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나 빵이 주류를 이루는 유럽의 새해 음식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부터 12일간 매일 민스파이를 먹으면 새해에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하루라도 빠트리면 불행하게 된다는 설까지 있다. 민스파이는 13세기 영국의 십자군들이 중동에서 돌아올 때 갖고 온 음식으로, 원래는 소나 양의 지방으로 만든 고기를 속 재료로 채워 먹었지만 지금은 말린 과일, 견과류 등을 넣어 달콤한 디저트 쿠키로 즐기기도 한다.

독일은 새해 전 날 온 가족이 모여 부르고뉴 퐁듀를 나누어 먹는다. 뜨거운 오일에 고기와 갖가지 재료를 넣어서 익혀 먹는 음식이다. 또한 행운을 상징하는 마지팬 피그를 서로에게 선물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는데 마지팬 피그는 아몬드와 설탕, 꿀을 넣어 만든 귀여운 돼지모양의 과자이다.

프랑스에서는 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 주현절(1월 6일)을 기념하며 갈레트 데 루아를 먹는다. 다 함께 나눠 먹으면서 작은 게임을 진행하는데, 파이 조각 속에 페브(feve)라고 불리는 작은 인형을 숨겨두고 접시를 나눠준다. 인형이 들어 있는 파이를 받은 사람은 하루 동안 왕이 되어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페이스트리는 안에 아몬드 크림이 들어 있어 고소하면서 담백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불가리아 사람들은 오븐이 발명되기 전부터 먹던 가장 오래된 빵인 포카치아를 먹는다. 특별히 새해 첫 날에는 동전 하나를 넣어 만든 포카치아를 가족 수만큼 잘라 나눠 먹는다. 동전이 든 포카치아 조각을 받으면 그 해에 행운이 깃든다는 속설도 있고, 새해 첫 포카치아 빵 조각을 베개 밑에 두고 잤을 때 꿈에 나온 사람과 결혼한다는 재미있는 설도 있다.

그리스에서는 새해 아침 커피와 함께 바실로피타라는 카스텔라를 먹는다. 여기에 재미와 위트를 더했다. 카스텔라 안에 작은 장신구나 동전을 숨겨두는 것.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은 1년 내내 행운이 깃든다고 전해진다.

간단한 과일로 새해를 맞는 기쁨을 누리기도

러시아에서는 새해 첫 날 항상 귤을 먹는다. 귤의 색깔이 달력의 빨간 날, 즉 휴일을 상징하는 까닭에 새로운 해를 맞아 휴일에 귤을 먹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인들은 가족이나 친척들과 새해에 와인 파티를 여는데 이 때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인 올리비에를 곁들여 먹는다.

과일을 먹으며 새해를 맞이하는 나라는 또 있다. 멕시코에서는 새해를 맞이할 때 울리는 자정 시계탑 소리에 맞추어 종이 한 번 울릴 때마다 포도를 한 알씩 먹으며 소원을 빈다. 이것은 1년 12달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1월 6일에는 아기 예수와 관련이 있는 인형을 넣은 로스카 데 레예스라는 빵을 먹는데 인형이 들어간 조각을 먹는 사람은 한 해 동안 행운이 함께한다고 전해진다

이밖에도 인도에서는 복을 상징하는 우유죽을 끓여먹는데 이는 부처가 우유죽을 먹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유죽이 잘 끓여져야 복을 받는다고 해 정성을 다해 끓이면서 행운을 기원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새우와 채소, 해조류를 조림해서 먹는 오세치라는 요리를 먹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검정콩은 복을 상징하고, 멸치는 풍작, 새우는 장수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녠가오라는 물만두를 먹는데 이는 '해마다 높이 오른다'는 뜻으로 재료에 자식을 기원하는 대추, 무사고를 기원하는 두부와 배추, 가족의 운을 기원하는 땅콩 등을 넣어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