 5위까지 성장합니다. 이 배경에는 버나드 에버스의 시야와 공격적인 확장전략이 있었습니다. 에버스는 다가올 미래에는 정보통신사업이 미국의 핵심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인터넷 사업과 기업용 시내전화, 국제전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시작합니다.
그 중심에는 M&A가 있었습니다. 월드컴의 M&A는 무려 70여회에 달했는데 이를 통해 월드컴은 작은 지역사업자에서 전국적인 사업망을 갖춘 통신기업으로 도약합니다. 한 때 그들의 주가는 주당 62달러, 시가총액만 1,000억 달러 이상에 달했습니다.
1998년, 월드컴은 더 큰 성장을 위해 칼을 빼 듭니다. 바로 MCI를 인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당시 MCI는 월드컴과 마찬가지로 장거리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매출액이 월드컴의 3배, 종업원 수는 4배에 달하는 대기업이었습니다.
에버스는 합병법인(MCI 월드컴)을 통해 월드컴이 미국과 유럽 전역에 전화 서비스와 휴대폰 채널 관리를 주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월드컴이 MCI를 인수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은 370억 달러로 당시 기준으로 M&A 최고 금액이었습니다.
문제는 버나드 에버스의 판단과 달리, 이미 통신사업은 과포화 상태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마케팅이 격화됐고, 소비자들이 전화 서비스 회사를 바꾸는 경우도 흔해졌습니다. 아울러 월드컴의 매출도 이 영향으로 하락하는 등 위기의 전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편 버나드 에버스 자체로도 문제가 있었는데, 사실 그는 신용매수로 돈을 빌려 자신이 경영하는 월드컴 주식을 매매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주식 가치가 하락하면서 에버스도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게다가 에버스는 이렇게 매수한 주식을 담보로 해서 10억 달러의 금액을 조달해 개인적인 사업 등에 사용해 왔습니다. 이러다 보니 만약 에버스가 개인적으로 자금이 부족하면 주식을 팔 수 있어, 주주들은 주가 하락위험에도 노출돼 있었습니다.
사업이 부진하자 에버스는 또 다시 인수합병으로 승부를 겁니다. 글로벌 마케팅에 강점을 가진 통신업체인 스프린트(Sprint: 현재 일본 소프트뱅크 산하의 미국 통신기업)를 인수, '규모의 경제'로 승부하겠다는 복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에버스의 의지와 달리, 2000년 미국 법무성은 위 두 기업이 합병되면 점유율이 규정 이상으로 높아진다는 이유로 합병을 불허합니다.
한편 에버스의 개인적 재정 상태가 문제가 되자 월드컴 이사회는 에버스의 퇴진을 요구합니다. 물론 에버스는 회사의 창업과 확장에 기여한 바가 컸다고 판단되었으므로, 2002년 에버스를 구제하기 위해 무려 4억 1천 5백만 달러를 저리(2.32%)로 회사 자금에서 빼내 대출해 줍니다. 아울러 에버스가 생존할 때까지 매년 150만 달러의 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제한적으로 회사 전용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혜택을 베풉니다.
하지만 에버스와 몇몇만 알고 숨겨왔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회계조작이었습니다. 버나드 에버스는 회사 재무담당자(CFO)인 스콧 설리번과 함께 매 분기마다 영업경비를 자본계정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회사의 수익이 높아진 것처럼 처리하는 분식회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작업은 2001년과 2002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무려 38억 5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엔론의 회계조작 비용이 5억 9천만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6배 이상의 분식회계를 해온 것입니다.
에버스의 회계조작이 교묘하게 숨겨진 것은 이들이 재무제표의 '현금흐름표'를 조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1950년대 이후 기업들의 손익회계서 조작을 막기 위해 도입된 현금흐름표의 경우, 쉽게 조작이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신뢰받는 재무제표로 여겨졌는데 이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의심을 피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2002년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월드컴에 대한 내사를 시작합니다. 이와 동시에 월드컴도 감사위원회를 통해 회사의 재무상태를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이 와중에 월드컴의 내부 감사실 부실장이었던 신디아 쿠퍼는 이 엄청난 분식회계를 발견, 폭로합니다.
이에 월드컴 감사위원회는 CFO 스콧 설리번과 담당자였던 데이비드 마이어스를 만나 회계처리 문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설리번은 자신의 행동은 합법적이었으며 범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결국 이사회에 의해 해고됩니다.
엄청난 회계조작 사태가 벌어진 것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월드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숨겨진 비용은 38억 5천만 달러에서 72억 달러 수준까지 늘어났고, 2003년 정식 발표에 따르면 110억 달러의 분식회계가 있었음이 밝혀집니다.
증권거래위원회는 에버스와 부사장 마이어스, CFO 스콧 설리번 등을 기소했고 이들은 유죄 판결을 받습니다. 버나드 에버스는 무려 25년 형을 받고 에버스의 명령에 따라 분식회계를 주도한 CFO 스콧 설리번은 사법 거래를 통해 5년 형으로 감형받습니다.
결국 월드컴은 회계조작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2002년 7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합니다. 이에 가장 고통받게 된 것은 월드컴 투자자들이었습니다. 당시 월드컴은 닷컴버블 속에서도 애널리스트들의 분기 실적 예상치를 정확히 충족시켜 왔고,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닷컴 기업들과 엔로니티스 기업들이 쓰러져도 '월드컴만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월드컴이 무너지며 주식은 주당 26센트까지 폭락합니다. 아울러 종업원 대부분이 퇴직연금 상당부분을 월드컴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퇴직연금 역시 상당수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파산 후 월드컴은 회사 이름을 MCI로 변경했고, 2005년 버라이즌에 인수되면서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월드컴 흥망성쇠의 중심인물이었던 버나드 에버스는 현재 25년 형기로 복역 중입니다.
처음 접했는데 많이 유익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