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전통에 대해서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하는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더듬어 보면서 추석이라는 우리 전통 문화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너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소개해 주세요.
화림동 계곡의 비경 속 정자를 따라 걷다, 선비문화탐방로
풍류가객의 마음으로 걷다 보면 누구랄 것도 없이 음유시인이 되어 걸음을 멈추어 서서 찬찬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풍경을 만나게 되는 곳이 있다.
선비문화탐방로라 이름 붙은 함양의 화림동 계곡이다.
서하면 봉전마을 군자정에서 안의면 농월정까지 약 6km 계곡길은 선비문화탐방로 중 1코스로 군자정, 거연정, 동호정, 경모정, 람천정, 농월정까지 모두 6개의 정자를 만날 수 있다.
군자정은 함양 출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인 정여창과 관련이 있는 곳으로 현감이 되어 고을 사람들을 괴롭히던
조세정책을 새롭게 하여 선정을 베푼 정여창을 사람들은 '해동의 군자'라고 불렀고 그를 기리고자 세운 곳이 바로 군자정이다.
계곡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기암괴석이 가득한 곳에 풍경과 어우러진 거연정이 있는데
'거연(居然)'은 평안하고 고요한 경지라는 뜻으로 정자에 올라 풍경을 내려다보면 정말 마음에 고요와 평안이 자리를 잡는 듯하다.
계곡 사이 펼쳐진 너럭바위 너머에 자리한 동호정은 임진왜란 때 선조를 도운 동호 장만리를 기리기 위해 그의 후손이 지은 정자다.
너럭바위에 앉아 동호정을 바라보든 동호정에서 계곡을 품고 앉아 있든 수려한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계곡은 계속 이어지고 이내 경모정에 닿는다.
고려 왕건을 도와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세운 개국공신 배현경의 후손이 조선시대에 이곳에 터를 잡고 후학을 가르친 것을 기려 지은 정자가 경모정이다.
그리고 조금 더 이동하면 마주하는 람천정은 건너편 황석상의 풍경을 눈에 담기에 좋은 자리에 세워졌다. 이제 선비문화탐방로의 끝자락에 있는 농월정을 향해 걷는다.
농월정 주변 계곡 풍경이 화림동 계곡 중에서도 으뜸이다. 계곡 바닥과 산의 바위절벽이 하나로 이어져 계곡 전체가 하나의 바위를 이루고 있다. 마치 계곡에서 바위산이 몸을 일으킨 듯한 형상을 보여준다.
그 넓은 바위에 앉아 농월정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오랜 세월 물살과 바람에 깎이고 부서지며 완성된 지금의 풍경에 압도되고 만다.
선비들의 풍류와 기개가 그대로 깃들어 있는 선비문화탐방로. 가을이 시작되는 무렵 달라지는 공기의 질감과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의 어우러짐 느끼며 선비들의 삶을 더듬어 보기에 그만이다.
위치: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에서 서하면 사이
문의:055-960-4520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500년을 이어온 전통한옥의 품격에 경의를 표하다, 개평한옥마을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말이 있다. 함양이 영남 선비 문화의 중심지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함양 중에서도 선비 문화를 견인한 곳은 바로 개평한옥마을이 있는 지곡면이다.
영남에서 많은 유학자를 배출한 곳으로 손꼽히기도 하는 이 개평한옥마을은 크고 작은 한옥 60여 채가 자리 잡고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500여 년을 이어온 이 마을의 중심에 일두 정여창이 있다.
성리학사에서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과 함께 5현으로 칭송되는 정여창은 그 학문적 위치가 대단한 인물이지만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유배되고, 갑자사화 때 부관참시까지 당하는 고난을 겪어야만 했다.
일두 고택은 그의 사후인 1570년대에 후손들이 중건한 집으로, 남도지방의 대표적인 양반 고택이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누마루가 있는 멋스러운 사랑채가 시선을 사로잡는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 고애신의 집으로 나온 곳이기도 하다.
꼿꼿하고 기개 넘치는 선비정신을 보여준 드라마 속 고애신 할아버지 고사홍의 인품과 덕망, 신분을 표현하기에 더 없이 잘 어울리는 품격 있는 한옥 그 자체다.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담긴 전통한옥 건축물과 어우러진 한국식 정원도 인상적인 집이다.
개평한옥마을에는 일두 고택 외에도 1838년에 지어진 오담 고택, 1880년에 지어졌다는 하동 정씨 고가, 노참판댁 고가, 풍천 노씨 대종가 등 고풍스러운 고택이 여러 채 있어 소담스러운 흙담장을 따라 걸으며
고택의 아름다움에 스며들어 볼만하다. 그 외에도 정여창의 집안인 하동 정씨 문중에서 내려오는 솔잎으로 담는 530년 전통의 가양주인 지리산 솔송주를 빚고 판매하는 솔송주 문화관과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 북카페도 있어 다채로운 체험을 하면서 추억을 갈무리하기에 손색이 없다.
위치:경상남도 함양군 지곡면 개평길 59
문의:055-963-9645
천년을 이어온 치유의 숲을 걸으며 사색하다, 상림
가을은 숲이 아름다움을 더하는 계절이다. 계곡에서 선비의 풍류를 즐기고 고택에서 선비의 기품을 느껴봤으니 이제 숲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져 보자. 함양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숲이 있다.
바로 함양 상림이다.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되어 있는 상림은 통일신라 때 최치원이 홍수 피해를 막고자 조성했다고 전한다.
무려 2만여 그루의 다양한 수종이 오랜 시간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숲을 이룬 상림. 상림의 아름다움은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사철을 통하여 그 절경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생명을 이어온 숲 속 나무 그늘에 돗자리 펴고 누우면, 도심 속 신선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특별한 매력을 더한다.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는 상림은 천년의 숲이 가진 풍요와 위로 그 자체다.
억겁의 세월을 간직한 숲이 너무나 청아하고 아늑해서 한껏 그 분위기에 젖어 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정도다. 또한 숲을 걷다 보면 최치원 신도비를 비롯해 이은리 석불과 함화루 등 문화유적지도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편안한 휴식처로 그 역할을 해오고 있는 상림은 지금은 상림공원으로 조성되어 연중 다양한 꽃을 볼 수 있기도 한데, 9월에는 공원 주변이 빨갛게 물들 정도로 꽃무릇이 만개해 천상의 꽃밭을 이룬다.
초가을의 낭만까지 느낄 수 있는 상림은 쉬어 가며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위치: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교산리 1073-1
문의:055-960-5756
Tip. 놓치지 말아야 할 함양의 명소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지안재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꼽힐 만큼 멋지고 매력적인 지안재는 험한 고갯길로 드라이브하는 것은 물론 전망대에서 잠시 멈춰서 감상하는 것도 벅찬 풍경과 마주하는 방법이다.
지리산 지안재의 굽이길 끝을 지나면 전망대가 있어 이곳에서 풍경도 즐기고 인생샷을 남기기에도 좋다.
비운의 삶을 산 조선의 현인 정여창을 기리는 남계서원
개평한옥마을과 머지않은 곳에는 정여창을 기리는 남계서원이 있다. 소수서원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운 서원으로 강학 공간과 어우러진 작은 연못이 운치를 더하며,
뒤쪽으로는 솔숲이 이어져 산책하기에도 좋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아홉 곳 중 한 곳이라 그 의미를 더한다.
갈비찜 골목에서 맛보는 전통 한우 갈비찜
함양군에서 지역특화음식으로 지정한 안의갈비찜은 한우로 만든 전통 갈비찜의 참맛을 느껴볼 수 있다.
안의면 광풍루 일대 작은 마을에 갈비찜 전문점이 여러 곳 모여 있어 갈비찜 골목을 형성한 곳으로 어느 곳에서 먹어도 한우 갈비찜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