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무더워지고 매미소리 우렁찬 여름입니다. 여름 휴가 계획은 잘 세우셨나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건강 유의하시고, 활기차게 여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에서 예고한 바대로 유로화의 본격적인 태동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유로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유럽지불동맹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로화 이전의 통합 노력 : 유럽지불동맹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직후, 유럽 국가들은 전후 복구에 나서면서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바로 외환 부족입니다.
전후의 복구를 위해서 유럽 국가들은 해외로부터 많은 재화를 수입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반면, 전 국토가 황폐화되는 바람에 수출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만성적인 외화 부족 문제가 유럽 국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당시 세계의 주요 결제 수단은 당연히 미국의 달러화와 금인데, 유럽 각 국가들의 통화로는 충분한 미국 달러화와 금을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유럽국가들은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하게 됩니다.
우선 유럽국가들이 생각해낸 것은 바로 유럽 내 국가 간 차액결제시스템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교역을 한다고 가정합시다. 독일은 프랑스에서 와인을 수입하고, 석탄을 수출합니다.
프랑스 관점에서 보면 와인을 팔고 석탄을 수입하게 됩니다. 이 경우 프랑스와 독일은 서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차액결제란, 서로 돈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 만큼을 상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위에서 독일이 프랑스에게 10만 프랑의 와인을 수입하고, 1만 마르크 규모의 석탄을 수출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독일은 프랑스의 10만 프랑을 마르크로 환산하고, 여기에 1만 마르크(석탄 수출 대금)를 뺀 금액을 지급하면
됩니다(만약 상계 금액이 마이너스(-)라면, 더 돈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므로 프랑스로부터 그 만큼만 받으면 됩니다).
이것을 확대한 것이 1950년 유럽지불동맹입니다.
각 개별 국가들만이 아니라 회원국에 속한 모든 나라들이 차액의 총합을 집계하고, 그 차액만큼만 결산에 반영하는 구조입니다.
왜 유럽지불동맹이 필요한가
그런데 이야기만 들어보면 굳이 유럽지불동맹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듭니다.
어차피 차액결제라는 것을 그냥 하면 되는데 굳이 동맹을 결성해서 회원국들끼리 처리할 필요가 있나 하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무역의 특이성 때문입니다. 즉 국가들이 하나의 연합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교역으로만 이 차액결제를 진행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국가들끼리 개별적으로 무역을 할 경우, 국가들이 서로 무역수지 균형을 추구하느라 교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발생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면 국가들이 서로 일대일로 무역을 할 경우에는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무역수지 적자)를 기피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무역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세부적으로 이야기를 들여다볼까요? 위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와인과 석탄을 교역하는 것을 예로 들었는데,
교역을 하다보니 프랑스는 화력 발전을 위해 석탄이 많이 필요해 독일에 석탄을 대량 수입하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독일은 와인의 대체재로 맥주가 있다보니 프랑스산 와인이 수요가 프랑스가 석탄을 수입하는 만큼 높지 않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프랑스는 독일에 대해 만성적인 무역 적자가 발생하고, 독일은 프랑스로부터 매번 흑자를 보게 됩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무역 수지를 맞추기 위해 독일의 석탄을 제한하거나(수입 통제), 자국의 석탄 발생량을 늘리기 위해 비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즉, 독일로부터 석탄을 수입하는 게 자국에서 직접 석탄을 생산하는 것보다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자국 석탄 채굴 산업에 비효율적인 투자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독일과 프랑스가 아니라 네덜란드가 참여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네덜란드는 독일에 채소 등 농작물을 수출하고 프랑스로부터 와인을 수입합니다.
독일은 네덜란드의 농작물에 대한 수요가 늘 높아서 독일은 적자(네덜란드는 무역수지 흑자)를 보고,
네덜란드는 프랑스의 와인 수요가 높아서 와인을 늘 수입하느라 프랑스가 흑자, 네덜란드는 적자입니다. 그리고 세 국가들은 서로 차액결제를 합니다.
이 경우 프랑스는 독일로부터 무역수지 적자지만 네덜란드로부터는 무역수지 흑자이므로 국제수지가 보전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여기서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등 더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면 어떨까요? 여러 나라들은 국제수지 적자에 연연하지 않고 보다 교역을 서로 활성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게 바로 유럽지불동맹의 아이디어입니다.
유럽지불동맹의 해제
전후 복구가 마무리되고 유럽국가들의 경제 성장에 따라 교역이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의 달러 보유량이 늘어나면서 차액결제를 통한 유럽지불동맹의 필요성은 약화됩니다.
이에 1958년 유럽지불동맹은 자연스럽게 해체됩니다. 하지만 유럽지불동맹은 유럽 국가들의 경제적 협력을 끈끈하게 해주는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포스트 브레트우즈 체제와 유럽 단일 통화 논의의 시작점이 된 베르너 보고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