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말미에서 시선을 돌려 일본, 중국 등의 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려 했는지 알아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노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본에 미친 영향
일본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실제로 리먼 브라더스 관련 대출액이 3,200억 엔에 달하는 상황이었고,
30개 지방은행의 손실 규모가 610억 엔이 이를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주식 역시 크게 하락해 2008년 9월에 9,000선이 무너지고,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국면으로 접어드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유럽 등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에 일본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장기 경기침체 중이라서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문제는 엔고 현상으로 인한 일본 경제의 수출 악화입니다.
금과 더불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의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7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파산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며,
달러 가치는 크게 하락하고 엔화와 금의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특히 리먼브라더스가 완전 파산하면서
엔화 가치는 1달러 당 100엔 수준에서 90엔 수준까지 하락,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엔고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문제는 엔고 현상은 일본 입장에서는 수출 경쟁력을 악화시켜 경상수지를 감소시키고,
이는 수출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혀 미국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여기에 엔고로 인해 수출
경쟁력도 낮아지니 일본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일본 은행의 유동성 공급 확대와 '생활대책'(2008.10) 시행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하락은 시장의 신용 경색을 불러오게 됩니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급전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행(BOJ)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합니다.
우선 일본은행은 2008년 10월 이후 전격적으로 정책 금리를 인하, 기존 0.5% 수준에서 0.1%로 금리를 낮춥니다.
아울러 장기국채 매입규모를 확대하고 회사채를 매입하며 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늘립니다.
아울러 2008년 10월, 일본 아소 정부는 생활방어 긴급대책을 발동시켜 엔고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대신 내수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합니다.
바로 '생활대책'이 그것입니다. '생활대책'은 가계 긴급지원을 늘리고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을 펼치는 한편, 적극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내수
진작에 나서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중소기업의 결손금을 환급해주고, 해외 자회사들의 이익을 일본 내로 환원할 경우 세제 혜택을 부여했습니다.
아울러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속도로 요금을 인하하고 지역 토착 기업 재생에 나서는 한편,
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 입국을 추진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했습니다.
2008년 12월, 생활방어 긴급대책 시행
2008년 10월에 시행된 '생활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2개월 뒤
일본 정부는 37조엔 규모의 '생활방어 긴급대책'을 추가로 시행합니다.
우선 2008년 12월 생활방어 긴급대책은 중소기업 경감세율을 한시적으로 22%에서 18%로 인하했습니다.
경감세라는 것은 소득이나 매출이 낮은 사람이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들을 위한 별도의 세율 체계를 두는 것을 말합니다.
즉, 중소기업 살리기를 위해 이들의 법인세를 낮춰줬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울러 고용 안정 정책도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진행됩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신규취업자 내정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3억 엔 규모의
구제 자금을 집행하고 고용보험료를 인하하며 수급 자격을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고용 안정에 나서게 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본에 준 여파
일본 민주당 아소 정부의 노력과 전 세계적인 공동 대응에 일본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일본 경제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먼저 자민당 장기 집권을 끝내고 집권한 민주당 정부의 정책 노선 수정입니다.
민주당 정부는 성장보다 분배, 양극화 해소에 집중하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GDP 대비 국가채무가 200%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소극적인 복지 정책을 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울러 2000년대 자민당 고이즈미 내각의 금융, 경제 개혁으로 소생 분위기를 띄었던 일본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격한 하강 곡선을 타면서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연장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는 경제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2010년 '사토리 세대'(높은 청년 실업률로 이미 좌절해, 희망도 의욕도
없이 무기력해진 청년 세대) 출현도 이와 관련이 높습니다.
다음에는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