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 좋은 몇 되지 않는 식재료 중에 시나몬이 있다. 시나몬은 후추, 정향과 함께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향신료로,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인기 높은 향신료로 쓰였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성경에서도 계피와 몰약 등의 향신료가 등장한다. 맛과 향은 물론 건강에도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시나몬은 다양한 요리에도 활용되며 전 세계인의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시나몬롤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흔히 먹는 시나몬롤(cinnamon roll)은 카넬불레(kanelbulle)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넬불레는 간단한 재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열량과 단맛이 과하지 않아, 심플한 문화를 추구하는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많이 먹는다. 스웨덴의 홈베이킹 전통을 대표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컴포트 푸드이기도 한 카넬불레는 가벼운 아침식사 또는 간식으로 주로 활용되며 스웨덴의 피카(fika)문화 중 하나다.
카넬불레는 스웨덴어로 '시나몬(계피)'을 뜻하는 '카넬(kanel)'에 빵의 한 종류인 '번(bun)'을 뜻하는 '불레(bulle)'가 합쳐진 이름으로, '시나몬을 넣어 만든 빵'을 의미한다. 카넬불레 효모로 발효시킨 얇은 밀가루 반죽에 설탕과 계피가루를 가득 채워 나선형으로 돌돌 말아 만든 빵이다. 속재료인 계피와 카다멈(cardamom)의 매운 맛과 향, 빵 위에 토핑으로 올려지는 펄슈가(pearl sugar)의 달콤함과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특징이다. 시나몬번(cinnamon bun)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1920년대에 스웨덴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후 스웨덴의 경제상황이 나아지면서 1950년대에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다. 경제적 여유로워진 스웨덴 사람들은 각 가정에서 카넬불레를 직접 만들기 시작하였고, 집에 손님을 초대하여 따끈한 커피와 카넬불레를 대접했다. 1999년 홈베이킹협회(hembakningsrådet)는 스웨덴의 홈베이킹 전통을 기념하고자 '카넬불레의 날(kanelbullens dag)'을 지정하였고, 매년 10월 4일에는 스웨덴의 사람들이 다 함께 카넬불레를 먹으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카넬불레의 가장 특징적인 재료인 시나몬은 스리랑카 실론 섬의 계피나무 줄기를 말린 것으로, 유럽 요리에서 과자나 빵의 풍미를 향상시키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향신료이다. 시나몬은 18세기경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회사에 의해 말린 줄기나 가루의 형태로 유럽으로 들어왔으며 당시에는 매우 귀한 고가의 선물로 사용되었다. 이후에 스리랑카뿐 아니라 자바, 수마트라, 보르네오, 모리셔스 등으로 재배 지역이 확대되며 시나몬은 보다 손쉽게 유럽에 유입되었다.
하지만 19세기까지는 카넬불레의 재료인 밀가루, 설탕, 계피, 버터 등이 너무 귀하고 비싸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밀가루로 만든 하얀 빵이 부자들이나 특별한 행사에서만 먹는 음식이었다. 그러다 19세기 말 스웨덴에서 사탕무설탕(beet sugar)이 자체 생산되며 설탕 공급이 원활해졌고,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다양한 식재료들을 넉넉하게 구할 수 있었다.
카넬불레는 특히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많이 먹는 빵으로, 덴마크에서는 달팽이를 뜻하는 '스네일(snegl)', 노르웨이에서는 아주 값싸게 살 수 있는 번을 뜻하는 '스킬링스볼레(skillingsbolle)', 스웨덴의 이웃나라인 핀란드에서는 사람의 귀 모양을 닮았다 하여 '코르바푸스티(korvapuusti)'라 부른다. 핀란드에서는 10여 개의 시나몬번을 함께 붙여 '보스톤카쿠(bostonkakku)'라는 원형의 케이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한편, 미국에는 카넬불레와 흡사한 시나몬롤이 있는데, 이 빵은 스웨덴의 카넬불레에 비해 속재료의 양이 더 많고 설탕, 캐러멜, 메이플시럽, 크림치즈 등의 글레이즈를 입혀 만들기 때문에 매콤함은 덜하면서 단맛은 훨씬 강하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카넬불레의 날인 10월 4일에 맞춰 따스한 커피나 음료와 함께 달콤한 시나몬롤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안양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올리롤리는 다양한 종류의 시나몬롤을 맛볼 수 있는 전문점으로 마니아층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작은 공간에 시나몬롤이 가득한 이곳은 오직 테이크아웃만 가능한데 예약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풍미를 살린 맛있는 시나몬롤이 가득하다.
오픈과 동시에 울산의 핫플이 된 카넬불레는 그 이름처럼 정통 스웨덴식 카넬불레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적당한 단맛과 향이 진한 시나몬, 그리고 각종 재료를 더한 여러 종류의 카넬불레가 있어 선택 장애를 부를 만큼 맛도 모양도 매력적인 카넬불레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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