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아래 세 사진을 보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영국 왕실이 떠오릅니다. 첫 번째 사진인 포트넘앤메이슨은 영국의 유명 홍차 브랜드입니다. 한국에서 영국 여행 기념품으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왕실의 역사와 인연이 아주 깊다고 하여 영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크림 전쟁 중 야전병원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을 위해 포트넘앤메이슨의 곰국을 보낼 것을 명령하였고 이후 해당 상점에 홍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로열 워런트를 발부하였다고 합니다.
두 번째 사진은 영국 왕실 문장입니다. 왕실 문장은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로 왕실 조달 허가증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로열 워런트는 수여자(granter)가 직접 사용해 보고 만족한 제품들에 한해 '5년 이상 왕실에 해당 물품을 납품하였다'라는 뜻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필립 공, 찰스 왕세자만이 그 대상이었으나 현재는 국왕 찰스 3세와 윌리엄 왕세자만 발행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이 올해 5월 생활 가전 부분으로 최고 권위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로열 워런트를 수여받았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얼마 전 서거한 엘리자베스 여왕 2세입니다. 대통령제를 따르는 한국과 다르게 영국은 17세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왕실이 군림하는 입헌군주제를 확립한 국가입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린 영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 지배 당시 극빈국이었던 잉글랜드를 세계 최강대국으로 탈바꿈 시킨 엘리자베스 여왕 1세를 이어 엘리자베스 여왕 2세는 전 세계에 영국 왕실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여왕의 재임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윤석열 대통령까지 이어졌으니, 그 세월이 실감됩니다.
이번 기사는 이러한 영국의 왕실 문화 중 지난 9월에 서거한 여왕의 장례 문화에 대해 런던에서 취재한 내용입니다.
영국 왕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영국은 왕이나 여왕이 국가 원수이지만 정치적 또는 행정적 역할은 하지 않는 입헌군주제를 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 원수로서 군주는 헌법적, 대의적 의무를 지지만 법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권리는 투표로 선출된 의회에 있습니다.
영국 헌법 1조 '왕실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아야 한다'가 그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In a monarchy, a king or queen is Head of State. The British Monarchy is known as a constitutional monarchy. This means that, while The Sovereign is Head of State, the ability to make and pass legislation resides with an elected Parliament. Although The Sovereign no longer has a political or executive role, he or she continues to play an important part in the life of the nation.
As Head of State, The Monarch undertakes constitutional and representational duties which have developed over one thousand years of history. In addition to these State duties, The Monarch has a less formal role as 'Head of Nation'. The Sovereign acts as a focus for national identity, unity and pride; gives a sense of stability and continuity; officially recognises success and excellence; and supports the ideal of voluntary service. In all these roles The Sovereign is supported by members of their immediate family.
최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53년 6월에 즉위하였으며, 2022년 9월까지 70년간 여왕의 자리에 있어 역사상 최장기간 재위하였습니다. 올해는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국가적인 행사,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를 맞이해 각종 상점에서 플래티넘 주빌리 스페셜 에디션을 판매하기도 하였습니다. 여왕 서거 다음 날 포트넘앤메이슨 매장을 방문하였을 때, 직원에 의하면 해당 주빌리 에디션은 바로 전량 회수되어 더 이상 매장에서 구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국 왕실은 수 년 전부터 여왕의 장례식을 준비하였는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망할 경우 사전에 정한 영국 공무원들의 암호명은 'London Bridge is Down'이며 후속 장례 절차는 '런던 브리지 작전(Operation London Bridge)'입니다. 이번에는 런던이 아닌 곳에서 서거하여 런던 브리지 작전의 하위 작전인 '유니콘 작전'이 실행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달, 여왕의 서거에 따라 영국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여왕을 추모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9일 오후 1시경, 일정한 간격으로 큰 폭발음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 밖을 보니, 타워브리지에 엄청난 인파가 밀집되어 있었습니다.
해당 소리는 하이드파크와 런던 타워에서 오후 1시경 시작된 엘리자베스 여왕 2세를 기리는 조포였다고 합니다.
근위 기마 포병대(Honourable Artillery Company)는 1발에 1년의 인생을 담아 총 96발의 예포를 발사하였다고 합니다.
버킹엄 궁 앞에는 추모 물결로 가득했습니다. 버킹엄 궁과 반대편인 그린공원 초입에서부터 궁에 이르기까지 꽃을 들고 검정 의복을 입은 대규모 인파가 줄을 이었고, 인파를 따라가니 자연스레 버킹엄 궁에 도달할 정도로 해당 구역은 매우 혼잡하였습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경우, 취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대신,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회자가 뮤지컬 시작 전 간단한 추모 공지로 애도하는 마음을 표하고, 관객들과 같이 1분간 묵념을 하고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한편, 여왕의 서거에 대한 서로 다른 두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올해 성년이 된 영국인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왕실 문화의 존속'을 찬성하는 입장과 '왕실 슬림화'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나뉘었습니다.
Q. 최근 엘리자베스 여왕 2세를 이어 찰스 3세가 즉위하였습니다. 입헌군주제는 영국이 세계 최초로 확립한 만큼 특징적인 문화이기도 하지만 2022년 세계 각국에서는 '왕실 슬림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영국의 왕실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한 앞으로 영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1 저는 군주제가 영국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다방면의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주제 덕분에 많은 관광객이 유치되므로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영국은 군주제를 유지하며 더 많은 국민들이 군주제에 관심을 가지게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주제 없는 영국은 더 이상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것입니다.
A2 저는 영국 왕실의 문화가 다소 지나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왕실을 우상화하는데 그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상화하는 연예인을 위한 파티는 열지 않으면서 왜 왕실을 위한 파티를 열어야 하나요? 저는 영국이 왕실 슬림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왕의 서거 후 군주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군주제가 있으면 좋은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명분 없이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인 사건을 눈앞에서 마주하며 앞으로 영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은 의미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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