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우주에서 위기 탈출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가는 가운데, 우주는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 경제란 과연 무엇일까요? 위성, 발사체, 글로벌 위치 확인 시스템(GPS) 같은 산업만 떠올리고 있다면, 우주 경제 전체의 절반 정도만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 경제는 다양한 하위 산업을 키우고 관련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우주 경제란 우주를 탐구하고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서 가치와 혜택을 창출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합니다. 우주 연구개발부터 관련 기술 연구와 활용, 제품과 서비스, 인재 육성까지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우주 산업은 발사체와 위성 제조, 운영, 서비스에서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 주행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우주 경제의 영향력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주 경제는 2023년 기준으로 약 3천억 달러 규모입니다. 대표적인 응용 분야는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날씨 서비스, 배송 추적, 식품 배달 등입니다. 구체적인 예로, 스마트폰 내 위성 신호와 칩의 조합 없이는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서비스가 모든 도시에서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이미 우주 경제라는 넓은 범주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맥킨지 앤 컴퍼니는 2035년 글로벌 우주 경제가 1조8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맥킨지는 우주 경제가 연간 9%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향후 10년간 GDP 성장률이 연 5%인데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입니다. 이 예측치는 반도체(2021년, 6천억 달러, 2030년까지 연간 6~8% 성장)나 글로벌 결제 산업(2027년, 3조2천억 달러 매출 전망)과 견줄 만한 규모입니다.
우주 경제의 대표적 분야는 위성통신으로, 상업적으로 가장 큰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신규 위성이 배치되면서 위성통신의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여기서 상당한 경제효과가 파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맥킨지 보고서는 위성통신 시장이 2023년 1,330억 달러(약 182조770억 원)에서 2035년에 2,18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아마존의 프로젝트 쿠이퍼, 유텔샛의 원웹 등 대규모 위성이 배치되면서 광대역 및 연결성 응용 기술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연간 위성 발사량은 지난 20년간 50% 증가했고, 발사 비용은 10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발사가 가능해졌고, 연결성의 핵심인 데이터 가격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우주 경제는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위성사업자는 GEO(Geosynchronous Equatorial Orbit, 지구정지궤도), MEO(MediumEarth Orbit, 중궤도), LEO(Low EarthOrbit, 저궤도) 등 각 궤도에 따라 다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통신사업자들은 저궤도 위성, 무선 광대역, 광통신 등 기술을 기반으로 향상된 인터넷 연결성 사업을 강화합니다. 위성을 활용하면 기존 인터넷 인프라 구축이 비경제적이거나 실행 불가능한 지역에 거주하는 30억에서 4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웹 접속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주 위성의 경우 최근 핵심 투자 아젠다로 떠오르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산업과도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위성 이미지는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위성 애플리케이션(Satellite Application)은 기업과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을 모니터링하는 자료를 제공합니다. 기업은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후 변화가 특정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데이터를 마이닝할 수 있고, 우주에서 지구를 관측해 날씨, 기후, 해양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우주 기술은 이미 재난 예보와 관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우주 기술은 기후재난 모니터링 향상, 통신네트워크 접근성 확대, 위성 위치정보를 통한 추적 최적화 등에 활용됩니다. 우주 기술은 또한 노후 산업시설에서 누출되는 메탄가스 모니터링 등에도 사용할 수 있어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 등에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우주 관광과 같은 응용 분야도 과학 소설의 영역을 벗어나 우주 경제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35년까지 이 시장 규모는 40억~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부분은 우주 비행과 정거장 숙박 등의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각국은 이미 우주를 실질적인 영역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를 국가 영토 차원에서 인식하고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고 영토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이로 인해 우주 영역을 둘러싼 국가 간 논쟁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위성 업체들은 국가 안보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합니다. 이는 경제와 정치적 경계를 넘나드는 서비스입니다. 특히 보안의 경우, 우주 기술 분야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면서 이미 그 중요성이 드러났습니다. 전쟁에서 통신네트워크는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미국 국방부는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만든 스타링크 단말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습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기반으로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은 오지나 기지국이 없는 지역에서 통신을 지원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는 통신 마비를 최소화하면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주 기술은 또한 디지털 격차 해소, 교육 및 의료 접근성 확대 등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불평등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입니다. 위성통신은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오지에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소외된 지역의 국민들에게도 고속 광역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다양한 멀티 미디어 교육과 원격 의료 등의 서비스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위성 데이터의 활용은 지상에서 관찰할 수 없는 병충해를 감지하며 농작물의 상태에 따라 물, 비료를 처방하는 식의 정밀 농업이나, 자원과 환경 모니터링이라는 관점에서도 국가에 도움이 됩니다. 50년 전 첫 달 착륙 이후로 우주 개발은 천문학적 자본이 들어가는 사업이었습니다. 초기 수요는 민간기업보다 정부가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우주 경제 성장은 그 양상이 다릅니다. 정부 투자가 계속되고 있으며 여기에 민간이 가세해 우주기술 및 활용 응용 분야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기존 우주 강국에 이어 최근에는 인도의 부상이 눈에 띕니다. 인도는 달 남극 근처에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우주기술을 기반으로 밀집 도심 지역에서 위치, 항법, 시간 정보 등의 기술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페루,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도 경제 계획의 일환으로 우주 이니셔티브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우주 기술의 발전에서 가장 큰 변화는 민간의 참여입니다. 상업용 인공위성 검사, 정비, 업그레이드 서비스가 도입됐습니다. 민간 자본 우주정거장과 달은 물론 달과 지구 사이 공간 응용 분야 개발 등 혁신이 일어나고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비우주 민간 부문과 우주 부문 간 파트너십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리말디(Grimaldi) 그룹은 유럽우주국 항법혁신지원계획(NAVISP)과 제휴해 대형 선박 입출항을 위한 최초의 위성 기반 유도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우주기술이 해상과 육상 응용 분야의 중요한 역할로 떠올랐습니다. 아마존(Amazon)은 인터넷 사각지대에 위성 인터넷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쿠이퍼(Project Kuiper)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 투자자들의 우주 기술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700억 달러 이상 투자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디오와 개인용 컴퓨터는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이후 수십 년간 세계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으로 비슷한 확장을 경험했습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시장 수요, 제조기술 발전, 세계 질서 변화 등에 힘입어 비즈니스와 삶의 방식까지 바꿨습니다.
세바스티안 버쿠프 세계경제포럼 위원은 "우주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비용이 절감되고 접근성이 향상됨에 따라 우주 기술이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컴퓨팅만큼 사회와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5월 27일 경남 사천시에 우주항공청(KASA)을 개청했습니다. '한국판 미 항공우주국(NASA)'을 표방하는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전담기관으로 우주항공 분야 정책과 연구개발, 산업육성 등을 총괄하는 우주항공 컨트롤타워입니다. 이미 시작된 글로벌 우주 경쟁 시대, 이제 전 세계가 전속력으로 뛰며 우주 산업의 정의를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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