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말미에서 유럽경제복구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럽 국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금융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08년 11월, 유럽연합위원회의 제안
2008년의 유럽경제복구계획(The European Economic Recovery Plan)은 사실 우리에게 그렇게 친숙한 이름은 아닙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유럽 원조인 유럽복구계획(European Recovery Program, 마셜 플랜이라고도 함) 단어가 더 유명해서 혼동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8년 11월 26일, 유럽연합위원회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경제복구계획을 제안합니다.
크게 유럽경제복구계획의 제안은 위기에 맞서기 위해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의 협력을 촉구하면서 아래와 같은 조치를 제안했습니다.
먼저 침체에 빠져든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자금 투입입니다. 급작스러운 글로벌 금융위기로
크게 감소한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서 약 2,000억 유로, 한화로 2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자는 것입니다.
둘째는 유럽 경제의 혁신을 위한 조치들입니다. 2000년대 초부터 논의되고 있던 저탄소 시대를 위한
기술 투자 등 신기술에 대응을 준비하자는 내용입니다.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에 적극 투자하자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업가 정신 고양과 연구 개발, 교육에 대한 투자 등입니다. 행정적 부담을 경감시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하고, 정보통신 기술 활성화를 위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고속
인터넷을 제안하는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유럽 경제를 보다 장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전략들을 제시했습니다.
2018년 12월,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위원회가 제안한 바들은
안건으로 채택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경제복구계획이 시행되게 됩니다.
유럽중앙은행(ECB)가 움직이다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유럽중앙은행은 애초에 설립될 때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로 독일연방은행은 유럽중앙은행이
설립될 때 물가안정을 최우선의 목표로 할 것과 유럽중앙은행이 회원국에게 대출 등 신용을 제공하는 것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넣게 하는 등 유럽중앙은행이 고전적인 중앙은행의 기능을 더 잘 수행하는 데 초점을 두도록 조언을 했습니다.
물론 유럽중앙은행이 정책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화폐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최초 설립 시 취지였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설립 목적으로 물가안정 외 '최대한의 고용 유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장기 이자율의 안정'을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유럽중앙은행은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8년 당시 유럽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4.25%까지 유지하고 있었으나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등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
경색이 확실해지자 금리를 1.00%까지 대폭 낮춥니다. 아울러 부분적인 유동성 공급 대신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유동성 공급을 위해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변동금리-고정할당 방식이 아니라 고정금리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공개시장조작정책이란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공급, 회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책입니다.
즉 중앙은행이 국채나 공채, 증권 등을 매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때 유럽중앙은행에 채권을 팔려고 하는 자신들이 팔 채권의 금리와 입찰 금액을 유럽중앙은행에 제시하게 됩니다.
그러면 입찰에 제시된 금액과 금리를 바탕으로 유럽중앙은행은 최저금리를 정하게 되고, 이에 맞춰서 채권 등을 사고 통화를 주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변동금리를 쓰게 되면 각 금융기관들은 입찰 금액을 원하는 대로 받을 수가 없습니다. 입찰 금액,
채권의 가격은 입찰하고자 하는 채권 금리와 역관계를 가지고 있고, 유럽중앙은행은 입찰은 금리로 하기 때문에,
돈을 받기 위해서는 적절히 금리를 높여서 제시할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면서 유럽중앙은행은 고정금리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은 금리가 고정되므로 원하는 입찰 금액만 제시하면 돼 통화 공급을 제한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유럽중앙은행은 자금공급의 만기를 대폭 연장했습니다. 2009년부터 유럽 중앙은행은 장기자금공급의
기한을 12개월로 늘려주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의 만기를 늘려준 것과 동일한 것입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려간 금융기관들의 자금운용을 원활하게 해주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리고 커버드 본드를 발행하고 미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하는 등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비전통적인 금융 조치를 활용했습니다.
이러한 유럽중앙은행의 역할 변화는 나중에 살펴볼 유럽 재정위기에도 이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